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4일 오후 중앙선관위 주최 첫 TV토론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박 후보는 위기극복의 리더십을, 문 후보는 정치쇄신을 강조하면서도 권력형비리와 안보관 등 주요 쟁점에서 충돌했고, 이정희 후보는 "박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며 박근혜 후보 저격수 역할을 자임해 시종일관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을 비교적 자제한 반면, 이정희 후보는 ''지지율 1%'' 후보가 토론회 분위기를 좌우할 만큼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이 후보 변수의 영향으로 박 후보가 코너에 몰리고 문 후보가 토론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 권력형 비리 근절방안= 본격적인 첫 충돌지점은 권력형 비리 근절방안에서 시작됐다.

박 후보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부산저축은행 조사를 담당했던 금감원 국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 "정무특보로 있을 때 아들이 공공기관에 부당하게 취업한 것도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 "최근 집을 사면서 다운계약서를 쓴 것도 확인됐다"고 문재인 후보를 겨냥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새누리당이나 박 후보 선대위에서 네거티브 선거를 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는데, 박 후보의 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 후보조차 네거티브를 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반격했다. 그는 "금감원은 현재 이명박 정부 관할 하에 있는데 압력을 행사했다면 진작 밝혀졌을 것"이라며 "네거티브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 안보관, ''퍼주기vs안보무능'' 설전=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는 안보를 강조하지만 실제로 보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 등 안보에 구멍이 뚫리지 않았냐, NLL이 무력화됐다"며 "최근 발생한 휴전선 노크귀순 사건만 봐도 이명박 정부의 안보무능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진짜 평화와 가짜 평화는 구분돼야 한다. 퍼주기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며 "확고한 안보의 바탕 위에서 ''도발하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강력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한편으로 신뢰구축 노력을 병행해 얻어지는 평화가 진짜평화"라고 맞섰다.

◆ 정치쇄신=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정치쇄신 분야에선 별다른 충돌을 보이지 않았다. 박 후보는 신뢰와 통합의 정치, 깨끗한 정치, 기득권을 버리는 정치를 강조했고 문 후보는 적대와 대결의 정치를 종식하고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문 후보가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만들고 상시 운영할 용의가 있냐"고 묻자 박 후보는 "그렇게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인지 잘 검토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이정희 후보는 "박 후보의 새누리당이 정치혁신을 말할 자격이 있냐. 한국정치 쇄신의 핵심은 새누리당을 없애는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고, 박 후보는 "진보당은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고 애국가도 안 부르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냐"고 맞대응했다.

◆ 찬바람 불었던 박근혜 vs 이정희 격돌= 2시간 가까운 TV토론 내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작심 발언이 이어졌다.

이 후보는 "박 후보는 권력형 비리를 장물로 월급받고 지위를 유지하며 살아온 분"이라며 "박 후보가 이사장이던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지태씨를 협박해 뜯어낸 장물 아닌가, 새누리당은 비리가 굉장히 많은데 박 후보가 지지율을 지키느라 꼬리자르기할 것 아니냐, 측근비리가 드러나는 즉시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할 의향이 있냐"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특히 "전두환 정권이 박정희 대통령이 쓰던 돈이라며 박근혜 후보에게 6억원을 주지 않았느냐"고 추궁해 박 후보로부터 "저는 자식도 없고 아무 가족도 없는 상황이다. 나중에 그것은 다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아냈다.

두 후보는 애국가 부르는 문제와 대형마트 규제, 제주해군기지 날치기 등에서 사사건건 부딛쳤고, 박 후보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성(姓)을 잘못 얘기한 것을 놓고도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계속된 공세에 심기가 불편해진 박 후보는 "이 후보는 오늘 아주 작정하고 네거티브를 해서 박근혜를 어떻게든 내려앉혀야겠다고 하나보다"라고 따졌다.

특히 박 후보가 토론 막판에 ''단일화를 주장하면서 이런 토론회에 나오고, 나중에 후보 사퇴하게 되면 국고보조금을 그대로 받는데 도덕적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이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 TV토론에 나왔다"고 답변해 두 후보간 신경전이 극에 달했다.

◆ 이정희 vs 문재인= 이 후보는 같은 야권후보인 문 후보에게도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재벌과 권력의 유착이 권력형 비리의 핵심"이라며 "삼성 장학생이 참여정부 집권 초기 장악했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삼성 장학생이 참여정부를 장악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참여정부가 재벌개혁에 대해 제대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크게 반성하면서 다음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재벌개혁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조발언= 박근혜 후보는 "이번 대선은 우리나라가 준비된 미래로 가느냐 실패한 과거로 돌아가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라며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국민 마음을 모으는 통합의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산층 복원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중산층 70% 시대를 여는 민생대통령이 돼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BestNocut_R]

문재인 후보는 "상대를 실패시켜 성공하려는 정치, 서로 싸우려는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며 "서로 싸우지 않고 정치보복하지 않는 상생의 정치, 품격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정치를 강조하고 있는 안철수 전 후보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지난 5년간 참극을 만든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절대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서로 잘했다" 상반된 평가= 첫 TV토론이 끝나자 새누리당 안형환 대변인은 "박 후보가 준비된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통일.외교.안보.정치 분야에서 구체적 정책으로 충분한 국정운영 능력을 보였다"고 자평했다.

반면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은 "문 후보가 국정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권능력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제시함으로써 정치쇄신 측면에서 박 후보와 명확히 차별화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