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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0년 그 상처와 치유, 색채로 표현...제주오름, 독도, 울릉도



공연/전시

    정전 60년 그 상처와 치유, 색채로 표현...제주오름, 독도, 울릉도

    김혜련전, "끝나지 않은 전쟁, 60년"

    김혜련,"끝나지 않은 전쟁,60년"전 출품작. 왼쪽 2점이 '울릉도 연작', 그 오른편 2점이 '하늘사다리' 연작, 맨 오른편이 '나무'연작중 하나로 전체 16점 출품작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일주

     

    올해는 정전 60주년이다. 역사적 감수성이 예민한 김혜련 작가에 의해 정전 60주년을 주제로 한 회화작품 16점 연작이 탄생했다. 현대사의 비극. 정전 60주년의 서사를 16장면에 응축하여 감동 넘치는 무대로 관객을 초대했다. 작가는 꼬박 1년을 이 한 가지 주제에 매달렸다. 작년 가을 전시 때 앞으로 작가가 1년 간 찾지 말라고 하더니, 이번 전시작을 대하고서는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끝나지 않은 전쟁, 60년”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제주 오름, 독도, 울릉도를 소재로 하고 있다. 오름과 바다, 나무 등 자연을 담고 있다. 전시장 입구 정면에 설치된 주황색 톤의 대형 작품을 대하고선 그 색상의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나온다. 안으로 들어서 입구 왼쪽부터 16점을 죽 둘러보고 나서는 그 아름다운 풍경들에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혜련, "끝나지 않은 전쟁, 60년" 출품작 중 '오름'연작. (일주

     

    제주 오름을 다룬 ‘오름 연작 3점’은 오름 아래 풍경이 붉은 색조가 짙게 배어 있다. 제주 4.3 사건 희생자들의 원혼이 웅성거리듯이. 작가는 말한다. “겨울에 황금빛 잔디를 보고 소름을 느꼈어요.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을까. 사물이 통째로 없어졌어요, 그간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내게 닥쳐왔어요. 고통의 장면이 떠올라 아름답게 표현할 수 없었지요.“

    독도와 울릉도를 다룬 작품들은 어둠과 밝음이 교차한다. 두 섬의 역사가 지니는 특성을 반영하는 듯하다. ‘독도 연작 3점’의 바다는 푸른색조에 어두운 빛이 감돈다. 한일간 영토분쟁의 상징성 때문일까? ‘울릉도 연작 2점’은 에머랄드빛, 혹은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주황색 강건한 나무가 어우러지며 평화로움을 준다. ‘동쪽의 섬 연작 2점’은 바다와 나무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그 중 한 점은 연두빛으로 어둡게, 다른 한점은 푸른색으로 밝게 그려 각기 독도와 울릉도의 운명이 차이를 떠올리게 한다. 김 작가는 “이념대립과 살육의 끔찍함이 없는 바다는 없을까 하여 울릉도를 찾았어요. 동해의 푸른 물결을 보고 짜릿하고 강렬한 신기와 기상 같은 것을 느꼈고, 빼앗겨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느꼈지요. 어떤 대상을 직접 가서 봄으로써 이런 느낌을 체험한 거죠.”라고 말했다.

    김혜련,"끝나지 않은 전쟁,60년" 출품작에 등장하는 '나무'. 이 '나무'는 김 작가가 울릉도 동쪽 폭포섬을 방문했을 때, 눈이 하얗게 덮인 산에서 거친 눈보라에도 늠름하게 서있는 나무의 기상을 보고 희망을 느끼고, 이를 형상화한 것이다.

     

    ‘하늘사다리 2점’과 ‘동쪽의 나무 연작 4점’은 구원과 꿋꿋함을 상징한다. ‘하늘사다리’는 사다리가 에머랄드빛 바다 위를 가로질러 두둥실 떠있는 채로 섬으로 향하고 있다. 그 아름다운 바닷물결과 함께 하나가 되어 출렁이면서. 그 사다리는 바다위에 떠있지만,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향하고 있다. 김 작가는 "독일 어떤 섬에서 하늘사다리를 본 적이 있는데, 독도를 보면서 이 장면이 가슴 아프게 떠올랐어요. 분단상황의 불행을 은유적 방식으로 독도에 비유했고, 이 상황을 건너가고 싶다는 저의 다짐, 하늘로 넘어가고자 하는 자유를 ‘하늘 사다리’로 표현했지요."라고 말한다.

    ‘동쪽의 나무’는 바다 위에 튼실한 고목으로 표현되어, 어떤 풍파에도 꺾이지 않는 꿋꿋한 기상이 묻어난다. ‘동쪽의 나무’ 네 작품 중 한 점은 십자가 형상을 하고 있어 구원의 메세지를 던진다. 다른 한 점은 16점의 연작의 마침표로 굵은 나무 한그루가 화면을 압도한다. 검은 바탕의 나무가 서있고, 그 나무속의 아래, 위로 설산 같은 사각 이미지가 거리를 두고 마주하고 있다. 어둠의 세계를 끝내고, 광명의 세계로 향하는 메시지일까? 그 두 설산 사이에 실낱같은 두 줄기가 서로 닿을 듯 말듯 하게 뻗쳐 있다. 그 결빙된 눈산이 녹아야만 하나가 되어 광명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일까? 김혜련 작가는 “작품을 하다 보면 왼쪽에 점을 찍을 때 오른쪽 끝에 무엇이 나올지 직감이 생길 때가 있지요. 이 작품이 그런 세계가 열린 느낌이었지요.”라고 흡족해하였다.

    김혜련 작가의 "끝나지 않은 전쟁,60년" 출품작 16점에는 작품마다 '꿰맨 자국'이 등장한다. 이 '꿰맨 자국'은 전쟁과 분단으로 상처의 치유를 상징한다.

     

    김 작가에게 ‘하늘 사다리’와 ‘동쪽의 나무’는 현대적 의미의 수호신인 것이다. 이번 전시작품 16점을 관통하는 소재는 ‘실로 꿰맨 흔적’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것의 의미는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60년 세월의 상처를 이제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념 대립으로 인한 적대적 감정을 서로 보듬고 끌어안아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김혜련 작가의 이 전시는 일주&선화갤러리(신문로 흥국생명빌딩 3층)에서 8월 14일까지 열린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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