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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유가족'의 고통…"나도 따라 죽고싶었다"



사회 일반

    '자살 유가족'의 고통…"나도 따라 죽고싶었다"

    자살 유가족들 '죄책감'과 '사회적인 시선'때문에 고통 더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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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야구선수 故조성민(40) 씨. 조씨는 전 부인 배우 故최진실 씨와 처남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자살 유가족'이었다.

    가까운 사람이 떠나간 충격으로 유가족들은 우울증같은 정신질환은 물론 자살충동까지 겪기도 한다.

    자살은 본인만의 '선택'이 아니라 남겨진 유가족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아버지의 자살 이후 남은 엄마와 딸..."계속 자살하고 싶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김인영(15, 가명) 양.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던 3년전 그 날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경비원으로 일하던 아버지는 평소 술을 좋아했다. 그런 아버지에게 화가 난 어머니는 "자꾸 이래선 안된다"면서 대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날 어머니와 심하게 다툼을 벌인 아버지는 "죽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지만 진심이 아니라 생각한 어머니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뒤 경기도의 한 여관에서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김양의 가족들은 죄책감과 우울감에 계속 자살충동에 시달렸다.

    "어머니가 자꾸 아버지를 따라가겠다고 하시고,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그런 생각을 많이 하시니까 또 저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마음도 약해지고…."

    아버지 쪽 친척들은 연락이 끊겼다. 친척들은 남은 김양의 가족들을 피했다. 눈을 감으면 아버지 생각만 났고, 견딜 수 없는 죄책감이 함께 찾아왔다.

    "주변에서 엄마를 욕하기도 하고 저도 엄마를 욕하기도 했어요. 원망을 하면서도 제 잘못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죄책감도 너무 컸고, 정말 죽고싶은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우연히 관련 상담센터에 글을 남긴 김양은 다행히 도움을 받아 치유되는 단계지만, 아직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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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 생존자' 연간 10만명 시대…'죄책감'과 '사회적 시선'이 가장 힘들어

    '자살 생존자'는 김양같이 자살자가 떠난 뒤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유가족들을 일컫는 말이다.

    2011년 기준으로 1만 5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할 때 유족과 친구 등 자살에 따른 영향을 받는 사람, 즉 자살 생존자는 연간 약 10만명에 달한다.

    유가족들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가족들을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자살을 한번 목격한 사람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선택항 중 하나로 '자살'을 두기 쉽다는 것이다.

    가톨릭대 홍현숙 교수는 '가족의 자살사망이 유가족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우리나라 자살 생존자의 경우 진료비가 2.9배, 정신과적 의료 이용은 4.6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경남 자살유가족지원센터 하선주 상담사는 "일반적인 죽음과 자살은 일반적인 정도가 아니라 상상할 수 없을만큼 다르다.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는 건 물론 유가족이 느끼는 자살충동도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9년 큰딸이 자살하자 한달 뒤 둘째딸이 언니가 보고싶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왜 자살자를 돌봐주지 못했느냐"며 유가족을 오히려 가해자로 인식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스스로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박재영 사무관은 "유가족 스스로 나와 도움을 청하고 뭔가 요구를 하는 것도 필요한데 사회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BestNocut_R]

    현재 각 지역별로 자살유가족지원센터가 마련돼 있고 생명의 전화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서도 상담전화 등을 운영하고 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자조모임 등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전문가들은 자살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상담과 유족 자조모임을 늘리는 한편,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등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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