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
26일 수원컵 프로배구 대회 정상에 오르며 17년 동안 이어온 무관의 한을 풀어낸 LIG손해보험. V리그 5연패에 빛나는 최강 삼성화재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정상에 올랐다.
지난 시즌 6위에 그쳤던 무기력한 모습과는 차원이 달랐다. 주포 김요한(200cm)이 결정적인 순간에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고, 이경수(33, 198cm)도 베테랑답게 든든하게 뒤를 받쳤다. 하현용(197cm)이 가세한 센터진도 높이를 보강했고, 세터 이효동도 안정을 찾으면서 비로소 팀 워크가 원활해졌다. 수비 조직력도 끈끈해졌다.
수원컵 우승으로 정상급 전력을 확인한 LIG는 일약 오는 11월 열릴 V리그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과연 LIG가 지난 1976년 창단 이후 첫 겨울리그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LIG의 첫 우승 가능성과 해법을 짚어본다.
▲비로소 완성된 공격 ''삼각 편대''LIG의 최대 강점은 막강 화력이다. 국가대표 김요한과 이경수가 이끄는 공격 라인은 어느 팀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김요한은 지난 시즌 V리그에서 득점 5위에 올랐다. 경기 평균 23점 이상으로 국내 선수 가운데는 단연 1위였고 김요한 앞에는 모두 가빈, 안젤코, 수니아스, 마틴 등 외국인 선수들이었다. 용병급 활약을 펼쳤다는 뜻이다.
이경수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사상 첫 통산 3000득점을 돌파한 선수다. 용병들이 가세한 2005-06시즌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33살 노장 대열에 들어섰지만 이번 수원컵에서 평균 13.5점을 뽑아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카메호가 화룡점정을 이룬다. 쿠바 국가대표 출신 카메호는 207cm의 장신 공격수다. 흑인 특유의 탄력까지 더하면 V리그를 평정한 가빈(207cm)의 높이를 능가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김요한은 "아직 함께 코트 훈련은 못했지만 가빈보다 높으면 높았지 절대 낮지 않다"고 말했다.
세터 출신이라 볼 센스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경석 LIG 감독은 "김요한이 신체 특성 상 라이트를 맡고, 센스가 좋은 카메호는 레프트로 쓸 것"이라면서 "이제야 삼각 공격 편대가 완성됐다고 해도 좋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외에 백업 공격수 주상용(198cm)도 언제든 출전이 가능하다. 공격진만큼은 가히 최강이라 할 만하다.
▲세터 이효동의 성장…센터 하현용 가세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그동안 LIG가 그랬다. 국가대표급 공격진을 보유하고도 우승이 좌절됐다. 오죽하면 이경수, 김요한이 "공격력이 워낙 좋아 우승후보라는 말은 매 시즌 들어왔다"고까지 할 정도다. 막강 화력을 이끌어낼 세터가 2% 부족했다. 지난 시즌도 LIG는 주전 세터를 트레이드하는 등 어수선했다. 새내기 세터 이효동(23)이 안방살림을 맡았지만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주전 세터 기용을 놓고 선수단 내부의 잡음도 일었다.
하지만 이경석 감독이 구단의 미래를 위해 이효동을 키우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효동은 명세터 출신 이감독의 지도 하에 기량이 크게 늘었다. 이번 수원컵 예선에서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결승에서 안정적인 볼 배급과 블로킹 4개를 곁들이는 깜짝 활약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이감독은 "원래 1세트 기용하고 안 될 경우 김영래를 넣을 생각이었다"면서 "그러나 이효동이 잘 해줬고 조금만 더 노하우가 생기면 V리그도 잘 치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효동도 "기본을 중시하는 감독님의 지도를 잘 받고 있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여기에 군 제대한 하현용(197cm)이 가세하면서 센터진도 두터워졌다. 하현용은 지난 시즌 ''경기 조작'' 사태 때 LIG가 혹시라도 연루되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할 만큼 아꼈던 재목이다. 하현용은 이번 수원컵 결승에서 고비마다 블로킹 4개를 잡아내며 첫 우승에 기여했다. 기존 김철홍(198cm)과 호흡만 더 가다듬으면 높이도 다른 팀 부럽지 않을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얇은 선수층 · 모래알 조직력, 극복이 변수
주상용
그럼에도 LIG의 사상 첫 우승에는 의문 부호가 남을 수밖에 없다. 주전과 비주전 사이의 실력 차와 우승이 전무했던 경험 부재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이경석 감독은 수원컵 우승 후에도 "선수층이 얇야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요한과 이경수 등 주전들이 부상이라도 생기면 공백을 메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LIG는 지난 시즌 잘 나가다가 이경수가 갑작스러운 ''흉곽출구증후군'' 부상으로 빠지면서 무너졌다. 올 시즌도 이경수가 나가면 당장 수비와 리시브를 맡아줄 요원이 절대 부족하다. 2년 차 조성철(191cm)이 있지만 경험 등 모든 면에서 이경수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그동안 모래알이라고까지 지적받았던 조직력도 믿음을 주기에는 아직 이르다. 수원컵에서 끈끈한 수비 조직력을 보이기는 했지만 큰 경기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조직력 배구의 진수 삼성화재나 최강의 국내 멤버를 보유한 대한항공에 맞서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그동안 강력한 공격진에도 고비마다 수비에서 무너졌던 기억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남은 것이다.
이경석 감독은 수원컵 대회 기간 내내 "대한항공은 선수층이 두텁고 삼성화재는 선수들이 이기는 방법을 안다"고 부러워했다. 올 시즌 V리그까지 남은 시간은 2개월 남짓. 과연 LIG가 첫 겨울리그 우승의 비원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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