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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손바닥난초



제주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손바닥난초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손바닥난초'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손바닥난초 (촬영: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7월도 거의 끝나갑니다. 중부지방에는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제주에서는 아직 비가 내리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장마기간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기상이변이란 말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이번 장마기간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여름철 들꽃을 보려면 아무래도 제주에서는 한라산을 올라야할 듯합니다. 해발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저지대 보다는 기온이 낮아 시원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 시기에는 연못의 수생식물을 제외하고 숲에서는 들꽃들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한라산에는 들꽃들이 한창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놓치지 말아야할 꽃이 이름도 재미있는 손바닥난초입니다.

     손바닥난초라는 이름은 뿌리가 어린 아이의 손바닥을 닮았다 해서 붙여졌습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손바닥란, 손뿌리난초, 부리난초라 부르기도 합니다.

    학명은 Gymnadenia conopsea인데 종소명 conopsea는 하루살이를 뜻하는 그리스어의 conopos에서 왔습니다. 조그마한 꽃이 하루살이를 닮은 데서 유래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얼굴도 분간하지 못할 만큼 작은 곤충에서 찾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명으로는 원뿔모양의 난초를 뜻하는 Conic Gymnaden이라 하기도 하고 향기로운 난초를 뜻하는 Fragrant orchis라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손바닥난초의 특징을 뿌리에서 찾은데 비해 서양에서는 원뿔모양의 꽃에서 찾은 것이 재미있습니다.

    손바닥난초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꽃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시베리아에서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과 한라산 높은 곳의 약간 습한 초지대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잘 만나지 못하는 귀한 식물군에 들어갑니다. 백두산에서 자라는 것은 키가 1m 가까이 되는 것도 있고 꽃도 비교적 크다고 하는데 한라산에서 볼 수 있는 것은 20cm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한라산의 자연환경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라산의 높은 지역은 바람이 강하고 추위도 심하여 키를 낮춰 몸을 더 단단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입니다.
     
    손바닥난초 (촬영: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자세히 살펴보면 선형의 늘씬한 잎 4~6장이 어긋나게 자라고 꽃대가 올라와 그 위에서 꽃을 피웁니다.

    7월이 되면 연한 분홍색의 꽃이 꽃대에 모여 달리는데 가끔 흰색 꽃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하나의 꽃 같지만 가까이 가보면 아주 작은 꽃들이 촘촘히 달려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꽃이 작다 보니까 모여서 큰 꽃처럼 보이게 하지 않으면 곤충을 불러들일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일반적으로 난초과의 식물들의 꽃잎은 6장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3장만 꽃잎이고 나머지 3장은 꽃받침입니다.

    그리고 꽃받침과 꽃잎의 색깔이 비슷하여 구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손바닥난초의 꽃잎은 꽃받침 보다 짧고 아래 입술꽃잎은 3개로 갈라졌으며 꿀주머니는 뒤쪽으로 휘어져 있습니다. 꽃 하나하나는 새를 닮기도 했고 곤충을 닮기도 했습니다. 서양에서 하루살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손바닥난초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라산 등반로 주변이나 풀밭에서 쉽게 관찰되는 꽃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사라지는 속도가 해마다 빨라져 이제는 등반로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은 몇 개체가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손바닥난초가 초원지대에서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주변의 풀이나 나무가 커가면서 적응하기 힘든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즉 자연천이에 의한 것입니다. 

    그리고 손바닥난초가 꽃이 피는 시기가 되면 간간이 뽑혀나간 것을 등반로에서 보게 됩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도채에 의한 것도 원인이 됩니다.

    그러나 손바닥난초는 고산식물로 더위에 약하기 때문에 저지대에서는 대부분 죽는다고 하니까 애써 가슴 졸이며 집으로 가져갈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난초과 식물들의 씨앗은 싹이 잘 트지 않습니다. 싹이 뜰 때는 양분이 필요하지만 씨앗에 이것이 없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난초는 버섯균의 도움으로 뿌리에서 양분을 공급받고 꽃을 피우며 뿌리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갑니다. 그러나 이마져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렇게 개체수를 늘리는데 어려움이 있으니 난초과 식물들은 태생적으로 희귀식물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듯합니다. 손바닥난초도 자생지와 개체수가 많지 않아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 형편입니다.

    난초과 식물을 소개할 때마다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람들의 조그만 욕심이 식물 한 종을 멸절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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