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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민 "'또 하나의 가족'은 800억짜리 영화"



연예 일반

    박철민 "'또 하나의 가족'은 800억짜리 영화"

    "개미 후원자들, 봉고차에 1주일 분량 간식 실어오기도…"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배우 박철민 (영화 '또 하나의 가족' 주연)

    지금 한창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그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는데요.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됐던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톱스타 한류배우가 나온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큰돈을 쓴 블록버스터도 아닙니다. 제작비가 없어서, 다음날 촬영할 돈도 없어서 하루하루 아주 어렵게 만든 영화인데요. 영화 제목은 ‘또 하나의 가족’ 주인공은 바로 박철민 씨입니다.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시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연기파 배우 박철민 씨, 직접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부산에는 잘 다녀오셨어요?

    ◆ 박철민> 네. 5일 동안 너무나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제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했다고 소문을 들었는데 실제로 어느 정도였습니까?

    ◆ 박철민> 예매를 열자마자 하루 만에 다 매진이 됐고요. 관객들이 꽉 찼습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제작에 참여하셨던 7,000여 명, 함께 만드신 작은 투자자들의 이름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7,000명이 올라가는 게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한 5, 6분 걸리는데, 그때까지 먹먹한 느낌들을 갖고서... 눈물 흘리시고 그런 모습들을 옆에서 보니까 이건 정말... ‘아, 맞아. 이렇게 힘든 영화를, 이렇게 어려운 영화를 이 사람들 힘으로 만들었구나.’ 이런 생각들이 드니까 북받치기도 하고...

    ◇ 김현정> 우셨어요, 박철민 씨도?

    ◆ 박철민> 아주 오랫동안 길게, 내 눈 속에 이렇게 눈물이 많이 들어있구나... 그랬습니다.

    ◇ 김현정> 와, 그 정도의 영화군요. 영화제목이 ‘또 하나의 가족’ 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이다 했더니, 어느 기업의 캠페인 문구예요. 어떤 내용입니까?

    ◆ 박철민> 속초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그 딸이 졸업을 하고 굴지의 대기업에, 반도체 공장에 취직을 합니다. 그런데 백혈병을 얻게 되고, 병마에 싸우게 되고. 그 원인에 대해서 택시기사 아버님이 찾게 되고, 딸은 죽고... 딸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생각한 아버지가 커다란 힘에 맞서서 싸워가는 이야기 입니다.

    ◇ 김현정> 딸이 어느 날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에 걸리는데 산재신청을 안 한 거예요?

    ◆ 박철민> 산재신청을 하는데 안 받아들여지고. 그래서 법정으로 가는 그런 과정들이 영화에 쭉 나오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산재신청을 했는데 안 받아들여지고, 그 후에 그 생산라인에서 줄줄이 5명의 동료가 더 백혈병에 걸리는데 기업은 계속 나 몰라라 하고. 사실 저는 부산에 못 갔으니까 영화를 못 봤고요. 사진하고 내용을 읽었는데 눈물이 났어요, 정말로 솔직하게요. 어떤 장면이었냐면 백혈병 걸린 딸의 극중 이름이 유미죠? 유미의 머리카락을 어머니가 삭발해줄 때, 웅크리고 있는 유미의 모습...

    ◆ 박철민> 네. 그 장면 너무 슬퍼요.

    영화 포스터

     

    ◇ 김현정> 또 아버지 박철민 씨가 광화문 시내 한복판에서 아무도 안 쳐다보는데 혼자 1인시위하는 모습. 박철민 씨는 개인적으로 어떤 장면이 가장 정신적으로 힘들고 아프고 슬프셨어요?

    ◆ 박철민> 딸이 죽고 엄마는 우울증에 걸려서 정신병을 앓게 되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데. 아내가 어떤 계기로 일기장을 보고 나서 다시 남편한테 찾아옵니다. “여보, 당신 정말 미친 것 같다. 미치지 않고서는 또 이 일을 못할 것 같다. 가라, 가서 당신이 하고 싶은 유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라.” 이렇게 지지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저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촬영장에서... 감독도 엊그제 그러더라고요. “그때 그 눈물은 형의 연기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가 컷할 수 없었다고.”

    ◇ 김현정> 진짜 아버지의 눈물이 그때 난 거네요. 그런데 이게 굴지의 대기업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거잖아요. 처음에 시나리오 받고 갈등되지는 않으셨어요? 출연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 박철민> 글쎄요. 아무래도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배우들이 조금 머뭇거리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하는데. 딸이 먼저 읽었거든요, 그 대본을.

