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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계요등



제주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계요등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계요등'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계요등 (촬영: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올 여름 제주는 연일 불볕더위입니다. 밤에는 열대야로 잠을 설치기 일쑤이고 낮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으로 뒤범벅이 됩니다.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하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말로만이 아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제는 휴무여서 기후변화 취약종 식물조사를 위해 서귀포 지역의 계곡을 다녀왔습니다. 숲속 그늘 아래로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바위틈에는 한라개승마가 마지막 꽃을 피우고 있고 계요등은 나무를 타고 절정의 꽃을 달고 있었습니다. 계요등은 너무나 흔하여 잡초처럼 그냥 넘기기 일쑤였는데 꽃이 별로 없는 시기의 깊은 계곡이어서 그런지 반갑고 어딘지 모르는 새로움이 느껴졌습니다.

     
    계요등은 꼭두서니과의 낙엽이 지는 덩굴성 나무입니다.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번식력도 뛰어납니다. 다 자라면 줄기는 7m까지 되는 것도 있습니다.

    잎은 달걀모양이고 밑 부분은 심장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꽃은 통꽃으로 7월에서부터 피기 시작해서 9월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작은 꽃망울이 올라와 서서히 꽃잎을 여는데 화관은 다섯 갈래로 갈라집니다. 꽃잎 속에서는 수술 5개와 암술을 숨겨놓고 있습니다. 종 모양의 꽃은 전체가 흰색 변이가 생긴 것이 간간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흰색 바탕에 꽃잎 안쪽으로 진한 자주색 반점이 있어 색상의 조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9월이 지나면 둥근 모양의 황금색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는데 그 안에는 아주 작은 씨앗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계요등을 제주에서는 애월지역의 개정동, 구좌지역의 고냉이풀, 성산지역의 마령아라 하여 지역마다 다르게 부르기도 합니다. 계요등(鷄尿藤)을 계뇨등이라 하기도 하는데 풀이해보면 '닭오줌덩굴'이 됩니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원래 이름이 계시등(鷄屎藤)이었는데 계요등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것을 풀어보면 '닭똥덩굴'이 됩니다.

    어떤 것이든 식물체에서 좋지 못한 냄새가 나겠다는 것을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줄기나 잎을 만지면 섣불리 식물체에 다가서지 못할 정도로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그래서 육지의 어느 지역에서는 그 지독한 냄새 때문에 '구렁내덩굴'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계요등 (촬영: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계요등의 학명 Paederia scandens 가운데 속명 Paederia도 '식물체에서 불결한 냄새가 난다'는 라틴어 Paidor에서 왔다고 합니다. 

     이처럼 식물체에서 냄새가 나는 계요등속 식물 가운데는 계요등 말고도 좁은 잎을 가진 좁은잎계요등이 있고 잎이 넓고 뒷면에 부드러운 털이 많은 털계요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냄새가 좋지 못한 줄기와 뿌리를 한방이나 민간에서는 가래를 없애거나 이질, 신장염, 감기에 처방하여 약재로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줄기나 잎과는 달리 꽃에서는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매개체는 환영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상은 접근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런 형태로 꽃을 피우는 식물이 가끔 보입니다.

    요즘 한창 꽃을 피우는 나무로 꽃술이 아름다운 누리장나무가 그렇고 조금 있으면 예전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하여 머리에 썼던 어사화를 닮은 누린내풀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요등을 잘 살펴보면 꽃이 작고 꽃잎 속에 꽃술이 숨어 있어 나비나 벌의 출입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마 개미 같은 작은 곤충의 도움을 받아 꽃가루받이를 하고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계요등은 꼭 꽃가루받이를 통해서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은 아닙니다. 줄기를 자르면 그 곳에서 뿌리를 내어 다시 자랍니다. 더욱이 줄기까지 질겨 잘 끊어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계요등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요등은 집 주변 햇볕이 드는 곳이면 어디든지 자신의 흔적을 남깁니다.

    사람들에게 잡초로 취급받는 것도 이런 끈질긴 생명력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힘으로써 아무데서나 흔하기 볼 수 있는 이유가 클 것입니다.

    그러나 한라산 높은 곳이나 깊은 산속에 피는 것들은 꽃이나 열매가 듬성듬성 달린 것이 한결 여유로워 보입니다. 식물체가 훼손되는 일이 비교적 드물기 때문에 후손을 이어가는데 많은 꽃을 피울 필요가 없었을 듯합니다.
     
    이렇게 계요등은 '지혜'라는 꽃말을 가질 만큼 자신을 지키고 후손을 이어가기 위한 놀라운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지대 인가 근처에서 살아가는 것들은 나름대로 방식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살아가는 것들은 장소에 따라 꽃을 피우는 것을 조절함으로써 허투로 에너지를 낭비하지도 않습니다. 

    평생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신세지만 식물들이 얼마나 지혜롭게 살아가고 있는지 계요등을 보면서 다시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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