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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60년대에 한미FTA했다면 삼성은 지금도 설탕만 만들 것"



경제정책

    장하준 "60년대에 한미FTA했다면 삼성은 지금도 설탕만 만들 것"

    한미 FTA만 폐기하면 된다? 한-EU FTA도 폐기해야...
    소액주주운동으로 재벌개혁? 결국 외국자본이 우리 대기업 사버릴 것
    영국에서 시보레 보면 피눈물 나... 대우에서 만든 걸 시보레 딱지 붙여서..

    장하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방송일 : 2012년 3월 20일 (화) 오후 7시■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 연 :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


    ▶정관용>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새 책을 들고 오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와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복지국가를 선택해야 한다, 2부에서 그 핵심이 되는 이야기를 좀 정리를 해봤고요. 지금 현안으로 떠올라 있는 몇 가지를 좀, 먼저 한미 FTA. 2005년 <쾌도난마>에서는 한미 FTA 반대 입장을 펴셨지요?

    ▷장하준> 예, 하여튼 그 이야기 처음에 나왔을 때부터, 뭐 그 전에 한미 투자협정 이야기 나왔을 때부터 저는 줄곧 반대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간단한 이야기인데요, 뭐냐 하면 선진국하고 후진국하고 자유무역을 하면 후진국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기존에 강한 기업들이 있는데 새 기업이 클 수 있겠어요? 그래서 제가 어떤 비유를 드냐 하면, 예를 들어 1960년대에 우리가 미국하고 FTA를 했다고 생각해보자. 삼성자동차 있겠습니까? 삼성 아직도 양복재하고 설탕 만들고 있을 거고, 현대자동차 있겠어요? 현대 아직도 길 닦고 있을 거라고요. 그래서 이제 그런 것 때문에 우리가 지금 아직 시기상조다. 나중에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에 국민소득도 한 80~90% 되고, 뭐 생산성도 한 80~90% 되고 그럴 때 같으면 도리어 그런 걸 하는게 자극이 되어가지고...

    ▶정관용> 지금은 격차가 너무 크다?

    ▷장하준> 우리 경제가 클 수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 그마나 강하다는 제조업도 생산성이 미국의 50%이거든요.

    ▶정관용> 그런데 지금 한미 FTA 이제 발효가 됐습니다. 야권 쪽에서는 재협상 이야기하고, 정권이 만약 바뀌게 되면 재협상에 성과가 없으면 폐기한다고까지 합니다.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하준> 글쎄요, 뭐 재협상을 미국이 해줄까요? 그리고 폐기문제는, 글쎄 저는 뭐 국제관계 전공이 아니라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전공하는 분들 말씀으로는 그냥 안 한다고, 그만 하자고 통보하면 된다고는 하는데, 그게 뭐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지, 미국하고 그런 외교관계라는 것도 있고. 또 미국이 속이 좁은 나라잖아요. 그런 것 한번 하면 얼마나 또 해코지 하겠어요. 그래서 그게... 모르겠어요. 너무 역효과가 커지면 어느 지점에 가서는 뭐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다, 그만 하자,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말하자면 몇 달 전에 비준해놓고 안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정관용> 정권이 바뀌어도?

    ▷장하준> 예, 아니, 그래서 저는 비준을 하지 말자고 그렇게 그 직전에 목청을 높였던 건데요.

    ▶정관용> 그런데 이미 다 지나가 버렸습니다.

    ▷장하준> 그렇지요. 이제는 뭐 그래서 제 생각에 현실적으로 정말 이게 일이 막 터져가지고, 이제 10년, 15년 후에 정말 이것 도저히 안 되겠다, 이런 온 국민의 합의가 되면 몰라도 그 전에는 이게 가능한 일인지 잘 모르겠거든요.

    ▶정관용> 국민이 한미 FTA 결과로 고통을 당하게 되고, 때문에 분노해서 이것 하지 말자고 의견이 모아지면, 그러면 그때 가능하다, 폐기는?

