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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를 넘나드는 아프간 ''사격장의 아이들''



미국/중남미

    생사를 넘나드는 아프간 ''사격장의 아이들''

    미군 사격장서 고철수집하다 부상 잇따라...미군 "비용 비싸 철조망 설치 안해"

     

    올해 18살인 압둘 라흐만은 두 손을 모두 잃었다.

    4년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사격장에서 고철을 줍다가 40mm 고폭탄 불발탄이 터지는 바람에 오른 팔꿈치 아래를 잃었다. 최근에는 양들에게 풀을 먹이러 미군 사격장 부근을 갔다가 불발탄에 왼손마저 잃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그의 병상 옆에는 같은 동네에 사는 샤 모하메드(10)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바꿔 먹을 고철을 주으러 바그람 기지 인근 사격장에 갔다가 역시 40mm 불발탄이 터지면서 머리와 척추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칼리 잔(10)도 사격장에서 고철을 줍다가 불발탄인줄 모르고 계란만한 40mm 불발탄을 발로 걷어찼다가 두 다리를 잃었다.

    이처럼 아프간 주둔 미군의 ''이스트 리버 사격장''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미군 당국은 철조망이나 경고문조차 제대로 설치해 놓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한국시각) 보도했다.

    WP는 미 국방부 지침에 따르면 ''사격장 주변에는 담장이나 장애물, 표지판을 설치할 수 있다''고 돼있으나 미군은 ''비용이 많이 들어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설치돼 있는 경고 표지판도 아프간 언어가 아닌 영어로만 돼있다고 꼬집었다.

    WP는 이어 "미군 당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법률상담소를 열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프간 부상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법률 상담소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격장 주변에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것. 아프간 정부가 난민들의 귀국과 정착을 위해 사격장 인근에 무료주택을 제공하면서 인구가 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유목민 출신의 극빈계층이어서 위험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사격장을 찾고 있다. 고철 5kg을 수집해 얻는 1달러는 이들의 주요 생계수단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처럼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미군 사격장에 불발탄이 얼마나 많은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소련군이 남긴 대인지뢰를 해체하기 위해 ''지뢰해체 작업단''이 활동하고 있지만 미군 사격장 내에는 들어갈 수 없도록 돼있다. WP 기자가 현장을 조사한 결과 사격장 내 사방 28m 공간에서 불발탄이 무려 7개나 발견됐다. 이 불발탄들은 반경 5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을 죽거나 다치게 할 수 있다.

    WP는 지난 3년간 이 사격장에서 숨진 민간인이 11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은 민간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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