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노조 부산지부가 지난 9일에 이어 2차 총파업을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지역 조리종사원의 처우가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봉제 도입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급식 조리종사원들의 근무환경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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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조리사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방광염까지…"10년째 초등학교 급식 조리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필선(48)씨는 하루 업무를 시작하기 전 꼭 화장실부터 다녀와야 한다.
오전 7시 40분, 일이 시작되면 학생들의 점심 배식이 이뤄질 12시까지 눈코 뜰새 없이 바빠 화장실에 갈 단 1분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주방은 음식을 익히는 불기운 때문에 1년 365일 한증막이지만, 행여나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봐 물 한모금 마음 편히 마시지 못한다.
이 씨는 "화장실 한 번 가려면 앞치마, 장갑, 두건, 장화 다 벗는 데만 10분 넘게 걸리는데, 시간을 비우는 만큼 동료의 일이 많아져 피해를 주는 게 싫어 참는다"며 "조리종사원들 대부분이 심한 방광염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리원 최낙숙(49) 씨는 경력 10년 차인 베테랑인 만큼 웬만한 음식 앞에서 겁을 내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밥 담당인 날은 일터에 나가기 전부터 근심 걱정이다.
한 솥 당 30킬로나 되는 밥솥 10개를 들었다 놨다하는 것은 기본.
15킬로 이상은 반드시 두 명이 들어야한다는 조리 안전규칙이 있지만, 부족한 일손에 지켜지기 만무하다.
최 씨는 "허리에 파스를 늘 붙이고 산다"며 "하루에도 수 천 번 수저를 쥐었다폈다 하다보니 평상시에도 손가락을 제대로 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민주노총 조사에 따르면 학교 급식 조리사 95%는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고 있고, 60%는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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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조리 종사원, 1명당 214인분…전국 최고 수준 부산지역 조리 종사원들의 근무환경이 전국에서 가장 열악하다는 통계자료까지 나왔다.
학교비정규직노조 부산지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 급식조리원 1명이 하루에 준비하는 음식은 평균 216인분으로 최고 300인분을 넘게 마련하는 초등학교도 있다. 타 지역인 제주 70인분, 대구 130인분, 울산 140인분 보다 월등히 많으며,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고 손꼽히는 서울 194인분 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같은 차이는 서울시 등 타 시도가 조리원들의 급여를 전액 지원하고 있지만 부산시는 월 10만원 남짓만 보조해주고 있어, 학교 측에서는 인건부 부담에 조리원 충원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리종사원들은 오전 7시에 출근해 하루 9시간여 일하지만 밥 먹는 10분을 내지 못해 고무장갑을 낀 채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받는 1년차 월 급여는 96만 6천원.
여기에 계약직으로 고용된 조리종사원들은 호봉이 인정되지 않아 19년 이상 근무해도 1년차보다 겨우 13만원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미 한계에 이른 노동강도에 부산지역 조리종사원들이 집회를 갖는 등 고통 섞인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조리종사원들은 10년을 일해도 1년차와 별반 차이 없는 급여에 호봉제 도입과 처우 개선 등을 적극 요구하고 나서며, 지난 9일에 이어 2차 총파업을 경고하고 있다.[BestNocut_R]
이에 대해 조리사들의 고된 환경을 감독하는 부산시 교육청 담당자는 "부산 조리종사원의 근무강도가 전국에서 상위권인 것을 알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당장 인력충원의 길이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