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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건/사고

    [일본 속의 한글⑤]이대로 가면 '일본만 있다'

    • 2013-10-11 06:00

    '외계어'니 '일베어'니 한글을 팽개치는 시대. 하지만 멀고도 가까운 60만 명의 재일동포들은 지금도 무관심과 갖은 역경 속에 우리 말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일본 현지에서 만난 이들을 통해 훈민정음 창제의 뜻을 다시 새겨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고국 무관심에 두 번 웁니다
    ②한국어, 그들에겐 '자신감'
    ③중1에 '가갸거겨' 배우는 까닭
    ④민족학급 '핏줄의 마지노선'
    ⑤이대로 가면 '일본만 있다'<끝>

    '1조교' 한인 학교인 오사카 건국학교 체육관에서 재일동포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씨름을 하고 있다. (사진=이대희 기자)


    ◈ 한국 학교의 착시 현상 ‘1조교’와 ‘각종학교’

    일본에 있는 한국 학교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착시 현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교육법에 따른 학교 분류인 ‘1조교’와 ‘각종학교’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한다.

    일단 1조교는 일본학교교육법 제1조에 해당하는 학교로,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대신 수업 시수나 커리큘럼, 교과서는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교과서를 써야 한다.

    반면 ‘각종학교’는 학교교육법 134조에 해당하는 학교로,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수업 방식이나 교과서 등 모든 것이 자율적이다.

    간사이 지역에 있는 건국학교와 금강학교, 교토국제학원은 1조교에 속하며, 도쿄에 있는 도쿄한국학교가 각종학교로 분류된다.

    현재 도쿄한국학교는 자유로운 ‘영어몰입교육’과 ‘이머전 교육’으로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인기다. 2015년 개교를 목표로 지난해 제2 도쿄한국학교 예산까지 편성된 상태다.

    이렇게 본다면 도쿄한국학교처럼 건국학교, 금강학교, 교토국제학원도 1조교가 아닌 각종학교로 바꿔 자유롭게 교육하는 편이 합당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따라 이 세 학교를 담당하는 오사카 총영사관은 일조교에서 각종학교로 전환해 운영하라는 제안도 내놨다.

    ◈ 1조교는 ‘일반계 고교’, 각종학교는 고졸 자격 안 되는 ‘학원’

    민족학급에서 재일동포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사용하는 교재. (사진=이대희 기자)


    하지만 이는 겉만 보고 속을 보지 못한 착시효과로 내린 결론일 뿐, 재일동포 교육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단 일본의 현실에서 각종학교와 1조교는 서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위상이다.

    각종학교는 정식 과정이 아니라 ‘고졸’이라는 학력인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본 안에서 취직을 하거나 상위 학교로 진학할 수 없다.

    우리나라로 비교하자면 1조교는 ‘일반계 고등학교’, 각종학교는 고졸 학력이 부여되지 않는 ‘학원’ 정도의 위치인 셈이다.

    1조교가 일본 검정교과서로만 가르쳐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 다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2년 교과서 사용에 대해 ‘교과서를 가르친다’에서 ‘교과서도 가르친다’로 규정을 바꿨다. 독도가 다케시마라는 주장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다른 교재를 통해 이런 인식이 잘못됐다는 사실도 함께 교육한다.

    또 교육 커리큘럼도 지침이 바뀌어 최소한의 공식교육과정 위에 자율판단으로 독자적인 교육내용도 함께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04년 각종학교에서 1조교로 ‘승급’한 교토국제학원의 하동길(63) 교장은 “일본에서는 각종학교가 1조교가 되면 격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1조교가 각종학교로 바뀐 사례는 단 한 곳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 교장은 “나머지 한국 학교들이 각종학교로 바꾼다고 해도 도쿄한국학교처럼 학생이 상황이 좋아지는 게 절대 아니다”면서 “오히려 일본정부의 지원금이 끊겨 학교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철배 건국학교 교장도 “각종학교로 바꾸라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시각”이라면서 “일본에서 태어나고 살아갈 재일동포들은 그 나라의 보통 교육도 받아야 더불어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 교장은 “도쿄한국학교는 일본의 지원금이 없는 대신 학비가 다른 학교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면서 “학생들 가운데 많은 수가 주재원의 아이들이라 학비 문제가 없고, 생활터전이 일본이 아닌 아이들이 많아 비교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다행히 정부 지원이 점차 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돈 때문에 민족학교가 부담스러운 학생들을 위한 수업료 무상화”라면서 “현재 국회에 잠들어 있는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빨리 통과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하루 4500엔 받고 생활 안 되지만 민족학급 안 할 수도 없고…



    한국 학교가 아닌 일본 국·공립학교에서 한국어 등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민족학급’의 어려움은 생계를 이어가기 고단할 정도로 비참한 수준이다.

    현재 오사카에 있는 민족강사의 부류는 크게 △상근직 △비상근 촉탁 △일용직 등 세 부류로 나뉜다.

    상근직 민족강사는 14명 정도이며, 일본 오사카부 교육위원회에서 주는 급여는 연간 400만 엔(한화 4400만 원 가량)으로 그나마 처우가 나은 편이다.

    문제는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머지 두 부류다. 비상근 촉탁은 월급이 12만 엔(132만 원)가량으로 일본의 대학 졸업자 첫 월급인 20만 엔(220만 원)에 비해 턱 없이 적은 수준이다. 그나마 상여금도 없다.

    일용직의 처우는 눈물이 날 정도로 열악하다. 하루에 5천 엔을 받지만 그나마 소득세로 10%가 떼여 4500엔(5만 원)가량에 불과하다. 그나마 수업이 있는 날만 나갈 수 있고 방학에는 나오지도 않는 상황이다.

    제일동포 3세이자 민족강사인 김광민(42) 코리아 NGO센터 사무국장은 “민족강사는 아이들이 모여 있으니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지만 생계가 안 되다보니 남편이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 “민족교육 하지 않고 놔두면 재일동포는 일본인 될 수밖에”

    이런 현실에서 지난 2011년 대한민국 정부가 민족학급지원사업으로 매년 10억 원 가량을 지원하면서 숨통이 그나마 트였다. 하지만 여전히 강사들의 처우에 직접적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김 사무국장은 “2011년 예산이 나오면서 월급처럼 집행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있었다”면서 “일용직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랐었다”고 아쉬워했다.

    당시 해당사업 예산을 추진했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교육의 질은 곧 교사의 질이고 좋은 민족학급 강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처우가 필요하다”면서 “이 예산으로 강사들을 지원할 근거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동길 교토국제학원 교장은 “현재 젊은 재일동포 4~5세는 일본인과 국제 결혼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한국학교와 민족학급에서 민족교육을 하지 않고 놔두면 결국 한국말을 못하는 일본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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