    ▷장하준> 뭐 법적으로 그렇다고 하니까. 뭐 저는 그런 법절차가 어떻게 정확히 되는지 모르겠지만, 뭐 조약이라는 것도 사람이 맺은 거니까...

    ▶정관용> 할 수는 있지만.

    ▷장하준> 폐기할 수는 있겠지요. 그렇지만 거기에 따르는 또 비용이라는 게 엄청날 거고. 그러니까 뭐 만약에 그런 식으로 해서 폐기할 거면 뭐 하러 해요. 그 사이에 그냥 희생자만 줄줄이 내놓고. 그래서 참 뭐 앞날이 좀 저는 어둡다고 생각합니다.

    ▶정관용> 미국이 그렇게 속 좁은 나라인가요?

    ▷장하준> 아유, 미국 그것 뭐... 쿠바가 처음에 뭐 카스트로가 혁명했을 때, 그것도 무슨 완전한 사회주의 혁명 이런 것도 처음에는 아니었는데, 미국이 그냥 자기네 꼭두각시 정권 무너뜨렸다고 자꾸 구박하는 바람에 봉쇄하고 그래가지고 소련 쪽으로 돈 거고. 뭐 속 좁은 일 많이 했지요.

    ▶정관용> 나라는, 국가는 다 속 좁은 것 아니에요?

    ▷장하준> 아, 글쎄요, 그런데 미국이 좀더 그런 것 같아요. (웃음)

    ▶정관용> 유난히 그런가요?

    ▷장하준> 예.

    ▶정관용>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앞날이...

    ▷장하준> 그리고 또 지금 우리 문제가 이제 미국뿐만 아니라 EU하고도 해놓았잖아요.

    ▶정관용> 예, EU하고 FTA 했지요.

    ▷장하준> 그러니까 한미 FTA만 폐기하면 또 되나요? 그것도 폐기해야지, EU하고도.

    ▶정관용> 그런데, 앞날이 참 불안하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그냥 불안해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나요?

    ▷장하준> 아, 그러니까 뭐 진짜 이 자유무역을 종교적으로 믿는 분들은 이것 됐으니까 이제 다 잘될 거다, 이런 식으로 하시겠지만, 진짜 좀 현실 인식이 있다면, 첫째로 지금 당장 아니면 앞으로 5년, 10년 지나면, 그 사이에 엄청난 희생자들이 나올 것 아니에요? 뭐 농업 분야라든가...

    ▶정관용> 그렇지요.

    ▷장하준> 제조업 쪽에서도 취약한 분야에서. 그분들 어떻게 할 거냐. 그래서 이제 저희가 그렇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나라 전체가 저는 이익을 보는지도 사실 그렇게 생각 안 하지만, 설사 나라 전체가 이익을 본다고 해도 한미 FTA 때문에 피해본 농민들이 삼성 가서 너희 반도체 많이 팔아서 돈 많이 벌었으니까 우리 보상금 줘라, 그러면 주겠어요? 그렇게 안 되거든요.

    ▶정관용> 정부가 해야지요.

    ▷장하준> 그럼요, 그거를 하려면, 그런데 문제는 뭐 농가 보상금 얼마, 어디 보상금 얼마, 이런 식으로 하면 얼마나 복잡하고 사회가 시끄럽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걸 일괄타결로 해가지고 그냥 복지제도를 잘 만들면, 그 과정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을 완전히는 못해주겠지만 일부분이라도 다 골고루 보상을 해줄 수 있지 않느냐. 왜냐하면 또 그렇게 부문별로 보상을 해주면 정치적으로 잘 조직되고 끈이 닿는 부문은 더 많이 얻어낼 거고.

    ▶정관용> 그렇지요.

    ▷장하준> 그렇지 못한 부문들은 그만큼 못 받을 거라고요.

    ▶정관용> 제약업계는 빨리 많이 받아낼 거고.

