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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자 꿈 막는데 그냥 있을 수 없죠"



IT/과학

    "게임 개발자 꿈 막는데 그냥 있을 수 없죠"

    게임 규제 강화 반대 1인 시위 고교생 정예준

     

    서울 세종로 한 가운데 조성된 광화문광장은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우리나라 대표광장이다.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지난해 9월에는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 2012''에 참여한 외국인 참가자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광화문광장은 매일 점심시간만 되면 1인 시위를 하는 시위자들이 모인다.

    모두 그럴 듯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이곳에서는 한 고등학생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곳에서 홀로 시위를 하게 된 것일까.

    칼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한 고등학생이 ''게임 규제 법안 강화''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아직 어린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앳된 외모의 이 학생은 동상 주위에서 기념촬영에만 열중인 관람객들의 먼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낮 12시부터 3시간 동안 혼자서 묵묵히 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경기도 일산 백신고등학교 1학년인 정예준(18).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에 나오게 된 배경을 묻자 "게임개발자가 꿈인데 이러다가는 우리나라에서 게임개발을 하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1인 시위 다음날인 14일 오후 경기도 일산 마두역 부근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날씨는 여전히 추웠지만 그의 표정은 새로운 여행을 앞둔 사람처럼 너무나 해맑았다.

    결의에 찬 모습으로 시위를 하던 어제와 달리 한층 밝아진 표정을 보자 "이번 시위를 위해 준비해갔던 전단지는 모두 나눠줬을까?", "시위를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여러 가지 성급한 질문들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 게임업체 관계자 "미안하고 고맙다"

    잠시 뒤 시위 반응을 묻자 뜻밖의 내용이 나왔다.

    "시위를 마치기 20여분 전쯤 게임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분이 찾아와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하는데 대신 나와줘서 미안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그런 뒤 밥을 사주시면서 게임업계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죠.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그는 이번 시위를 위해 이틀 동안 밤을 새워가면서 사람들에게 나눠 줄 30장의 전단지를 만들었다.

    총 4면으로 구성된 이 전단지에는 ''게임산업 바로알기''라는 주제의 내용이 빼곡히 정리돼 있었다.

    내용도 알차다.

    3면을 보니 ''2012년부터 미국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도 게임 음악 분야가 신설되면서 게임 음악 자체 또한 정식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평소 잘 알지 못했던 설명도 적혀있었다.

    그런데 왜 30장만 만들었을까. 이유를 묻자 고등학생 다운 순수한 대답이 나왔다.

    "프린터가 과부하에 걸릴까봐 30장의 전단지만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모두 나눠줄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1시간 반 만에 모두 나눠줄 수 있었죠. 어떤 할아버지는 시위 현장에서 저를 보시고선 봉사활동 나온 학생이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전단지를 나눠드리고 시위 목적을 자세히 설명했더니 크게 격려해주셔서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 우리나라 대표 게임 개발자가 꿈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만난 친구와 함께 고등학생 게임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친구와 게임을 즐기다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며 뜻을 모았던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들은 현재 자신들이 직접 만든 인디게임개발팀 ''오즈캣''(OZcat)에서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로 참여하고 있다.

    4개월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게임개발 작업에도 나섰다.

    게임개발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자 게임 콘텐츠뿐만 아니라 산업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번에 1인 시위에 나서게 된 것은 이러한 관심이 더해진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게임개발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주말을 이용해 집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서울 강남의 컴퓨터학원을 다니는 열정을 보였다.

    앞으로의 꿈은 엔씨소프트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블레이드앤소울''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했던 김형태 씨처럼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유명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는 것. 이를 위해 게임학과에 진한 한 뒤 게임회사에서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겠다는 포부도 세웠다.

    물론 고등학생 게임개발자로서 일을 하다보니 고충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버 등 장비 구축비용을 마련하는 것과 전문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문제다.

    하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앞으로 더욱 노력해 나만의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고 웃었다.

    그렇다면 게임개발자로서 열정을 보이고 있는 아들을 지켜보고 있는 부모의 반응은 어떨까? 부모가 이러한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묻자 "든든한 후원자"라고 답했다.

    "시위를 마치고 돌아오자 부모님께서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현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앞으로 게임개발자가 되겠다는 꿈에 대해서도 잘해보라고 곁에서 격려해주세요."

    ■ 게임 규제 강화? 계속 시위 할 것

    그는 게임을 가리켜 ''종합문화예술''이라고 정의했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단순한 오락 수단으로 여겼지만 요즘 나오는 게임을 보면 다른 문화와 비교해도 그 가치가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게임 규제 법안이 계속해서 강화된다면 언제든지 시위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에는 여러 가지 순기능이 있습니다.

    이러한 면은 외면된 채 규제만 강화되면 게임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어요. 앞으로도 게임의 참된 가치를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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