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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한라꽃장포



제주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한라꽃장포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한라꽃장포'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한라꽃장포 (촬영: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중부지방에는 폭우, 제주에는 폭염을 쏟아냈던 장마도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장마가 끝나면 올 여름은 예년보다 훨씬 더워질 것이라는 뉴스도 있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들꽃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조금 더 시원한 한라산으로 모여 듭니다. 이 시기 한라산에는 여름에 피는 꽃들이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초입의 호자덩굴을 시작으로 섬쥐손이, 애기솔나물이 고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한라개승마가 바위틈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고 구름떡쑥도 산솜방망이도 풀섶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바로 옆 파란색 줄이 예쁜 네귀쓴풀을 한창 보고나면 붉은색 꽃술이 선명한 한라꽃장포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한라꽃장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꽃으로 해발 1700m 이상 높은 곳의 햇볕이 잘 드는 풀밭이나 바위틈에서 자라는 식물입니다. 그러나 개체수가 비교적 많은 편이 아니어서 제주의 특산 및 희귀식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키는 보통 6~8cm 정도 자라니까 어른의 손가락 보다 조금 큰 편입니다. 뿌리에서 올라온 잎은 긴 칼 모양으로 생겼는데 아랫부분에서 빽빽하게 달려 서로 마주 안은 모습을 하고 있고 줄기에서도 1~2의 잎이 돋아납니다. 6월이면 흰색의 꽃이 올라오기 시작하여 7월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꽃은 줄기 끝에서 약간 성글게 달립니다.

     
    꽃잎은 퇴화되어 보이지 않고 꽃받침이 발달하여 그것을 대신하는 듯합니다. 정상적인 꽃 구조를 가지기에는 꽃의 크기가 작아 꽃가루받이에 어려움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흰색의 화피조각 위에 붉은 빛의 분홍색 점하나를 찍어놓은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붉은 점을 본 매개체가 꽃 위로 날아들고 그 과정에서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붉은색 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검은색으로 변해갑니다. 이미 꽃가루받이가 끝났음을 알리는 표식 같은 느낌이 듭니다. 7월은 대부분의 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높은 산이어서 곤충의 활동시기도 길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매개체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때입니다. 한라꽃장포의 꽃 구조도 환경에 적응한 결과이지만 후손을 이어가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임을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름에 접두어 '한라'가 들어가는 식물이 꽤 있습니다. 지금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한라개승마를 비롯해서 조금 있으면 보게 될 한라송이풀, 한라돌쩌귀 등이 그것입니다. 물론 한라산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라꽃장포를 한라돌창포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고 한라물창포라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라꽃장포라 하면 왠지 어색해 하는 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창포는 단오에 여인네들이 잎을 잘라 물에 담갔다가 그 물로 머리를 감았던 풍속과 관련이 있는 식물입니다. 그러나 창포는 천남성과의 식물로 백합과의 한라꽃장포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차이가 있다는 의미로도 꽃장포라 부르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입니다.

    한라꽃장포 (촬영: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한라꽃장포와 닮은 식물로는 계곡의 바위에 붙어 사는 돌창포(T. nuda Max.)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라꽃장포 보다 키는 크지만 꽃이 작으며 백두산에서 자라는 숙은돌창포(T. coccinea Richards)라는 꽃도 있습니다. 한라꽃장포의 학명이 Tofieldia fauriei인데 속명 Tofieldia는 영국의 식물학자 Thomas Tofield를 기념하여 붙여진 것이며 종소명 fauriei는 식물 채집가인 포리(Fauriei)신부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습니다. 포리신부는 1900년 초에 제주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분입니다. 제주에 와있던 프랑스의 타케신부와 함께 당시 분비나무로 알고 있었던 한라산 구상나무를 채집하여 여러 연구소로 보내면서 구상나무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습니다.
     

    한라꽃장포는 희귀식물로서 학술적 가치와 함께 관상자원으로 개발가능성이 유망한 식물입니다. 그러나 한라산 높은 곳의 바위틈에서 자라기 때문에 자생지가 붕괴되면 함께 없어질 위험이 있고 키가 크지 않다 보니까 자연적인 천이에 의해서도 개체수가 감소될 우려가 높은 식물입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종자채집을 통한 증식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와 함께 고산식물이면서 희소성이라는 단점을 장점으로 발전시켜 품종을 개발하면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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