    ▷장하준> 그렇지요.

    ▶정관용> 농민들은 늦게 받아낼 것이고, 그런 것?

    ▷장하준> 그렇지요. 그리고 또 조금 받을 거고. 그러니까 그걸 공평하게 하려면 예, 복지제도 같은 것을 통해서 해소를 해야 되는 거고. 그리고 이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금 제일 이제 걱정스러운 게 당장 5년, 10년 사이에 도태될 사람들도 문제이지만, 장기적으로 이제 우리가, 지금 우리가 진짜 일등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 필요한 첨단산업 같은 것 개발하는데 큰 이제 걸림돌이 생긴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그런 산업을 개발시키기 위해서 그러면 지금 있는 제도 속에서 새로 맺은 한미 FTA나 한-EU FTA 중에서 어떤 걸 써서 우리가 그런 산업을 개발시킬 수 있겠느냐. 예를 들어 연구개발비, 그것도 이제 주로 기초연구에 국한된 거지만 그런 지원 같은 것은 길이 열려 있으니까...

    ▶정관용> 그렇지요.

    ▷장하준> 예, 그런 데에 역량을 집중해가지고 한다던가...

    ▶정관용> 알겠습니다.

    ▷장하준> 그런 길을 빨리 모색을 해가지고 극복할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거지요.

    ▶정관용> FTA 시대에도 복지국가를 향한 정부의 할 일, 게다가 신성장 동력 찾기 위한 정부의 할 일.

    ▷장하준> 그렇지요.

    ▶정관용> 이것도 기업에는 맡길 수 없는... 그런 것들을 찾아서 해야 한다?

    ▷장하준> 예, 그런 부분이 있지요.

    ▶정관용> 다음 또 화두가 재벌개혁인데요, 뭐 좀 낮은 수준에서 보면 출자총액제한제 같은 것을 부활하느냐, 마느냐, 순환출자 고리를 끊느냐, 마느냐, 통합진보당 같은 경우에서는 재벌체제를 아예 없어서 100개의 대기업으로 바꾸자든지, 다양한 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장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재벌개혁의 핵심은요?

    ▷장하준> 글쎄요, 우선 첫째로 밝혀두고 싶은 것은 어떤 가족 소유의 그런 기업, 이런 의미에서가 아니라 기업 집단이라는 의미에서 재벌이라는 것은 저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긍정적 효과를 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러니까 뭐냐 하면, 이게 이제 신산업에 진출하려면 단독기업으로서는 힘들잖아요. 돈을 버는 데가 없으니까. 그런데 돈을 버는 데가 있으면 그룹 구조 속에서...

    ▶정관용>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장하준> 예, 예를 들어서 핀란드의 유명한 노키아 같은 회사도 그런 식으로 큰 거거든요. 삼성도 그랬고, 현대도 그랬고. 그래서 기업 집단, 다각화된 기업 집단의 존재 이유가 있다. 그걸 무조건 독립기업으로 만든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걸 이제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고요.

    ▶정관용> 그건 이제 통합진보당 생각하고는 상당히 배치되네요.

    ▷장하준> 그렇지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거를 개혁을 하려면, 모르겠어요, 그 통합진보당이라는 데에서는 어떤 안을 내놓고 있는지 모르지만, 지금 재벌개혁의 주류 의견은 이거를 소액주주권을 강화를 해가지고 주식시장을 통해서 불과 3~4% 가지고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재벌 일가를 응징해야 한다, 그게 핵심인데, 저는 그게 그분들이 바라는 경제민주화에 반하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정관용> 왜 그렇지요, 그건?

    ▷장하준> 그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그런 식으로 해서, 주식시장을 통해서 압박을 해가지고 재벌이 깨진다거나 뭐 그래서 넘어가면 그걸 갖는 사람들이 결국 누구예요? 외국계 돈, 말하자면 이건희 씨보다 돈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그걸 사는 거거든요.