    ◇ 김현정> 친딸이? 박철민 씨 딸이요?

    ◆ 박철민> 네. 제가 술 먹고 들어와서 대본을 못 읽고 잤는데, 딸이 읽었어요. 읽고 나서 다음날 아침에 “아빠, 이 대본 너무 좋은 것 같아. 슬프고 너무 가슴 아픈데, 가족들이 다시 힘을 내고 이겨내는 과정들이 참... 아빠 꼭 해.” 울먹거리면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이 작품은 제가 이제까지 안 맡았던 캐릭터, 제 성격하고는 다른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응원했을지도 모르겠고요. 저한테 너무 좋은 기회였어요.

    ◇ 김현정> 익살스러운 연기하고, 진지하고 슬픈 주인공 역할하고. 어떤 게 더 잘 맞으세요?

    ◆ 박철민> (웃음) 저는 까부는 게 좋아요. 익살부리고 오버하기도 하고 그러면 제가 더 신나거든요. 그러다 최고의 지점에서 너무 행복하게 끝나잖아요. 그런데 슬픈 장면도 마찬가지더라고요. 하면 할수록 더 슬퍼지는 거야... 더 아파지고 더 먹먹해지고. 이런 감정들이 아주 훌륭한 경험이지만, 자주하지 말자 이런 생각이...

    ◇ 김현정> 얼마나 혼신을 다 했으면, 혼연일체가 돼서 연기를 했으면 그게 실제로 그렇게 아플까. 박철민라서 가능한 일이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 박철민> 과찬이십니다. (웃음)

    ◇ 김현정> 어쨌든 그렇게 해서 영화촬영은 시작이 됐는데 제작비가 없어서, 돈이 없어서 그렇게 고생하셨다면서요?

    ◆ 박철민> 워낙 시작부터 큰 투자자가 들어오기에는 조금 어려운 내용이고, 또 상업적인 부분에서도 망설일 수 있는 내용이라 개미투자자들이 함께했고요. 묘하게도 여기저기서 작은 투자자들이지만 계속해서 꼬리를 물어서...

    ◇ 김현정> 작은 투자자들이라면 어떤 후원자들이었어요?

    ◆ 박철민> 2000만원씩, 500만원씩... 그리고 돈을 주기에는 부담스러우니까, 아마 형편도 그러시겠죠. 봉고차에 과자, 초콜릿, 빵, 음료수를 잔뜩 사가지고 오신 겁니다. 우리 영화가 워낙 작아서, 보통 영화들은 음료수대가 있고 간식대가 있는데 우리는 그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적어도 1주일 분량을 실어오신 겁니다. 어떤 투자자들보다 우리는 반기고 환영했어요. 바로 보이는 선물이니까. (웃음) 먹거리들, 이 간식들을 우리가 직접 만날 수 있으니까. 참 이런 것들이... 이런 작은 마음들이 크게 모였습니다.

    ◇ 김현정> 8억이 아니라 800억짜리 영화네요. (웃음)

    ◆ 박철민> (웃음) 예, 마음은요.

    ◇ 김현정> 엄청난 사람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영화 ‘또 하나의 가족’. 혹시 외압 같은 건 없었어요?

    ◆ 박철민> 전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그걸 많이 걱정하는데 그런 것 없이...

    ◇ 김현정> 그런데 박철민 씨, 아직 배급사가 잡히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요즘 배급사, 투자자, 극장을 다 대기업이 꽉 잡고 있는데, 개봉할 수 있을까요?

    ◆ 박철민> 음..... 되겠죠. 지금 우리 사회는 아주 성숙하고 예쁜 사회입니다. 영화인데, 또 극화시켜서 한 것이고. 그건 그렇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RELNEWS:right}

    ◇ 김현정> 그나저나 대기업의 미움 사서 CF 안 들어오고, 그런 걱정은 안 드세요?

    ◆ 박철민> 전혀 그렇지는 않고, 제가 CF 많이 하는 배우입니까? (웃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영화 대박 나서 CF도 많이 찍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개봉하면 제가 세 시간 걸리는 곳에서 개봉하더라도 꼭 가서 보겠습니다.

    ◆ 박철민> 3분 걸리는 데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네. 3분 걸리는 곳에서 꼭 하기를 바라면서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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