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반대 선봉에 서 있는 정동영 후보가 강남을에 출마하는 만큼 한·미 FTA가 왜 대한민국에 필요한지에 대해 나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4일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
"강남을은 대한민국의 아들·딸들이 앞으로 어떤 나라에 살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과 토론이 많은 동네다. 김 후보는 한·미 FTA 말고 과연 주민들의 삶과 대한민국의 진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난 23일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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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을이 4·11 총선에서 '격전지'로 주목 받게 된 것은 한·미 FTA를 둘러싼 두 후보의 행적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종훈(60) 후보는 외교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한·미 FTA의 협상을 주도했고, 민주통합당 정동영(59) 후보는 당내 대표적인 한·미 FTA 반대론자다.
새누리당이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의 강남을 공천을 철회하고, 고심 끝에 김 후보를 내세운 것도 한·미 FTA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다.
강남을은 16~18대 모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을 내리 당선시킨 곳이다. 강남을 주민 10명 가운데 6명이 16대 오세훈, 17·18대에서 공성진 의원을 찍었다. 15대 총선에서는 홍사덕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대치동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6남매가 다 이 지역에 사는데 우리는 원래부터 새누리당을 찍었다"며 "한·미 FTA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김종훈 후보가 정동영 후보에 비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강남을이 새누리당의 '텃밭'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여야 간 지지율 격차가 뚜렸했던 과거와는 달리 강남을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 후보의 지지율이 정 후보에 비해 8%포인트 앞선 데 그쳤다.
이에 김 후보는 한·미 FTA 문제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며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는 반면 정 후보는 MB정부 심판론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정 후보는 "지난 4년 동안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인권에 대한 억압, 경제파탄, 남북관계 후퇴 등을 강남 주민들에게 호소하면 여당을 재신임하기보다는 심판을 내려줄 것"이라며 반사 이익을 기대하는 눈치다.
강남을 중에서도 개포지구는 강남을의 승패를 가를 캐스팅보트(casting vote)로 떠오르는 지역이다.
개포동 주공아파트와 시영아파트 등지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건축 계획을 보류한 이후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박 시장을 비난하는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강남을 유권자 20만 6천153명(지난해 10월 기준) 가운데 재건축 현안이 걸려 있는 이 지역의 유권자는 개포2동 2만 7천여명을 비롯해 총 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18대 총선에서 투표한 강남을 유권자가 9만 2천여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을 뒤흔들 수도 있는 규모다.
김 후보가 유세 일정에서 개포지구를 빠뜨리지 않고 방문하는 것이나, 정 후보가 개포지구 주민 집에서 하룻밤씩 묵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개포3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의 장영수(59) 추진위원장은 "이곳은 말뚝만 박으면 새누리당이 되는 곳"이라면서도 "박 시장이 민주당이니까 민주당 국회의원이 되면 (재건축 현안 해결에) 객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며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무허가 판자촌이 밀집한 개포동 구룡마을도 변수다. 이곳 주민 2천300여명은 지난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아 올해 총선부터 첫 투표권을 행사한다. [BestNocut_R]
유귀범(62)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장은 "구룡마을 상황실 안에서 투표가 이뤄지기 때문에 거의 100%가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며 "또 대부분이 강남에서 직장을 다녀서 한 명씩만 지인에게 홍보해도 5천표를 더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이어 "지난 20년 동안 새누리당 의원들은 구룡마을을 방관한 채 쳐다보지도 않았다"며 "지난 2006년부터 구룡마을과 연을 맺은 정 후보가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가슴을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뒤질세라 김 후보도 지난 24일 구룡마을을 직접 찾아 표심 잡기에 나섰다.
김 후보는 "같이 살아가는 서울, 발전하는 서울을 위해 강남에서 힘든 지역에도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지역의 의견을 열심히 듣고 반영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