    ▶정관용> 주주자본주의의 귀결은 그렇게 된다?

    ▷장하준> 그렇지요. 그러니까 그거를 만약에...

    ▶정관용> 우리...

    ▷장하준> 어떤 식으로 압박을 해가지고 팔아버리면 삼성을 누가 사겠습니까? 뭐 애플 같은 데에서 살 거고. 아니면 미국이나 영국 같은 데에 있는 사모펀드에서 와서 살 건데...

    ▶정관용> 우리 국민들의 소액투자, 소액주주, 이런 운동.

    ▷장하준> 그거는 정말 수적으로 얼마 안 되거든요. 그거는 상징적인 의미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정관용> 그분들은 또 주가가 많이 올라가면 일단 팔겠군요?

    ▷장하준> 예, 그런 것도 있고요.

    ▶정관용> 그걸 사서 모을 세력은 우리보다 돈 많은 쪽이다?

    ▷장하준> 그렇지요. 그래서 이제 경제민주화라면 저는 요체가 뭐냐 하면, 민주주의라는 건 1인 1표이고, 시장은 1원 1표거든요. 그래서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은 1원 1표의 시장논리에 1인 1표의 민주주의 논리로 일부 제동을 걸어야 사회가 균형이 맞는다, 그런 이야기인데, 이거를 그냥 주식시장 논리에 의해가지고 돈 많은 사람이 사가라, 이렇게 되어 버리면 그거는 민주화가 아니지요.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 뭐...

    ▶정관용> 1원 1표 원리를 깨야 되는 거지요.

    ▷장하준> 그렇지요. 그리고 우리나라 삼성이나 현대 같은 게 물론 뭐 이씨 집안, 정씨 집안, 뭐 소유지분으로만 봐서도 그렇지만, 또 그들만의 것도 아니지만, 주주의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기업들은 우리 국민들이 옛날부터 보호무역해서 나쁜 물건 사서 써가면서 키워준 우리 국민의 기업인데, 그거를 왜 지금 와서 갑자기 주주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가지고 사모펀드가 사가던지 뭐 외국의 더 큰 기업이 사가라, 아니, 정말로 현실적으로 차라리 국유화를 하자고 하면 저는 그건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이거를 다른 외국의 돈 더 많은 사람이 사가는 구도를 만들어놓고 이게 경제민주화라고 이야기를 하면은 안 되는 거지요.

    ▶정관용> 그러니까 총수 일가 손 떼라, 그러면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다?

    ▷장하준> 그렇지요.

    ▶정관용> 외국한테 팔린다?

    ▷장하준> 그렇지요.

    ▶정관용> 그럼 어떻게, 대안은 뭡니까?

    ▷장하준> 그러니까 그거를 저희가 지난번 <쾌도난마 한국경제=""> 1편부터 이제 이야기한 게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된다. 그래서 뭐 여러 가지 이제 구체적인 방안은 이제 연구를 해보면 여러 가지가 있지요. 그러니까 처음에 저희가 이야기했던 것은 어떤 국민 연기금이 참여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해서 소위 총수 집안들의 지분을 안정을 시켜주고 그 대가로 어떤 뭐 복지라던가, 투자 증대라든가...

    ▶정관용> 재교육 투자라든지...

    ▷장하준> 예, 그런 것에 대해서 그냥 말로만 약속이 아니라 진짜 문서로 해가지고 약속을 받아내야 된다는 거예요. 그런 이야기를 했었고. 뭐 예를 들어서 지금 또 우리가 이야기하는 복지국가 같은 것 확대하려다 보면 사실 삼성생명 같은 회사가 걸림돌이 될 수 있거든요. 왜냐하면 거기 건강보험 같은 것 팔아가지고 돈 많이 버는데...

    ▶정관용> 맞아요.

    ▷장하준> 뭐 노후보험이나. 그러면은 그게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그런 거를 삼성생명을 그러면 아예 국유화를 하고, 삼성전자 쪽은 너희 경영권 보장해주겠다, 그런 식으로 타협을 해야 되는 겁니다.

