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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전자 박환우 사장 "상생 말하지만 중기 갈수록 어려워"



기업/산업

    성호전자 박환우 사장 "상생 말하지만 중기 갈수록 어려워"

    [CEO가 추천한 CEO ①]

    불황이 아닌 때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불황이 일상화됐다. 위기감이 전염병처럼 퍼지면서 '기업가 정신'은 사전에서나 찾아봐야 할 단어로 인식될 정도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깊다.

    하지만 숨은 곳에서 열심히 밭을 가는 '농부'같은 중견·중소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어려운 기업 환경 속에서 땀방울로, 도전정신으로 무장해 역경을 헤쳐나간 기업인들이 의외로 많다.

    CBS는 이런 중소·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발굴해 소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첫 회를 제외하고 모두 앞서 인터뷰한 CEO가 추천한 CEO를 찾아가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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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식동물이 어느 정도 있어야 육식동물도 살 수 있다."

    국내 1세대 첨단 부품업체인 성호전자 박환우 사장을 인터뷰를 마친 후 가장 뇌리에 남는 말이었다. 그가 말하는 초식동물은 중소기업이다. 물론 육식동물은 대기업을 말한다.

    TV용 필름콘덴서 시장 점유율 1위로 지난 2001년 코스닥에 등록한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 사장이지만, 국내 산업 생태계가 아직 척박하다는 인식을 감추지 않았다.

    "정부에서 상생이나 동반성정을 추진하지만 갈수록 중소기업에 물류비 등을 힘의 논리로 전가하는 게 많다. 대기업들이 (정부 정책을) 잘 빠져나간다."

    박 사장은 자못 비장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이 있었느냐"고 묻자 몇 초간 머뭇거리다가 입을 닫았다. 그리곤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아마도 대기업인 거래처를 의식한 듯했다.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해 (대기업과) 동등한 관계가 돼야 하지만 말처럼 쉽게 안 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성호전자는 콘덴서(전기를 축적하고, 직류전류를 차단하면서 교류전류만 통과시키는 부품)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22년(전신회사까지 합치면 40년)의 역사를 가진 나름 탄탄한 중소업체다.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과 미국 플렉스트로닉스, 일본 파나소닉, 대만 델타전자, 중국 하이얼 등 내로라하는 업체를 고객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법인을 포함해 1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렇지만 "인력과 자금이 너무 대기업에 쏠리는 양극화가 심해" 회사를 운영하는 게 녹록지 않다는 게 박 사장의 말이다.

    사회인식이 아직 대기업을 선호해서 고급 인력을 끌어들이기가 어렵고, 기술이 쌓인 경력직은 대기업으로 많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또 부품 분야는 꾸준한 기술개발이 관건인데 연구개발(R&D)이 즉시 효과가 나지 않은 점도 쉽지 않은 대목이다.

    "전자 분야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흑백TV에서 평판·스마트TV로 자꾸 변해서 발맞춰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한다."

    그렇다고 현실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 사장은 "지금은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저장장치(축전기)나 하이브리드 차량에 쓰일 콘덴서개발을 힘을 쏟고 있다"며 회사의 제품 전략을 소개했다.

    성호전자는 관련 제품을 이달과 다음 달 각각 홍콩과 중국, 독일 등에서 열리는 전자전시회에 출품할 예정이다.

    일본은 지난해 대지진 사태이후 신생 에너지쪽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지만 성호전자는 후발주자다.

    본인에 대해 물었다. 그는 원래 지난 2002년 CFO(최고재무담당자)로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 수출입은행에서 20년간 일했다. 은행에서는 노조위원장도 했다.

    하지만 중학교 동창인 박현남 회장이 함께 사업할 것을 권유해서 이쪽에 발을 담그게 됐다. 얼핏보면 '친구따라 강남 간 격'이지만 박 사장은 은행에서 취득한 금융, 수출 관련 지식으로 회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BestNocut_R]

    사실 본인도 인천 남동공단 지점 등에서 중소기업을 많이 상대하면서 사업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건설 노동자와 공장 근로자로 일하다 고등학교 검정과정을 거쳐 남들보다 3년 늦은 1976년 대학에 들어갔다.

    박 사장이 말해준 친구인 박현남 회장의 이력도 특이했다. 그는 지난 1977년 성호전자 전신인 진영전자에 입사해 10년 만에 회사 대리점을 차리고 독립했다가 2000년 회사를 인수했다.

    자기가 다니던 회사를 사들인 것이다.

    친구 간에 의기투합한 성호전자가 10년 후엔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기대해 본다.

    ※박 사장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의약품 전문회사인 휴온스의 윤성태 대표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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