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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009사이보그'' ''공각기동대3D'', "위기·희망 사회 코드"



영화

    [인터뷰] ''009사이보그'' ''공각기동대3D'', "위기·희망 사회 코드"

    SF애니 명장 카미야마 켄지 감독 내한…개인과 사회 이상적 관계 그린 작품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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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톰''''의 데츠카 오사무(1928-1989)가 일본만화의 아버지라면 이시노모리 쇼타로(1938-1998)는 일본만화의 제왕으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만화 ''''사이보그009'''' ''''가면라이더'''' 등 공상과학물이 특히나 유명한데, 사이보그009는 요즘으로 따지면 할리우드영화 ''''어벤져스''''와 유사한 설정이다.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히어로가 힘을 합쳐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한다는 내용으로 1964년 첫 선을 보인 이래 20년 넘게 연재됐고 결말이 나지 않은 채 작가가 1998년 타계하면서 미완의 전설로 남게 됐다.

    수 차례 TV시리즈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사이보그009가 이번에는 3D로 리메이크됐다. 원작이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했다면 3D로 리메이크된 극장판 ''''009사이보그''''는 초고층 빌딩 테러 사건이 발발한 현대를 무대로 한다.

    9일 개봉한 009사이보그와 23일 개봉예정인 ''''공각기동대3D''''를 연출한 카미야마 켄지 감독(47)은 일본 SF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명장으로 평가 받고 있다.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각본), ''''인랑''''(연출부)을 거쳐 2002년 ''''미니패트''''로 감독 데뷔한 그는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1995)를 TV시리즈로 옮긴 ''''공각기동대 S.A.C.'''' 시리즈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마모루 감독에게서 ''''이렇게 클 줄 알았다면 싹을 미리 잘라버릴 것 그랬다''''는 농담 섞인 극찬을 듣기도 했단다.

    9일 009사이보그 국내 개봉에 맞춰 내한한 켄지 감독을 만나서 두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 어린 시절 명절특집으로 방영된 사이보그009를 본 기억이 있다. 당시 손가락과 무릎에서 미사일이 나가는 004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004였다.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본 것은 열네 살 때였다. 사이보그009 만화는 여섯 살 때부터 읽었던 것 같다. "가속장치!"를 외치면서 009를 흉내 내는 것이 어린 시절 유행이었다. 이 만화를 보면서 SF라는 장르에 흥미를 갖게 됐다.

    ◈ 원작자 이시노모리는 일본만화사에 중요한 인물이다.

    원작만화는 어린이용 액션 히어로물이면서 동시에 깊은 철학을 담은 일본최초의 만화다. 출발은 소년만화였지만 이시노모리 선생님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테마를 점점 추가하다 보니, 아주 깊은 이야기까지 하게 됐다.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 문제나 베트남전의 정치적인 배경까지 담았다. 심지어 전쟁이 종교적인 문제로 일어나게 됐다는 걸 다루면서 선생님은 신이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그렇게 만화에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측면까지 담게 되었다.

    ◈ 원작이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슬픈 정서를 갖고 있었다. 새로 리메이크된 작품은 어떤가.

    009 죠는 사이보그가 된 것을 굉장히 슬퍼한다. 항상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본인의 능력이 강하다는 이유로 싸움을 강요당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슬픔을 안고 있는 캐릭터다. 이번 영화판에서도 형태를 좀 달리하고 있지만, 그런 정서는 남아있다. 차이라면 과거처럼 단지 외롭거나 슬픈 상황에 머물지 않고 운명을 극복해간다는 점이다. 자신의 힘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고, 그 방법을 찾는 것이 이번 작품의 큰 테마다.

    ◈ ''''인랑''''등을 만든 프로덕션 IG의 특징이 반영된 것 같은데, 쇼타로의 만화와는 달리 극장판 009사이보그에선 사이보그 캐릭터 이미지가 변화됐다.

    테마가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면이 많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물론 이시노모리 선생님의 캐릭터처럼 귀엽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만, 무거운 테마를 다루면서, 이런 테마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느낌의 그림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좀더 리얼한 캐릭터로 바꾸게 되었다.

    ◈ 극장판 009사이보그를 보면 초반부에 누아르 탐정극이나 스릴러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 인상적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러나 정치 액션극 장르를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잘 만들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런 주제의 애니메이션을 잘 만들지 않는다. 그런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그리고 일본은 실사로는 할리우드처럼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실사 영화를 보면 거의 할리우드 수준만큼 영화를 만든다. 일본에서는 그만큼의 실사는 못 만들지만, 애니메이션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 전작인 ''''동쪽의 에덴''''(2009)이나 이번 극장판 ''''009사이보그''''를 보면 미사일 공격이나 테러가 등장한다. 1990년대 중후반 버블 경제를 경험한 일본 사회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맞다. 원래 애니메이션은 즐겁고 재미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어떤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힘든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한다. 난 어릴 때부터 이시노모리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서 베트남전은 왜 일어났을까, 그런 점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내겐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러다 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만화를 좋아하면서도 현실을 직시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처음 생각한 것도 만화를 통해서였다. 나도 애니메이션계에서 일하면서 나의 작품에도 이런 면을 집어넣어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대해서도 흥미를 갖고, 관심을 갖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 작품들을 보면 현실의 위기를 다루면서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담는다.

