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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 무개념 논평…'성추행 여기자'에 2차 피해 입혀



법조

    대한변협 무개념 논평…'성추행 여기자'에 2차 피해 입혀

    "권력에 유착해 편히 취재하려면 언론의 일탈된 행동"

     

    대한변호사협회 간부가 최근 '부장검사 여기자 성추행 사건'을 검언유착, 여기자의 술자리 참석에서 비롯된 것으로 호도하는 논평을 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기자들과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엄상익(58)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2일 '권력에 유착해 편히 취재하려는 언론의 일탈된 행동'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엄 이사는 이 논평에서 부장검사 여기자 성추행 추태에 대해 '왜 검찰이 언론인과 한계를 넘어가는 술자리를 만들고 여기자들 또한 그런 자리에 응해서 수모를 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략)...이번 사건은 정권 말 무너진 공직기강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권력에 유착해 편히 취재하려는 언론의 일탈된 행동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문제는 엄 이사가 최근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여 기자들 또한 그런 자리에 응해서 수모를 당하는 지', '권력에 유착해 편히 취재하려는 언론의 일탈된 행동'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우선 엄 이사의 논평대로라면 성추행을 당한 여기자들은 검사들과의 술자리에 자의로 참석해 성추행을 자처한 셈이 됐다.

    만약 여기자가 술자리에 참석만 안했다면 현직 부장검사가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해 여기자의 몸을 더듬거나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다는 논리다.

    한 기자는 "법조계가 여기자를 성추행한 부장검사의 행위를 비판하고 자성을 촉구하기는커녕 본질을 호도하는 논평을 낸 것은 부적절하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기자도 "논평대로라면 해당 여기자들은 편히 취재하려고 몸까지 다 내맡기고 술자리에 갔다고 해석된다"며 황당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함께 엄 이사가 남부지검과 출입기자단의 공식적인 만찬 자리를 '검언유착'의 현장으로 전락시켰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현실적으로 수사 진행사항을 밝히기 꺼려하는 검찰 특성상 출입기자단과의 정례 만찬은 국민의 알 권리 수호를 위해 불가피하다.

    심지어 청와대 조차도 정권을 가리지 않고 출입기자와 점심이나 저녁 자리를 갖는다. 기자들이 취재원과 자리를 함께 하는 것을 유착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상식 이하의 논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민우회 이선미 활동가는 "여기자들이 응해서 수모를 당했다는 말은 피해자인 여기자들을 탓하는 셈"이라며 "검사의 성추행 행동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김현숙 사무총장도 "여기자의 일탈된 행동이라고 볼 수 없고, 해당 여기자들은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이고 취재를 하러 간 것일 뿐"이라며 엄 변호사의 희한한 논리를 비판했다.

    김 총장은 다만 "공식적인 취재가 술자리에서 이뤄지는 언론 환경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협은 논평이 나간 뒤 기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엄 이사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논평이라고 해명했다. [BestNocut_R]

    법원 출입기자단은 신영무 대한변호사협회장에게 엄상익 공보이사의 해임을 정식 요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신영무 변협 회장도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논평을 일임한 데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일본을 방문중인 신 회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엄 이사가 전화를 걸어 부장검사 여기자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보고하면서 양쪽이 다 부적절하다는 내용으로 쓰겠다고 했다. 사실 관계를 잘 몰라서 일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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