    ▶정관용> 이건 타협 정도가 아니라 빅딜인데요?

    ▷장하준> 예, 그렇게 해야지요. 아니, 그렇게 안 하면 지금 결국 이런 식으로 계속 그 재벌 총수 일가 밉다고 압박을 해나가면 지금 예를 들어서 중소기업들이 재벌들이 옛날보다 쥐어 짠다 불평하고, 비정규직 늘어나고, 노동 강도 늘어나고. 그게 다 뭐예요? 그 뒤에 숨어있는 게 주주자본주의의 논리거든요. 외국, 외국인이 아니라 내국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정관용> 어쨌든 주주가치를...

    ▷장하준> 예, 주주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경영을 하려면...

    ▶정관용> 이윤을 많이 남겨야 되고.

    ▷장하준> 그렇지요. 이윤 많이 하고, 배당 많이 하고 이래야 하니까 그거 쥐어짤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그런 식으로 주주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가지고 뭐 출자총액제한제도라든가 이런 식으로 해서 재벌 총수가를 압박을 해서...

    ▶정관용> 알겠습니다.

    ▷장하준> 결국 그 고리를 끊어서 잃게 한다면 국민들 한 시간 기분 좋습니다. 아, 저 나쁜 무슨 씨 집안 망했다, 그 다음에 20년, 30년 더 고생해요.

    ▶정관용> 앞에 복지국가 모델의 장기적 플랜을 말씀해주시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고, 과연 갈 수 있을까, 하지만 이건 방향은 옳은 일인 것 같다, 이런 느낌을 갖는 청취자분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재벌과 관련해서는 뭐 심지어 국민연금기금 같은 게 좀 들어가서 재벌 총수의 지분을 안정화시켜주고, 이런 전제 위에 빅딜을 하자는 것 아닙니까? 과연 가능할까, 이렇게 물음표 던지는 분들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장하준> 아, 글쎄 뭐 가능한 것만 하면은 사회가 안 바뀌지요.

    ▶정관용> 과연 그들이 받아들일까요, 이런 조건을 제시하면? 물론 이런 조건을 제시하기 위한 정치권의 합의도 어렵겠지만.

    ▷장하준> 글쎄요, 그런데 그거는 만들어내야지요. 압박을 해가지고 만들어내야 되는 게, 모르겠어요, 저희가 생각하기에도 지금 사실 처음에 대타협 이야기했을 때보다 재벌들이 그냥 아이, 우리도 그냥 금융자본하고 타협해가지고 편히 살지, 이런 식으로 자꾸 흘러가기 때문에 옛날만큼 타협하기가 힘들어졌을지 모르겠는데, 그런 것을 여러 가지 형태를 통해가지고...

    ▶정관용> 어쨌든 논의를 하고 시도를 해야 된다?

    ▷장하준> 예, 해야 합니다.

    ▶정관용> 정치 분야 전문가는 아니시지만, 지금 말씀하고 계신 모든 논리가 사실은 정치적 합의, 국민적인 어떤 동의구조, 이런 게 있어야 가능한 거거든요?

    ▷장하준> 그렇지요.

    ▶정관용> 그걸 어디에서 만들 수 있을까요?

    ▷장하준> 아니, 그런데 그런 거를 말하자면 만들자고 민주주의를 하는 것 아니에요? 그거를 얻기 위해서 정말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고, 고문당해가면서 한 건데, 그 귀중한 제도를 만들어놓고... 써야지요. 그러니까 그거는 정말 뭐 정치인들이 우선 이제 앞장서서 할 일이지만, 온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재벌 총수 집안들, 말하자면 밉지만, 과연 이 사람들을 주식시장 논리에서 압박을 해가지고 경영권을 잃게 하고 그 삼성이니 현대니 이런 것들을 외국 사모펀드나 무슨 외국 다국적 기업이 와서 가지고 가는 게 우리한테 좋은 거냐, 그걸 물어봐야 돼요. 예를 들어 대우 같은 경우 망했잖아요.

