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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 임직원 명의로 된 페이퍼컴퍼니가 조세피난처에서 설립, 운영돼 온 것과 관련한 적절성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에 신고할 만한 사안인지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뉴스타파가 15일 오전 공개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한국인들의 7차 명단에는 예금보험공사와 예보 산하 금융공사 출신 임직원 6명이 포함됐다.
유근우, 김기돈 씨 등 예보 출신과 조정호, 허용, 진대권, 채후영씨 등 예금정리금융공사 임직원들이다. 여기에는 IMF 당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 퇴출된 삼양종금과 동화은행 출신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예금보험공사는 "부실금융기관으로 퇴출된 삼양종금의 해외 자산을 회수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해명했다. 해외 자산이 홍콩과 중국 등에 복잡한 부동산 형태로 돼 있어 신속한 회수가 어려웠기 때문에 불가피했으며, 내부 절차상 적법한 단계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뉴스타파 측은 예금보험공사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의 설립이라는 점에 의혹을 제기했다. "페이퍼컴퍼니의 운영 내역이 감독기관인 금융위와 국회에 보고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예보 측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워낙 오래전 일이라 잘 모르겠지만 부실금융회사 자산의 효율적 회수를 위해 설립을 했고, 이후 자산을 신속히 회수했고, 실제 회수자금이 예보 기금으로 들어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개인 명의로 된 데 대한 신고 여부에 대해서는 "어디에 뭘 신고했고 안했는지는 모르겠다"며 "개인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데 대한 신고는 안한 것 같고 할 의무도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회수 관리 업무를 하면서 페이퍼컴퍼니를 누구 명의로 했는지 보고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에 외국환거래법 관련해 보고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특히 회수 내역에 대해 공적자금 백서를 낸 데다 2000년 4월 삼양종금과 관련해 1,500만 달러를 회수한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직원들이 바뀔 때마다 명의를 변경하는 등 예보가 페이퍼컴퍼니의 당초 설립 취지대로 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자산 회수가 종결된 이후에도 페이퍼컴퍼니를 없애지 않은 점 역시 "페이퍼컴퍼니 매니저가 워낙 복잡하게 만들어놔 소유권이나 자산 관련 소송 등에서 법적실체를 없앨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관련 사실을 추가적으로 파악하는 한편 향후 대응 여부에 대해서도 예보 측의 해명을 들을 예정이다. 금융감독원도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세법 전문가는 개인 명의의 페이퍼컴퍼니의 경우 악용 소지가 있는 만큼, 금융감독 당국이 관련 사실을 신고 받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사후 관리를 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방법을 보고할 사안이 아니라고 한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강남대 세무학과 안창남 교수는 일단은 "조세피난처에 개인 명의로든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국내법에 제약을 받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페이퍼컴퍼니가 당초 설립목적대로 운영되는 지, 혹시 제 3자가 부당이익을 취했는 지 분명히 예보나 감독당국에서 감시를 했어야 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이행됐는 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