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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꿀풀



제주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꿀풀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꿀풀'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꿀풀 (촬영: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장마가 잠시 물러가자 다시 후텁지근한 날입니다. 어제는 중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오름을 다녀왔습니다. 학교 내 클럽활동의 하나인데 제주의 자연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꽃차례가 특이한 산수국도 보고 이름도 재미있는 소태나무, 예덕나무도 봤고 생활에 쓰임이 많았던 닥나무도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산딸기도 따먹고 꿀이 많은 꿀풀의 꽃잎 끝을 따서 꿀을 빨기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전 간식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아이들이 꿀풀의 꽃을 따먹던 일은 흔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인스턴트에 익숙해있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기회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다시 없는 시간입니다. 
     
    꿀풀은 꿀풀과의 여러해살이 풀꽃입니다. 풀밭이나 숲 가장자리 등 햇볕이 잘 드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잘 자라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꽃 가운데 하나입니다. 네모진 줄기는 30cm 정도 밖에 자라지 않고 달걀 모양의 잎은 마주납니다. 꽃은 여름이 시작될 때 핀다고 되어 있지만 제주에서는 5월이면 볼 수 있습니다. 크지 않은 키에 보라색 작은 꽃들이 줄기 끝의 꽃대에 올망졸망 매달려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입술모양으로 생긴 꽃이 특이합니다. 윗입술은 위쪽이 볼록하고 아랫입술은 세 갈래로 갈라져 멀리서 보면 작은 곤충들 붙어 있는 모습입니다.
     
    꿀풀과에 속하는 꽃들은 대부분 독특한 향기와 많은 꿀을 가지고 있습니다. 꿀풀도 예외가 아닌데 이 자산은 매개체를 쉽게 끌어들일 수 있게 합니다. 꽃을 피울 때 가까이 가 보면 윙윙 거리며 꽃잎 속으로 바쁘게 드나드는 벌들이 많이 관찰됩니다. 이처럼 매개체의 출입이 많기 때문에 꽃가루받이를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결실도 빨리 하여 꽃이 피는 기간에 열매를 맺습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이 반복되는 셈입니다. 꽃이 지면 원줄기에서 옆으로 기는 새로운 줄기가 올라와 영역을 넓혀가면서 한 무리를 이룹니다. 한 곳에서 많은 꽃을 피우고 있는 꿀풀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흰꿀풀 (촬영: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꿀풀을 몇 종류로 구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흰색 꽃이 피는 흰꿀풀, 붉은 꽃이 피는 붉은꿀풀, 기는 줄기가 없는 두메꿀풀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꽃의 색깔 등 자라는 환경에서 오는 변이일 뿐 특별한 차이가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종으로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이들은 꿀풀과 같은 곳에서 함께 자라는 것을 간간이 볼 수 있는데 모두 개체수가 적고 자생지가 일정치 않아 변종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꿀풀은 꽃 속에 꿀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이름도 아예 꿀풀입니다. 다른 이름도 많은데 모두 여름에 피는 꽃이면서 꿀이 많은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여름철 꽃이 검게 변한 채 말라 죽는다 하여 하고초(夏枯草)라 하고 꿀이 많은 꽃이라 하여 꿀방망이, 6월이면 꽃이 진다하여 유월초, 꽃 모양이 여름철 보리이삭을 닮았다 하여 맥하고(麥夏枯)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제비꿀풀, 내방풀 등 사람들과 친숙한 만큼 부르는 이름도 많습니다.
     
    꿀풀은 향기가 좋고 꿀이 많아 예전부터 밀원식물로 이용됐습니다. 그러나 사람들과 친숙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약재로 쓰임이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꿀풀의 영어 이름도 '스스로 치료한다'라는 뜻의 Self-Heal 입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약효가 좋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약재로 이용됐던 듯합니다. 꽃을 따서 말려 두었다가 사용하면 염증을 가라앉히거나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고 합니다. 줄기와 잎은 오래된 종기나 눈병에 쓰고 식물체 전초는 해열제나 고혈압에 처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식용하기도 합니다. 싱싱한 꽃으로 샐러드에 섞기도 하고 튀김을 하거나 볶으면 은은한 향기가 좋다고 합니다.
     
    꿀풀의 꽃말이 '추억'입니다. 어른들에게는 꿀풀의 꽃을 따서 꿀을 빨던 기억은 아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생태숲을 찾은 아이들에게 예전 자연에서 즐겨먹던 열매 이야기도 해주고 재미있는 꽃 이야기도 해줍니다. 많은 과일 품종이 개발되어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요즘 아이들에게는 아마 다른 나라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자연을 떠나서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느끼는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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