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항암신약 주권 확보 팔 걷었다



생활/건강

    항암신약 주권 확보 팔 걷었다

    CBS노컷뉴스·국립암센터 공동기획 -암치료 패러다임이 바뀐다
    ③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

    2010년 1월 기준 국내 암환자는 모두 80만 명. 노년인구의 확대 등에 따라 암 발생률은 해마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행히 국민건강의 최대 복병인 암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덩달아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국산 항암신약 개발, 다학제적 협진 등 새로운 시도들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 국립암센터와 공동기획으로 암 극복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11

     

    ◈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은 우리에겐 한낱 꿈인가. 치명적인 전염병이나 암이 창궐하더라도 우리는 나와 가족의 생명을 지킬 신약 자주권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인가. 이는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7월 항암신약개발사업단을 닻 올린 배경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글로벌 항암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팔을 걷어부친 것이다.

    제약업계 분석에 따르면 한 개의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평균 10년이 넘는 기간과 1조 원이 넘는 거액이 들어간다.

    이마저도 성공 확률이 10%를 밑돌아 도박에 가까운 것으로 치부된다.

    반면 성공시 돌아오는 대가는 크다.

    혁신신약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론칭할 경우 해마다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거머쥐는 돈방석 위에 올라앉는다.

    신약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온 혁신신약의 거의 모두는 미국, 유럽의 다국적제약사의 것으로 우리는 현재 제품 공급을 이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혁신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퍼져 온 국민이 공포에 떠는 데도 백신이 없어 판권을 가진 다국적제약사의 입만 쳐다보던 지난 2009년과 같은 아찔한 사태의 재연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0월 이후 산학연(대학, 정부출연구기관, 벤처기업 등)을 대상으로 항암신약 후보물질을 공모해 90개가량을 심사평가했고, 현재 이중 7~8개를 글로벌 항암신약 후보물질로 선정해 개발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국립암센터 항암신약개발사업단의 김인철 단장은 지난 1년여의 성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사업단의 임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세계 시장에서 통할 글로벌 항암 신약을 개발해내는 것이다.

    사업단은 하지만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과 임상시험을 거쳐 판매 허가에 이르는 신약개발의 전 과정을 두루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김 단장은 이와 관련해 "국내 산학연의 신약후보 물질 발굴자들로부터 후보물질을 이전받아 직접 신약개발을 하는 방식"이라면서도 "후보물질에 대한 전임상(동물실험)과 암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를 확인하는 초기임상(임상1상, 임상2상a)까지로 사업 영역을 한정해 신약개발의 병목구간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둔다"고 밝혔다.

    글로벌 신약 개발은 그동안 우리에게 '넘지 못할 산'으로 여겨져 왔다.

    지난 20여년간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이 20여 종을 웃돌지만 연 매출 5000억~1조 원이 넘는 글로벌 신약은 아직까지 전무한 실정이다.

    혁신신약의 개발을 위해서는 천문학적 투자비 이외에도 글로벌 임상시험과 판매 역량을 두루 갖춰야 한다.

    정부는 왜 다국적 제약사들의 영역인 혁신신약 개발에 직접 뛰어든 것일까. 왜 신약 중에서도 항암제 분야로 국한한 것일까. 김 단장은 "신약개발은 1조 원 이상의 투자비가 드는 반면 성공확률은 10%를 밑도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high risk) 분야로 어느 한 기업이 감당할 수 없다"고 이유를 말했다.

    항암제에 집중하는 데 대해서는 "항암제는 월 치료비가 최고 20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값비싼 것이어서 건강보험 재정에 큰 압박이 되고 있다"며 "암 발생률이 해마다 치솟아 20~30년 뒤에는 사망자의 2명 중 1명이 암 환자로 예측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사업단은 임상의사나 연구소 등의 후보물질 발굴자로부터 물질을 이전받아(license-in), 동물실험·임상2상시험 등을 진행한 뒤, 글로벌 개발 역량을 갖춘 국내 또는 다국적 제약사에게 기술이전(license-out)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6년까지 2개 정도의 글로벌 항암신약을 탄생시킨다는 게 목표다.

    사업단은 출범 이후 모두 4차례에 걸친 후보물질 공모를 진행했다.

    7~8개로 압축된 후보물질 중에는 각각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폐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다중표적 키나제가 포함됐다.

    혈액암과 피부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항체 개발도 진행 중이다.

    사업단이 신약 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후보물질 발굴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직접 개발에 뛰어드는 것부터가 그렇다.

    내부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국내외의 다양한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를 최대치로 활용하는 이른바 '가상 통합형 신약개발 조직'(virtual drug development venture) 방식을 통하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사업단이 실험실 한 개 갖춰놓지 않고 있는 이유다.

    김 단장은 "이같은 가상의 운영 방식은 미국 국립암센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전례없는 시도"라고 말했다.

    김인철 단장은 LG생명과학 CEO 출신으로 재직 당시 미국 FDA 승인 항생제인 '팩티브'를 개발해낸 장본인이다.

    토종 신약개발의 꿈을 향한 도전에서 최대 복병은 예산 부족이다.

    사업단의 김 단장과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이 실탄 확보를 위해 직접 나서 백방으로 뛰고 있는 이유다.

    김 단장은 "미국처럼 민간자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우린 그렇지 못하다"고 현실을 말했다.[BestNocut_R]

    김 단장은 "항암제는 공공성 측면에서 어떤 신약개발 분야에 비할 바 아니다"라면서 "우리나라가 스위스나 네덜란드 같은 강소국처럼 고도화한 산업구조를 갖추려면 신약개발 같은 고부가산업에 매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