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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무시한 죄… 반쪽 프랑스 혁명



책/학술

    여성 무시한 죄… 반쪽 프랑스 혁명

    서양·백인·남성 편견 가득
    가부장 뿌리 날카롭게 고찰

     

    ⊙혁명의 배반 저항의 기억/육영수/돌베개

    '모든 혁명은 목표를 넘어서는 힘, 지배와 착취의 근절을 향하여 노력하는 힘을 풀어놓았다. 그러한 힘들이 쉽사리 패배하고 말았다는 사실은 설명을 요구한다. 권력의 상태도, 생산력의 미숙성도, 계급의식의 부재도 적절한 해답을 제공하지 못한다. 모든 혁명에는 지배에 대한 투쟁이 승리할 만한 역사적 계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계기는 언제나 헛되이 지나가버렸다. 세력의 미숙이나 불균형이라는 이유의 타당성과는 무관하게, 자기패배의 요소가 혁명의 역할 속에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혁명은 배반당한 혁명이다.' - 허버트 마르쿠제

    1789년 원조혁명. 신간 '혁명의 배반 저항의 기억' 속 프랑스 혁명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책은 프랑스 혁명이 박제화됐다고 꼬집는다. 혁명의 추억에 더는 매달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조혁명의 앞뒤와 안팎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과거란 숭배하거나 미워해야 할 무덤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만들어지는 그 무엇'이라는 지론에서다.

    '21세기 초반 우리가 직면하는 사회문제는 노동이냐 생산이냐, 복지냐 공유냐 하는 협박적인 양자택일로 요약될 수 없는 성격을 갖는다. 청소년, 대학생,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대중지식인, 은퇴자, 남녀노소 등 사회구성원들은 동일한 범주로 분류될 수 없는 다양한 욕망의 소유자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결성할 다중시대 새로운 연대의 행진이 역사적으로 올바른 지점에 도달하도록 상호 소통과 감정이입의 창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33쪽)'

    이 책은 먼저 서양, 백인, 남성의 편견으로 서술된 프랑스 혁명에 대한 기존 해석들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에 공을 들인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주류 해석이 가부장적 사고방식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을 페미니스트의 입장으로 재성찰하고, 인권선언문과 아이티혁명 사례에 초점을 맞춰 프랑스 혁명이 노출시킨 서구 중심주의적 한계를 지적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서양사 연구의 권위자인 로버트 단턴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에 대한 지적을 살펴 보자.

    '유감스럽게도 단턴은 여성문제라는 거울에 비쳐 프랑스 혁명의 혁명성을 신중하게 재고하지 않았다. 자유·평등·우애를 남성적 미덕과 동일시한 그는 여성을 조국수호라는 신성한 혁명적 과업에서 제외시킨 것은 자연스럽다고 믿었다. 이런 보수적 태도는 프랑스혁명의 문화적 기원을 아래로부터의 계몽주의라는 진보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단턴 자신의 연구성과와 대비된다. 프랑스혁명을 해석하는 학문적 가부장권의 뿌리가 그만큼 깊고도 집요하다는 반증이리라. (38, 39쪽)'

    책은 또한 프랑스 혁명을 다룬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스크린 위에서 혁명이 어떤 모습과 빛깔로 다르게 재현되는지, 여성 영웅과 나폴레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에는 어떤 메시지가 숨어 있는지를 날카롭게 고찰한다.

    '영상역사학이 가진 여러 장점들 중 하나는 그것이 역사를 종합적 과정으로 재현한다는 점이다. 문자로 쓴 역사가 주제, 지역, 시대 등의 카테고리에 따라 서술대상을 분리해서 취급하는 것과는 달리, 영상으로 쓴 역사는 한 개인이나 집단의 자취를 정치, 경제, 계급, 젠더 같은 다양한 차원을 하나로 융해해서 통합적 이미지를 제공한다. (106쪽)'

    이 책은 특히 프랑스 혁명을 문화적 사건으로 재조명해 하려 애쓴다. 바스티유 감옥의 탈취로 시작돼 1799년 나폴레옹 1세의 쿠데타로 막을 내린 프랑스 혁명의 중요성은 봉건제도의 철폐와 공화정의 수립, 봉건귀족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승리라는 체제 변화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믿음에서다.

    '궁정귀족과 부르주아지가 합작해 이룩한 문명화 프로젝트에 민중저항문화가 순한 양처럼 무릎을 꿇었기 때문에 독재와 언론탄압, 가부장적이며 중앙집권적인 나폴레옹의 제1제정 성립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다시 따져보면, 1789년이 정치경제적으로 부르주아 계층이 봉건세력을 물리쳤던 혁명이었는지는 논란의 대상이 될지라도, 프랑스혁명은 성공한 부르주아 문화혁명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할 것이다. 프랑스혁명이 남긴 역설적인 역사유산이다.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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