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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국민연금, 섣부른 통합은 재앙 부른다



사회 일반

    기초연금-국민연금, 섣부른 통합은 재앙 부른다

    [국민연금 이대로 안된다②]"세금 쥐어짜도 재원 없다면 증세 논의해야"

    국민연금이 출범 25년째를 맞았다. 짧은 역사동안 두 차례의 개혁을 거쳤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와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기초연금과 맞물리면서 국민연금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5년마다 돌아오는 국민연금 추계(推計)의 해이다. 연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그대로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해외 사례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국내 전문가들을 심층 인터뷰해 국민연금의 앞길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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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년간 잠잠했던 국민연금 논란의 불을 지핀 것은 다름아닌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은 모든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씩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대표 공약으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재원 조달 한계에 부딪히면서 인수위에서 차등지급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인수위는 20일 기초연금을 월 3만원에서 최고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박 당선인에게 최종 보고하고, 국정과제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초연금 차등지급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중요하게 따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초연금에 소요되는 재원 일부를 국민연금 기금에서 끌어다 쓰는 안도 여전히 거론되고 있어 기존 가입자들 반발이 거세지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성격이 다른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동해 해결하려다보니 국민연금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 "국민연금 건드리면 안돼", 연금 전문가 5명 중 4명이 반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국내 연금 전문가들 상당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섣부른 통합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CBS 인터뷰 결과 국내 연금 전문가 5명 중 4명이 통합 운영을 반대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은 다른 성격의 제도로, 기초연금 재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국민연금을 건들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가뜩이나 국민연금 재정이 불안한 상황에서 기초연금 재원을 위해 기금을 빼다 쓴다면 재정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며 "공적 부조 성격의 기초연금과 적립 방식의 국민연금을 섞어버린다면 제도 운영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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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쌓여있는 연기금이 많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추가로 세금을 걷을 필요가 없이 손쉽게 가져다 쓰고 싶겠지만 국민연금은 후세대들이 자신의 노후를 위해 비축해놓은 돈이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고령사회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국민연금 자체를 개혁을 해야하는 마당에 기초연금 비용까지 충당하며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실장은 "재정 불안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와중에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 기금을 건드린다면, 국민연금의 틀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는 "기초연금은 세금을 통해서,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통해서 운영되는 것인데 이 둘을 통합하는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연금제도를 통째로 뜯어 고치지 않는 이상 재정 통합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공적 부조와 적립식 연금을 확실하게 분리한 스웨덴 사례를 언급했다.

    스웨덴은 수년에 걸친 연금 개혁을 통해 공적 부조 성격의 최저보증연금(Guarantee Pension: GP)과 소득비례연금(Income Pension: IP), 완전적립식 개인연금(Premium Pension: PP)을 분리시켜 운영하고 있다.

    연금 선진국들이 공적 부조와 적립식 연금을 분리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만 원칙없이 통합하는 것은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유일하게 국민연금 기금 충당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고갈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있다"며 "당장 옆집 노인이 굶고 있는데, 안방에 400조원의 금은보화를 쌓아놓고 조금도 안도와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 국민연금 가입자들 본전 생각 안나게 기초연금 차등안 조정해야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지급하지 않고, 차등지급하는 데에는 대체로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재원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차등지급이 차선일 수 있다는 것.

    다만, 국민연금 가입 여부가 기초연금을 책정하는 주요 기준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나뉘었다.

    김용하 교수는 "국민연금 안에는 자기가 적립한 금액 이상으로, 후세대에서 끌어오는 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미 그자체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며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따져서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이다"고 찬성했다.

    반대로 이상은 교수는 "국민연금에 가입해도 빈곤한 층이 있고, 연금에 가입안했지만 넉넉한 노인들이 있다"며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중심에 놓고 따지는 것은 논리에도 안맞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재원 문제로 할 수 없이 차등지급을 결정했다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폭을 잘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을 이뤘다. 현재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390만명(2012년 12월 기준) 중 국민연금을 함께 받는 사람이 101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복 수급자들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 가입자들 중 월 10만원씩 보험료를 내고도 연금을 20만원 정도밖에 못받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 만큼, 이들이 본전 생각을 하지 않도록 기초연금 액수를 충분하게 지급해 반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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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 쥐어짜도 재원이 없다면 정공법 택해라

    인수위에서는 국민연금 기금 활용안을 최근까지 만지작거리다 사회적 반발을 고려해서인지 다시 접는 분위기로 돌아선 듯 하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현 단계에서는 2017년 정도까지는 재원조달은 가능하다고 듣고 있다"며 "국민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최대한 자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국민연금 활용안은) 여러가지 생각 중 하나로 마치 인수위의 최종 결정인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씨는 살아있다.

    인수위 초기에 국민연금 활용안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박근혜 당선인이 '기초연금은 세금으로 충당하겠다'고 교통정리까지 했지만 최근에도 안이 폐기되지 않고 비중있게 검토됐다. 국채를 사들이게 해 국민연금을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그만큼 기초연금을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방증인 것이다.

    세금을 쥐어짜도 재원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인수위는 쌓여있는 국민연금 기금에 미련을 못버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차라리 정공법을 택하라고 조언한다. [BestNocut_R]

    윤석명 연금연구센터장은 "재원이 모자라다면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던지,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을 활용한 제 3의 방식을 찾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상은 교수는 "조세감면 혜택을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인 뒤에도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때가서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득 과정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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