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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워크'에…침대도, 주말도 '사무실'



사건/사고

    '카카오톡워크'에…침대도, 주말도 '사무실'

    스마트워크 일환…편리하지만 사생활 경계 넘나들어 고충도

    자료사진

     

    스마트워크(Smart Work): '멀리 떨어져 일하거나 근무하다'.

    멀리 떨어져 일해 '텔레워킹(Teleworking)' 이라고도 불리는 스마트워크가 처음 등장했을 때 직장인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더 이상 쭈뼛쭈뼛 상사의 책상까지 발걸음을 옮겨 면전에서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

    지겨운 서류 뭉치에서 벗어나 지하철에서도 깔끔하게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스마트폰과 3G 네트워크 시대가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하지만, '사무실의 종말'이라며 환호성을 보낸 것도 잠시. 불행히도 사무실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확장돼 우리의 생활 곳곳에 침투했다.

    ◈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을(乙)'의 카카오톡

    직장인 이모(30) 씨의 '카톡'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린다. 지난 주말에도 그랬다.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 서약을 하는 순간에도 이 씨를 찾는 카카오톡은 어김없이 울렸다. 독일 거래처의 S 씨가 업무 관련 일정을 확인해 달라며 메시지를 보낸 것.

    신랑 신부 얼굴 한 번 쳐다보고 카카오톡 한 번 보며 정신없이 답장하던 이 씨는 결국 예식에 결례가 될까봐 식장 밖으로 나가서 답장을 했다.

    "한국에서야 주말이지만 해외 사람들에게는 평일 업무시간이라서 시차도 안 따지고 카카오톡을 보내요".

    주변에서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 씨를 보며 "주말에도 일을 하느냐"고 의아해하지만, 시도 때도 없는 '카톡 공습'에 일과 생활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은 포기한지 오래다.

    시차나 밤낮 구분 없이 아무 때고 울려대는 메신저에 잠을 설치기는 기본, 퇴근을 해도 퇴근한 것 같지 않은 찝찝함마저 남는다.

    그렇다고 무시한 채 다음 날 처리할 수도 없다는 게 직장인들의 고충이다.

    "을인 부하 직원 입장에서는 상사가 우리한테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상사나 거래처로부터 아무리 "부담 갖지 말고 다음날 확인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당장 답변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온다는 얘기다.

    ◈ 한국식 스마트워크의 명암(明暗)

    카카오톡 워크가 등장하면서 편리함과 효율성이 높아졌지만, 동시에 업무량 증가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인 김모(26) 씨가 속한 팀장은 출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서도 아침부터 카카오톡으로 업무 상황을 보고받고 수정해서 다시 보냈다.

    상사가 강요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김 씨는 "모두 은연중에 '카카오톡으로 이야기하면 되니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김 씨는 "팀장님 또한 '자리를 비우더라도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래도 내 눈에는 너무 무리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덧붙였다.

    업무와 개인 공간의 경계가 흐려진 것도 부작용이다.

    또 다른 직장인 최모(28) 씨는 "회사 내에서 이뤄져야 할 공식적인 언행이 카카오톡 채팅을 하다 보면 흐트러져서 서로 할 말, 못할 말을 쉽게 내뱉는 경우도 잦다"고 말했다.

    최 씨의 직장 상사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한밤중에 부하 직원들에게 '짜증 카톡'을 보내는 것으로 원성이 높다. "문제가 있다면 공적으로 제기해야 되는데, 메신저의 특성상 아무 고민 없이 가볍게 말을 한다"는 것이다.

    ◈ 카카오톡 워크 신(新) 풍속도

    방송통신위원회의 2011년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주요 기업 1794곳 중 136곳이 태블릿 PC를 업무에 도입하고 있다. 정부도 2015년까지 스마트워크 환경을 구축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 직장 내의 '빨리빨리' 문화와 사생활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스마트워크와 결합되면서 '한국식'으로 변형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성균과대학교 사회학과 유홍준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매체를 업무에 이용하게 됐지만, 개인 프라이버시 영역을 잘 구분하지 않는 한국 직장 문화가 이를 잘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업무시간이 지난 뒤에도 상사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아무 때나 업무 지시나 문의를 하는 것도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는 문화 때문"이란 것이다.

    특히 한국 직장인들이 사생활을 추구하는 걸 죄악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에 한몫한다. 고용불안정의 사회에서 행여 잘못 보였다간 불이익을 당할까봐서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한국 직장인들도 일보다는 레저나 개인 생활을 지향하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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