    ▶정관용> 그렇지요.

    ▷장하준> 저는 지금 영국에서 길을 다니면 피눈물이 납니다.

    ▶정관용> 왜요?

    ▷장하준> GM에서 그때 대우를 헐값에 사가지고. 기술투자도 안 했지요. 자기네가 디자인한 것도 아니고 대우에서 다 만들어놓은 뭐 라세티니 이런 차 가져다가 영국에서 지금 시보레 딱지 딱 붙여가지고 시보레라고 팔아요. 그런 것 모르는 사람은 아, 시보레인가 보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눈물이 나는 얘깁니다. 그것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을 해서 그거를 만들어놓은 차인데, 그거를 그냥 뭐 재벌 해체, 이런 과정을 통해서 대우가 그냥 거의 막 돈 얹어주다시피 해가지고 GM한테 넘겨가지고 그거를 GM이, GM이 망하기 전에 유일하게 계속해서 돈을 번 곳이 한국밖에 없습니다.

    ▶정관용> 아하.

    ▷장하준> 그러니까 과연 그런 식으로 있는 기업들을 외국 다국적 기업이나 사모펀드에 넘기는 게 우리 국민들한테 좋냐는 거지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장 교수 같으신 분이 이런 주장, 그리고 방향을 내놓으시고, 그걸 가지고 국민들이 많은 토론을 해서 옳다고 생각하면 많은 요구를 해야 하고, 정치권에서도 그런 주장들이 자꾸 대두가 되어서, 그걸 통해서 결국 국민적 동의 기반을 넓혀간다?

    ▷장하준> 그렇지요. 그게 저희 바람이지요. 그래서 이제 거기에 저희는 정치인은 아니니까 거기에 일조를 하겠다고 저 책을 또 낸 거고요.

    ▶정관용>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참 지켜봐야 될 것 같고요.

    ▷장하준> 예.

    ▶정관용> 총선을 앞둔 때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관심이 고조되어 있어서 더더욱 좀 반향이 클 거라고 기대가 되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만, 한 가지 좀 특징적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금융위기, 그 다음 뭐 미국 재정위기 등등을 거치면서 지난해 여름, 가을, 유럽과 미국 월가를 점령하는 청년들의 시위가 빗발쳤습니다.

    ▷장하준> 그렇지요.

    ▶정관용> 이 현상 어떻게 보시는지, 그리고 조금 너무 거창한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예측하시는지요?

    ▷장하준> 글쎄요, 사실 이게 좀 의외의 현상이었지요. 왜냐하면 특히 이제 미국 같은 데에서는 승자독식 논리를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그 사회가 그걸 기반으로 해서 많이 움직였기 때문에 뭐 소득 불평등이라든가 이런 것은 별로 문제가 안 되던 사회거든요. 그런데 이제 미국 국민들도 깨달은 거예요. 이게 소위 뭐 적하이론 그래가지고 부자들이 돈을 많이 벌면 그게 밑으로 물이 떨어져가지고...

    ▶정관용> 트리클 다운.

    ▷장하준> 다 같이 부자 된다, 이런 이론을 믿고 계속 몰아줬거든요. 이제 그 통계는 제가 23가지, 그 책에서 썼는데 그러니까 1979년에 미국 상위 소득 1%가 가져가는 돈이 국민 전체 소득의 10%였는데, 2000년대 중반이 되면 그게 23%까지 올라갑니다. 그런데 옛날에 비해서 두배 반을 가져가는데, 그럼 그 사람들이 그걸 가지고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시켜야 될 건데, 60~70년대에 비해가지고 성장률은 더 떨어지고 투자율도 더 떨어지고 그랬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 잠시 미국 국민들이 말하자면 그것에 대해서 좀 절실하게 못 느꼈던 것은 9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금융위기 일어나기 전까지 계속 막...