    2년 전, 일본은 3·11 지진이 일어나면서, 사회적으로 슬픈 경험을 했기 때문에, 어두운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그래서 일본인들이 일단 이 작품을 보면서 힘을 얻기를 바란다. 가능하다면, 겉으로만 우리 힘을 내자, 잘 해보자고 떠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고, 문제를 스스로 온몸으로 느끼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위기와 희망을 동시에 다루려고 한다.

    앞서 동쪽의 에덴의 경우, 일본 학생들의 고민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 작품임에도, 미국과 유럽에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보였다. 유럽에서도 대학생 실업이 굉장히 심각한데,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아, 정말 우리 이야기다"라고 크게 공감해 주었다. 그래서 엔터테인먼트 속에 우리의 생각이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집어 넣는 것을, 나의 스타일로 확립시키고 싶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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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각기동대3D''''와 009사이보그를 3D로 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일단 공각기동대3D는 2006년에 나온 극장판을 3D로 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3D화시켰다. 일본에서는 장편 애니메이션이 3D로 만들어진 것은 공각기동대3D가 처음이었다. 첫 번째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반면 009사이보그는 처음부터 2D와 3D로 같이 제작을 하면서 3D모델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셀 룩을 할 때부터 3D화에 좋으면서 2D애니메이션을 함께 할 수 있는 모델링을 했다. 2D의 감성과 3D의 기술로 3D 완전 입체화하는데 성공한 것이 009사이보그다.

    ◈ 009의 가속 장치가 3D로 어떻게 표현되었는가가 관람 포인트다.

    예전에는 2D로 가속장치를 표현할 때 너무 빨리 움직여서 안 보인다는 식으로 처리했다. 반면 3D의 경우에는 움직이는 모습을 원래 노멀 스피드로 보여주는데, 그의 주변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이나 스톱 모션이 된다. 이제까지의 작품에서는 할 수 없던 부분을 3D로 만들어냈다. 그 장면은 대단한 볼거리를 줄 거다.

    ◈ 009사이보그가 아날로그 사이보그이고, 공각기동대는 디지털 사이보그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사이보그에 공감하나?

    어릴 때는 009를 보고 몸이 기계가 되는 것. 그게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계가 된 슬픔을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어른이 되면서 그 슬픔을 이해하게 됐다. 이번에 공각기동대를 3D로 제작하면서 살아있는 자신의 몸을 상실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이상 저항감을 주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신체의 일부분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것이 부정적인 일이 아니라 오히려 방대한 세계와 이어진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한 부분을 강조해서 그려내고 싶었다. 굳이 어떤 사이보그를 더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긍정적인 사이보그인 공각기동대다. 아날로그 사이보그는 004의 머신건이 좋다. 내가 그렇게 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손가락이 총이 되는 게 멋지다는 생각이다.

    ◈ 공각기동대3D의 쿠사나기 소령은 무정부주의적이고 반항적인 캐릭터다. 남성들이 독점하던 고독한 캐릭터를 여성 캐릭터로 담아낸 것이 인상적이다.

    말씀한 대로, 다른 작품에서는 남자들이 맡을 만한 캐릭터다. 기존의 성별 역할을 바꾸면서 남녀가 다 즐길 수 있는 시리즈가 되었다. 사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있었지만, 영화에서는 중심 캐릭터를 강한 여성으로 바꾸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 009사이보그는 할리우드의 ''''어벤져스''''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설정은 비슷하다. 어벤져스와는 닮은 면이 많다. 하지만 009사이보그가 할리우드와 가장 다른 점은, 적의 존재가 따로 있기보다는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중요한 사건의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이미지가 들어있다. 할리우드에는 이런 면이 없다고 본다. 이 작품을 통해 특정 종교나 특정 국가를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 안의 목소리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중요하다. 이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 수도 있고, 아주 악이 판치는 세계로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할리우드의 권선징악보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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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각기동대 SAC의 엔딩에서 쿠사나기 소령은 공안9과로 복귀한다.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문제, 잃어버린 연대나 유대감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맞다. 내 작품은 모든 면에서 사회와 개인의 대비를 그려내고 있다. 사회와 개인이 상대화되었을 때, 서로 만나지 않고 등을 돌렸을 때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사회의 이익을 너무 우선하면 개인이 소외되어 버리고, 개인의 이익을 너무 우선하면 그 사회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개인과 사회의 이상적인 관계성을 작품을 통해 항상 그려내려고 한다. 나 또한 작품을 만들면서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

    ◈ 차기작 내지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앞으로도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려낼 것이다. 변화라면 지금까지는 리얼한 스타일로 작품을 그렸다면 앞으로는 ''''동쪽의 에덴''''처럼 약간 만화적인 분위기로, 리얼함보다는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싶다. 또한 좀 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많이 첨가되고 부각된 작품을 만들고 싶다. 지금 생각하는 기획은 있지만, 특정 작품을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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