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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경제 일반

    조선업 세계1위 현대重의 어두운 뒷모습

    [기자수첩]윤리경영의 타락, 누구의 책임인가?

    “비자금으로 백만 원도 만들 수 없는 회사에서 10억 원이 넘는 돈을 뇌물로 주었다는 사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

    한수원 원전 비리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중견 간부가 기자에게 답답함을 호소하며 한 말이다.

    현대중공업이 한수원 원전 비리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이런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 회사의 윤리 경영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회사가 나서서 구매 윤리 강령을 제정한 뒤 2005년에는 윤리헌장을 선포하는 등 윤리경영을 전사적으로 강조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지금도 해마다 ‘윤리경영 실천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확신하고 있는 ‘윤리경영’은 검증되지 않은 하나의 신화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 직원들의 믿음과는 달리 한수원의 원전 비리에 개입된 정황이 갈수록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 자택에서 6억원이 넘는 5만원 권 현금 다발이 발견된 한수원 송모(48) 부장이 아랍에미레이트 원전 부품 납품과 관련해 편의 제공을 대가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모두 17억 원의 대가성 금품을 받기로 하고, 이 가운데 10억 원을 실제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30일 이런 혐의로 송씨를 추가 기소하는 한편 송씨에게 금품을 전달한 현대중공업 김모(56)전 전무와 김모(49)상무 등 전 현직 임직원 5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현대중공업 정모(57) 전 총괄상무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대중공업은 실제 이 기간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에 2천 2백억 원 상당의 원전 부품을 납품했다.

    아직 재판부의 판결이 남아있지만 현 시점에서 검찰의 기소내용을 놓고 보면 10억 원의 뇌물 공여가 2천 2백억원대의 납품 성공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납품 성공과 동시에 현대 중공업의 윤리 경영이라는 가치도 땅에 떨어진 셈이 됐다.

    사실 현대중공업은 한수원 원전 사태 이전에도 내부 비리의 전조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본부 내 임직원 25명이 2001년부터 2012년까지 협력업체 7곳으로부터 25억 원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검찰에 고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은 고약하게도 협력업체에 납품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아 개인적으로 착복하거나 부서 유흥비 또는 접대비 등으로 사용했다.

    이런 내부 비리가 무려 11년 동안 지속됐다는 자체가 현대중공업의 윤리경영이라는 신화가 허울뿐이라는 점을 반증한다. 따라서 원전 납품 비리 이외의 또 다른 내부 비리가 없다고 확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조선업을 통해 한국 근대화의 초석이 됐고 더 나아가 세계 조선업 수주 1위의 영예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이 갖가지 납품 비리에 얼룩져 도덕적 위상이 실추되는 모습은 참으로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일반 직원들에게 윤리 경영을 수없이 강조하면서도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임원들이 나서서 금품 로비에 개입한 현실은 민망하기까지 하다.

    현대중공업은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방침에 따라 2002년 고문직마저 내놓으면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드러나고 있는 윤리 경영의 퇴색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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