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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 항소심, 다시 코너 몰리나?



법조

    최태원 SK회장 항소심, 다시 코너 몰리나?

    주장 번복·불리한 진술...'기사회생' 빨간불

    최태원 SK회장. (사진=송은석기자/자료사진)

     

    계열사 자금 수백억 원을 빼내 선물 투자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최태원(53, 구속수감 중) SK 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첩첩산중'이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김앤장'의 변호를 철회하고 '태평양'으로 갈아타는 등 전략을 대폭 수정한 최태원 회장을 두고 '기사회생이냐, 아니면 연패냐' 관심을 모았지만, 재판은 최 회장 측의 주목할 만한 반전을 만들지 못한 채 벌써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항소심에서 최태원 회장 등이 진술을 번복한데 대한 사법부 안팎의 불신이 수그러들지 않는데다 최 회장 측에 불리한 진술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항소심 역시 최 회장 측에 불리하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일단 최태원 회장 측은 항소심 첫 공판에서 1심 주장을 완전히 뒤집어 '불신'을 안고 항소심을 시작하게 됐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관건이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녹록치 않아 보인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최태원 회장 형제는 계열사 자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한 뒤 무속인 김원홍(52)씨에게 수백억 원을 선물투자 목적으로 건넸다는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와 1심 공판과정에서 "형은 모르는 일이고 형 몰래 동생 혼자 벌인 일"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왼쪽), 최재원 부회장. (자료사진)

     

    하지만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형이 동생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최태원 회장에게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고, 최재원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항소심에서 최재원 부회장은 "내가 선물투자를 지시했다는 1심에서의 주장은 허위였다"고 그간의 주장을 번복했다. 최태원 회장도 "펀드조성에는 관여한 것이 맞지만 선물투자를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이 사건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지난 3일 공판에서 최 회장 형제가 주장 번복 사실을 언급하며 "진술 번복한 부분을 마음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증인들이 무슨 생각으로 진술하는지, 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어떤 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 대신 선물투자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원홍 전 SK 해운 고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최재원 부회장 측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와 닿지 않는다"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주장을 한번 번복했다면 이에 대한 신빙성을 검토해야겠지만, 그저 자신의 혐의를 변명하려는 목적으로만 판단된다면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소심에서 증인들의 진술 역시 최태원·최재원 형제 측에 '빨간 불'로 작용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측은 ‘펀드자금 인출은 김원홍 전 고문과 김준홍 전 대표 사이의 개인거래’라고 주장했지만 최 회장 측 증인으로 출석한 김준홍 대표는 법정에서 이같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준홍 대표 측 변호인은 "펀드자금이 어디로 흘러갔고 어디서 변제가 이뤄졌는지 본다면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면서 "451억원 변제는 최태원‧최재원 형제의 대출자금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공판에서는 검찰이 구속된 최태원 회장과 김준홍 전 대표의 접견록을 제시하면서 '혐의 내용을 부인하기 위해 함께 작전을 짠 증거'라고 주장했다.

    접견록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은 최 회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재원이형과 커뮤니케이션 잘 하고 계시고요. 형(최재원 부회장)도 동분서부하며 뛰어다니시더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심에서 최태원 회장 형제가 공동대응하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최재원 부회장 역시 수감 중인 김준홍 전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1심대로 가자는 얘기도 있고 싹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변호사들끼리 엄청 싸운다"면서, "전략을 세우느라 정신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손발을 맞춘 것이 아니다. 진실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도 많은데 검찰이 필요한 부분만 제시하고 있다"며 반발했지만 재판부는 "재판과정에서 가장 힘이 있는 것은 진실인데, 왜 작전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또 다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지난 21일 공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한 김준홍 전 대표는 "최재원 부회장이 사준 휴대전화로 중국에 있는 김원홍 전 고문과 연락했고, 김원홍 전 고문에게 '(김 전 대표)혼자 뒤집어쓰면 된다'는 취지의 진술 지휘를 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또 다른 부장판사는 "재벌들의 경제적 기여도를 고려하곤 했던 기존 판례에 구속되지 않고 양형논리가 중시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SK로서는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을 8월 안으로 열 예정이었다. {RELNEWS:right}

    하지만 최 회장 형제가 기존 진술을 180도 뒤집어 쟁점이 새롭게 등장하는 등 공판 내용이 복잡해지고 예상보다 소요시간이 길어지자 구속만기일이 8월인 김준홍 대표를 별건구속한 뒤 최태원 회장의 구속만기일인 9월 말 이전까지 선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선고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최태원‧최재원 형제가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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