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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대흥란



제주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대흥란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대흥란'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대흥란 (촬영: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지난주는 비 날씨가 연속되더니 이번 주 들어서는 연일 불볕더위로 장마기간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햇볕이 좋은 시기임에도 여름숲속에는 바깥과는 달리 참나리나 말라리 같은 키가 큰 백합과 식물을 제외하고는 꽃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햇볕이 있어야 양분을 만들어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만드는데 나뭇잎이 무성한 숲속은 키작은 식물들이 살아가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꽃이 없다 보니까 숲속에는 꽃가루받이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벌이나 나비를 보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름 숲에는 화려한 꽃들을 대신해서 낙엽 속에 남은 양분을 먹고 살아가는 부생식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생식물로는 오늘 이야기 하려는 대흥란을 비롯해서 수정란풀, 구상란풀이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버어먼초도 필 것이고 최근 발견된 영주풀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오랜 시간 나뭇잎이 쌓여 만들어진 부식토에 뿌리를 내리고 그 속에 남아있는 양분을 먹고 자랍니다. 그래서 이들을 만나려면 비교적 오래된 숲으로 가야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부생식물 대부분은 키가 작고 꽃도 정상적인 구조를 갖지 못하여 굉장히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후손을 이어가기 위해 나름대로 적응한 결과이지만 필요 없는 곳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으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대흥란이라는 이름은 전남 해남의 대흥사 부근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졌습니다. 낙엽이 많이 쌓이는 숲에서 자라는데 주로 햇볕이 간간이 드는 소나무 숲에서 많이 관찰됩니다. 제주도를 비롯해서 남해안 일부 섬 지역에서만 자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강원도 삼척시, 충남 홍성군, 전북 부안군, 전남 여수시, 경남 남해군 등지에서 발견되면서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제주에서도 바닷가 소나무 숲에서부터 곶자왈, 오름, 계곡까지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난초과 식물처럼 대흥란도 자생지가 많은 편이 아니어서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키는 15cm 정도로 어른의 한 뼘 정도 자랍니다. 잎은 광합성을 하지 않기 때문에 퇴화되어 없어졌고 마디를 싸고 있는 초상엽을 가지고 있습니다. 꽃은 7월에서부터 8월까지 피며 흰색 바탕에 붉은 빛이 도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간간이 전체가 아예 흰색인 것도 드물게 보입니다. 꽃받침은 거꿀달걀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가운데에는 붉은 무늬가 선명한데 이것은 매개체를 유도하는 안내선 같아 보입니다. 꽃잎은 입술 모양의 긴타원형으로 꽃받침 보다 짧고 끝은 희미하게 갈라져 잔 물결을 이룹니다. 암수술은 합쳐져 자웅예합체 구조를 가지며 돌기가 조밀하게 나있습니다.

    대흥란 (촬영: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식물들은 자신에 처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꽃가루받이에 유리하도록 꽃의 구조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난초과 식물들은 가장 진화한 식물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렬한 꽃의 색깔이나 향긋한 향기를 가지고 매개체를 유혹하기도 하고 썩은 고기 냄새를 풍겨 파리들을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어떤 것은 꽃의 모습을 곤충의 암컷모양으로 만들고 수컷을 불러들임으로써 꽃가루받이를 하기도 합니다. 대흥란을 가만히 보면 꽃 속으로 개미류들이 부지런하게 드나드는 것이 관찰됩니다. 대흥란은 향기로 개미들을 끌어들이고 꽃가루받이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도 난초과 식물들은 대부분 번식을 잘하지 못합니다. 설령 꽃가루받이라 이루어져 결실을 한다 해도 발아율이 낮아 다시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난초과 식물들은 뿌리를 통해 개체를 늘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난초과 식물 대부분은 희귀식물이면서 멸종위기식물입니다. 더욱이 집에서 혼자 보려는 사람들의 욕심이 한층 더 멸종위기 상황으로 몰아간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옮겨가면 몇 년 동안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죽게 됩니다. 특히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하는 부생식물인 대흥란은 더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야생란을 키워내는 일은 사람이 아닌 자연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제주시 모 오름에서 대흥란 군락지와 함께 흰대흥란을 찾아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러나 이곳에는 이제 대흥란이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최근 야생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자생지를 드나드는 일 또한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대흥란이 자라는 곳을 밟아버려 꽃이 다시 올라오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숲 가꾸기 하면서 나무들을 베어버려 주변 환경이 달라지게 한 것도 원인이 될 것입니다. 야생화를 즐기는 것이야 말릴 수 없지만 자생지에서의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정책을 집행할 때에도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한 결정이 돼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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