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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60년이 흘렀지만 DMZ는 '전쟁중'



국방/외교

    [르포] 60년이 흘렀지만 DMZ는 '전쟁중'

    태풍부대 GOP 철책 경계체험 무박2일…식량난 북한군 DMZ 내 임진강서 어로 활동

     

    지난 17일 낮 경기도 연천군 소재(중서부전선) 태풍전망대에서 손이 잡힐 듯 보인 '베티고지'와 '노리고지'는 푸른 신록에 덮여 있었다.

    북쪽에서 내려와 서쪽으로 굽이쳐 흐르는 임진강은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두 고지를 고요히 감싸고 있고 새들의 한가로운 지저귐만이 고지의 적막을 깨고 있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에서 국군과 중공군은 6·25 전쟁 막판 한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노리고지에선 1952년 12월 11일부터 사흘간 중공군 40사단 402연대와 국군 1사단 11연대가 총력전을 벌였고 당시 임진강은 피로 물들었다고 한다. 이 전투에서 중공군 2천700여명과 국군 700여명이 전사했다.

    베티고지에선 정전협정 체결(7월 27일) 직전인 53년 7월 15일부터 이틀간 국군 소대 병력이 중공군 2개 대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당시 김만술 소위가 이끄는 소대는 18시간 동안 수천 명에 달하는 중공군의 19회에 걸친 공격을 막아내는 투혼을 발휘해 일당백의 신화를 남겼다.

    ◈ 정전 60주년…군사적 긴장은 여전

    전쟁의 포성이 멈춘지 60년이 지났지만 남북한은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군사분계선(MDL)까지의 거리가 불과 1㎞ 남짓에 불과한 태풍전망대 양쪽으로는 2중 철책선이 설치돼 있고 기자가 찾은 태풍부대 8소초(GOP·일반전초) 경계병들은 고가 초소에서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양쪽 군대는 2㎞씩 후퇴해 있어야 하나 북한이 68년 협정을 어기고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철책을 설치했고 이후 우리 군도 철책을 전진 배치했다.

    최근 이 지역에선 매일 북한군 7∼8명이 군사분계선이 위치한 임진강까지 내려와 어로 행위를 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군이 수심 1.5∼2.0m에 불과한 임진강을 건너 남쪽 비무장지대로 넘어오면 우리 군은 군사적 대응을 해야 한다.

    우리측 경계병들도 북한군이 어로 행위를 하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8소초 소속 최무진(24) 상병은 "북한군이 식량 부족 때문에 비무장지대에서 어로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로 행위를 하는 동안에 철저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해질 무렵부터 새벽까지 '야간 DMZ 작전'

    지난 17일 저녁 해가 진 뒤 태풍부대 수색대대 장병들이 '야간 DMZ 작전' 준비에 들어갔다.

    실탄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수색대원에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비무장지대 진입을 위해 통문(通門) 앞에서 작전통제관에게 신고할 때도 대원들은 말없이 '받들어 총'을 했다. 북한군에게 포착될 수 있어서 경례를 하면서도 소리를 내진 않았다.

    태풍부대 수색대대 소속 소대장인 한창완(24) 중위는 작전 개시에 앞서 "비무장지대 주도권을 확보하고 침투하는 적을 조기 식별해 포획, 섬멸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며 "매일 같이 목숨을 걸고 조국의 부름 앞에 수색, 매복작전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책에서 50m 떨어진 8소초의 GOP 경계 병력들은 야간 철책 경계근무 투입 전 생활관 앞에서 소초장에게 군장 검사를 받았다.

    8소초장인 김용(25) 중위는 경계 병력의 총기 상태를 확인한 뒤 귀순자 발생시 조치 요령을 교육하고 아군을 적군으로 오인하는 일이 없도록 당부했다.

    ◈ GOP에선 아군이 아니면 적

    '전반 야(夜)'와 '후반 야(夜)' 2교대로 실시되는 야간 경계근무는 밀어내기식으로 이루어졌다.

    초소를 지키던 2인 1조의 경계 근무자들이 철책을 순찰하며 다른 초소로 이동하면 그곳에 있던 근무자들이 또 다른 초소로 옮기는 식이다.

    실탄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경계 병력은 야간투시경을 이용해 비무장지대까지 감시한다.

    장마철에 접어든 지난 17일 야간처럼 비가 내릴 때에는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8소초가 운용하는 A초소에 근무하는 조민행(21) 일병은 "이렇게 비가 내릴 때는 시야가 제한이 되기 때문에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특히 사각지역 감시에 주의를 기울이며 근무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중 북측 지역에서 빨간 불빛이 관측되자 한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 일병은 재빨리 전화기를 들고 소초 상황실에 "전방 12시 방향 3∼4㎞ 지점에서 미상의 빨간 불빛 관측"이라고 긴박히 보고했다.

    초소별로 수차례 근무교대가 이뤄어진 18일 새벽. B초소에 미상의 2명의 인원이 접근했다.

    경계병이 총을 겨두고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00"라며 암구어를 요구하자 상대방은 "00"이라고 답했다. 경계병이 재차 "2"라고 합구어를 하자 "2"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그제야 경계병은 "신원이 확인됐습니다"며 총구를 거뒀다.

    순찰 나온 부소초장이었다.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GOP 지역에선 우리 편으로 확인되지 않은 인원은 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암구어와 합구어라는 이중의 확인 절차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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