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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브랜드 쌀 20%가 가짜(?)라니…1등급에 2, 3등급 섞어 팔기



생활경제

    유명 브랜드 쌀 20%가 가짜(?)라니…1등급에 2, 3등급 섞어 팔기

    양곡관리법 혼합표시제 허점 악용…모르는 소비자들만 피해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농업회사법인을 운영하며 대형 할인매장에 쌀과 잡곡을 납품해 온 김기섭(가명, 전북)대표는 얼마 전, 한 대형할인매장 직원으로부터 부담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매장에서 10kg 한 포대에 3만2천원씩 판매되는 쌀을 2만5천원에 납품했지만 2만2천원까지 낮추라는 통보였다.

    김 대표는 농가로부터 매입한 쌀의 원가와 포장비, 인건비, 유통비 등을 감안하면 더 이상 납품단가를 낮출 수가 없기에 며칠을 고민했다.

    결국 김대표는 고품질 쌀과 저품질 쌀을 혼합하는 방법으로 포장 쌀의 품질을 떨어트려 납품하기로 결정했다.

    현행 양곡관리법도 이를 허용하기 때문에 법을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쌀의 유통과정을 잘 모른 채 할인매장과 쌀 브랜드만 믿고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 양곡관리법의 맹점…8대 2의 비밀

    현행, 양곡관리법은 포장 쌀에 대해 80%를 인정하는 품질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포장지 안에 1등급 쌀이 80%이상 들어있다면 1등급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나머지 20%의 쌀이 2등급이든 3등급이든 상관이 없다.

    이렇다 보니, 평소 소비자들이 믿고 비싸게 구입하는 유명 브랜드 쌀의 경우도 내용물의 80%만이 진짜이고 나머지 20%는 가짜 아닌 가짜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양곡관리법이 혼합표시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혼합은 등급 외 표시로 1등급이 40%이든 50%이든 관계없이 뒤섞어 판매할 수 있다.

    김 대표처럼 양곡 유통업자들이 납품단가를 맞추기 위해 쌀 혼합 비율을 낮출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혼합 표시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쌀 유통과정을 정확하게 모르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 1등급 60% 포함 쌀-> 50%로 낮춰, 기획판매

    김 대표는 그동안 대형 할인매장에 회사 고유 상표로 1등급 60%, 2등급 40%가 섞인 혼합 쌀을 납품해 왔다.

    하지만 대형 할인매장이 요구한 납품단가를 맞추기 위해선 더 이상 1등급 60%를 유지할 수 없기에, 50%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국내 대형 할인매장들이 기획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포장 쌀 상당수가 이처럼 혼합률을 바꾸는 편법을 통해 가격조절이 이뤄진다.

    김 대표는 "대형할인매장의 요구대로 쌀 납품단가를 내릴 수 있는 것도 바로 혼합표시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정직한 방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법을 위반하는 것도 아니라서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소비자들이 쌀 포장지 겉면에 적혀있는 품질표시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가격과 브랜드만 믿고 구입하는 습관적 소비행태를 이용한 상술이 자리잡고 있다.

    주부 김모씨(38세, 경기도 수원)는 "대형할인매장에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경기도 지역의 유명 브랜드인 o쌀을 구입하지만 한 번도 포장지에 적혀있는 품질표시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 본 적이 없다"며 "브랜드와 가격만을 보고 구입한다"고 말했다.

    ◈ 1,700여개 브랜드 쌀 난립…유통 관리 정부는 뒷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쌀 브랜드는 대략 1천7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60여개 RPC와 지방자치단체, 개인 양곡업자 등이 포장 생산해 백화점과 할인매장, 도소매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쌀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정부가 지도단속을 펴는데도 한계가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국내 유명 브랜드 쌀에 대해선 1년에 2차례씩 직접 수거해 혼합비율 조사를 벌이고, 나머지 포장 쌀은 전국 40여개 민간 검사기관에 의뢰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관원 관계자는 그러나 "쌀의 품질을 조사하기 위한 예산과 관리 인력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대형 할인매장에서 판매되는 포장 쌀을 제대로 단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할인매장들이 쌀을 기획 상품으로 판매하면서 1등급과 2-3등급 쌀의 혼합비율을 자유자재로 변경하는 방법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지만 단속하기가 어려운데다, 적발돼도 법으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 밀려드는 수입 쌀…소비자 피해 우려

    양곡관리법 품질표시제는 우루과이 라운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04년 도입했다.

    하지만 일부 대형할인매장과 양곡 유통업자들이 품질표시제를 악용하면서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은 지난 6월 값싼 중국산 쌀을 이른바 '포대갈이' 수법으로 국내산 쌀로 속여 판매한 혐의로 유통업자 4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중국산 쌀과 국내산 묵은쌀을 반반씩 섞어 20kg 5만여 포대를 농협쌀로 재포장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양곡관리법의 품질표시제 허점과 느슨한 정부 단속을 잘 알고 있었던 양곡 유통업자들이 포장지를 바꾸는 수법을 사용했다.

    문제는 앞으로 한중FTA가 발효되면 값싼 중국 쌀을 국내산 쌀과 혼합해 판매하는 불법행위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데 있다.{RELNEWS:right}

    김기섭 대표는 "지금의 품질표시제가 오히려 양곡 유통범죄의 빌미가 돼 왔다"며, "앞으로 국내 농민과 쌀시장을 보호하고 대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포장 쌀의 1등급 비율을 10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얼렁뚱땅 넘어가는 '혼합' 표시를 폐지하고 혼합비율을 정확하게 표시하는 '등급비율' 표시와 이를 바탕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가격표시제'를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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