    ▶정관용> 거품이 끼어서...

    ▷장하준> 예, 거품 경제를 통해가지고 인터넷 거품도 일었다가, 주택 거품도 일었다가 해가지고 하면서 돈이 막 많이 떠돌아다니니까. 특히 이제 집이 있는 사람들은 그거 다시 저율로 재저당 잡혀가지고...

    ▶정관용> 그렇지요.

    ▷장하준> 그런 돈을 쓰면서 지냈지만 사실 그 상위 1%의 소득이 10%에서 23%로 올라가는데, 그 사이에 미국의 어떤 중간층, 그러니까 평균이 아니라 아주 고소득자도 아니고 중간층 임금을 보면 거의 그 30여 년 동안 거의 정체상태예요.

    ▶정관용> 그렇게 몰아줬더니 안 되겠더라, 라는 외침이다?

    ▷장하준> 그렇지요. 그런데 이제 좀 아쉬웠던 것은 그 운동이 뭐 워낙 좀 이상주의적이다 보니까... 물론 이제 그게 장점이기도 했는데. 뭐 이렇게 조직도 잘 안 되어 있고. 저도 런던 오큐파이(Occupy), 거기에 가서 한번 강연을 했는데, 그 강연을 해달라고 4명인가가 따로 이메일을 보내는 거예요. 서로 안에서 조율도 안 되고.

    ▶정관용> 같이 시위를 조직하는 분들인데도?

    ▷장하준> 예, 그러니까 거기 가서 얘기 들어보니까 이걸 너무 민주적으로 하려다 보니까 뭐 하루 종일 토론해야 되고, 참 어려움이 많다, 뭐 그러더라고요.

    ▶정관용> 그런데 이게 어떤 세력화 쪽으로 가서 결국 미국도 복지사회 쪽으로 가자, 이런 쪽으로 방향이 잘 잡힐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하준> 그런데 말하자면 제가 보기에는 그걸 어떤 식으로 진전시키냐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지만, 그런데 첫발은 딛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실 저 같이 이제 그런 데에 관심 있는 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이야기인데, 미국이 옛날에는 기회의 땅이었지만, 한 1980년대부터 되면 유럽보다도...

    ▶정관용> 봉쇄되어 있는.

    ▷장하준> 예, 사회 이동성이 떨어지거든요. 그러니까 소위 아메리칸드림이라는 게 더 이상 작동을 안 하는 나라가 되어버렸어요.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살다가 이런 Occupy 이런 게 나오면서 아, 그런 게 이제 자꾸 언론에 많이 보도가 되고 하니까 의식이 많이 깨기 시작한 것 같더라고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첫발은 내딛었다?

    ▷장하준> 예.

    ▶정관용> 그리고 결론삼아 이야기하면 우리나라도 지금의 방향대로 가다가 그런 꼴 당하기 전에...

    ▷장하준> 그렇지요.

    ▶정관용> 빨리 정신 차려서 방향 바꾸자?

    ▷장하준> 그렇지요. 지금까지 사실 뭐 외환위기 이후에 여러 가지 간판을 걸고 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진행된 게 어떻게 하면 우리가 미국과 같은...

    ▶정관용> 미국처럼.

    ▷장하준> 신자유주의 경제가 될까, 그거였는데. 지금 말하자면 그 본산지에서 그게 문제가 난 거니까.

    ▶정관용> 그렇지요.

    ▷장하준> 우리한테 굉장히 중요한 반면교사이지요.

    ▶정관용> 거기까지 가보고서야 깨달을 것이냐, 빨리 깨달을 것이냐?

    ▷장하준> 그렇지요. 후진국의 좋은 점이 뭡니까. (웃음)

    ▶정관용> 장 교수님의 문제제기에 많은 분들이 깊은 고민을 좀 나눴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장하준> 예, 감사합니다.

    ▶정관용>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내일 또 오지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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