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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은교'' 박해일, 늙은 야누스를 향한 인내와 갈망 또 자신감



영화

    [인터뷰]''은교'' 박해일, 늙은 야누스를 향한 인내와 갈망 또 자신감

    70대 노인 분장 통해 인내심 얻었다고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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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삭발한 머리카락은 어느 새 자라 파릇파릇한 새싹처럼 싱그러웠다. 박해일은 "겨울을 견디고 돋아난 잔디같은 느낌인가요"라며 웃었다. 30대의 몸으로 70대의 영혼에 쑥 빠지는, 자신의 한계를 실험하는 도전을 마친 영향일까? 왠지 눈에서 광채가 난다고 하자 "봄이라서 그런가"하며 딴청이다.

    화제작 ''은교''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박해일은 무척이나 특별했던 이번 작업을 떠올리며 만족함을 표했다. 그는 "스크린에 보여지는 모습 자체가 지금 내 모습이 아닌, 특수분장을 통해 물리적 나이대가 70대인 노시인이니까…그게 가장 크다"고 운을 뗐다.

    특히나 지금껏 이 영화만큼 당혹스러웠던 캐스팅 제의가 있었던가.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큰 용기가 필요했겠구나, 결론적으로 큰 도전이었고 어찌됐건 용기내서 해보니까 얻어가는게 많구나, 제 자신한테 나쁘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70대의 감정을 연기하는 것도 도전이었지만 물리적으로도 꽤나 큰 고통을 감내했다. 정지우 감독은 앞서 "박해일의 믿어지지 않는 인내심이 있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다. 8시간 특수분장의 내막을 들어보니 단순한 공치사가 아니었다.

    "만약 아침 8시에 촬영할게요하면 전날 밤 11시경에 특수분장팀과 연출부 1명, 제작부 1명이 촬영장소에 모였다. 그때부터 분장을 시작하면 8시 거의 다 돼 끝났다. 그럼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촬영은 특수분장 상태를 고려해 12시간을 넘길 수 없었다. 박해일은 "촬영이 끝나면 분장을 지우는데 또 2시간 가량이 걸렸다. 그럼 거의 자정이 됐다." 다행(?)이라면 또 다시 특수분장을 하기 위해선 24시간을 쉬어야 했다. 때문에 촬영은 격일로 이뤄졌다.

    "감독님 입장에선 촬영시간이 한정돼있으니까 힘들었을 것이다. 또 특수분장팀들의 고생도 말이 아니었다. 온갖 관절염을 달고 살았다." 박해일의 고생 또한 녹록치 않았다. 살짝 조는 정도만 가능했지 팔이나 손 등도 분장을 해야해서 그야말로 꼼짝없이 누워있거나 앉아있어야 했다. 박해일은 "참을 인자를 크게 배웠다"는 말로 특수했던 고충을 대신했다.

    실제 노인 분장을 하고 현장에 들어섰을 때의 기분이 궁금했다. 주위의 공기가 달라졌을까? 박해일은 "아 그게 새로운 느낌인데"라며 감탄한 뒤 "스태프들이나 다른 배우들이 현장에 도착할 즈음엔 제가 항상 분장을 마친 상태니까 저를 노시인 ''이적요''로 대해줬다"며 "그런 것들이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주위의 도움에 감사했다.

    은교는 위대한 시인 이적요와 패기 넘치는 제자 서지우, 열일곱 소녀 은교 등 서로가 갖지 못한 것을 탐하는 세 사람의 질투와 매혹을 그린 작품. 박해일에게도 갖지 못해 탐냈던 무엇이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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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일은 "20대에 갖고 싶은 것은 좋은 기운? 좋고 건강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안정된 기운을 갖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때는 불안한 기운이 많았다. 그게 청춘이기도 하고"라면서 "예전에는 생판 모르는 길을 가는 막막함이 컸다면 (필모그래피가 차곡차곡 쌓인) 지금은 한번 가본길을 가는 느낌"이라며 변화를 설명했다.

    박해일은 한때 부족하고 미숙한 청춘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때문일까? 이젠 한 아이의 아버지인데도 여전히 철들고 싶지 않은 남자의 기운이 느껴진다.

    박해일은 "철들고 싶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는 "배우다보니까 더욱 그런 부분이 있다"며 "청춘과 성숙 다 갈망한다. 노인보다 성숙하고 싶고 실제의 자신보다 더 젊고 싶은 게 모든 배우, 나아가 인간의 욕망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해일은 지난해 ''최종병기 활''로 주연작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충무로에서의 입지가 더욱 두터워졌으니 자신감 또한 커지지 않았을까. 그는 "새 작품할 때마다 자신감은 무너지기도 한다"며 "끊임없는 자신감으로 쪽 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교 촬영 전에 자신감이 무너졌다. 이거 어떡해야 돼. 생각이 많았다. 특히 촬영 초반에 연기 톤 잡기가 쉽지 않았다. 영화란 게 그런거 같다. 설령 같은 이야기를 한다해도 참여하는 사람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다른 현장이 펼쳐진다. 그래서 설레고 또 긴장된다. 그게 매력이 아닐까."

    박해일을 무너뜨렸고 또 설레게했던 은교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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