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의 '자민당 대승 기원' 발언과 관련해 민주당이 김 차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등 여야 모두 비판에 나섰다. 지금이 한일 관계를 재정립할 시점이고, 이를 수행할 중요한 주체인 외교부 고위관계자가 이런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19일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의 '자민당 대승 기원' 덕담에 대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의 두 번째 외교적 망신"이라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자민당이 대승하면 우린 어쩌란 말인가"라며 "아베 정권이 계속되면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의원이 늘 것이고 역사왜곡과 영토 침략 야욕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 역시 구두 논평에서 "정부의 책임 있는 외교 담당자로서 큰 틀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과거, 현재, 미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언행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차관의 발언은 역사왜곡을 일삼는 자민당의 승리를 기원했다는 것 외에, 일본의 야당 등 다른 파트너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교적이지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김 차관이 굉장히 정무적이신데, 왜 그런 발언을 하셨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한일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시점에서 김 차관의 발언 때문에 관련 작업이 차질을 빚는 것이다. 한일 관계는 주로 역사와 관련한 부분에서 여론이 집중되지만, 실제로는 북한 문제 등 안보와 경제분야와 관련한 교루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달 아세안외교장관회의에서 윤병세 장관이 한일 양자회담에서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력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전달한 만큼, 이제는 '안정된 한일관계'를 지향하며 관계를 재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 관계 속에서 아베 정부의 무분별한 우익 행보도 통제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대승 기원' 발언으로 우리 여론에 민감한 한일 관계는 다시 한번 실리를 취할 기회를 잃을 수 있게 됐다. 역사 왜곡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는 별도로, 안보와 경제 분야의 다른 트랙을 가동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역사문제에 민감한 중국이 물밑에서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일본과 접촉하고 있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 차관은 지난 18일 주일 한국대사관 신청사 개관 축하차 일본을 방문해 일본 기시다 외무상에게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크게 대승을 거두시길 기대한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