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민간인 불법 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했음을 녹취록으로 입증하고 나섰다. 빼도 박도 못할 범죄 정황이 확인됐지만 검찰의 재수사 의지는 찾기 힘들다.
장 전 주무관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과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기존 “최 전 행정관으로부터 증거인멸 지시를 받았다”던 자신의 폭로가 사실임을 확인시켰다.
1심 재판을 받고 있던 장 전 주무관과 2010년 10월 18일 나눈 대화의 녹취록에 따르면, 최 전 행정관은 “(자네가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면)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할 테고,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할 테고, 내가 보호하고자 했던 다른 사람들이 다 죽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까지 나아가지 못한 채 총리실 실무자 몇 명 기소만으로 종결지었던 검찰의 2년 전 수사가 부실했다는 게 드러난다.
민주통합당은 13일 “권재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등은 청와대의 불법 사찰 개입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을 져야한다”며 “검찰은 최 전 행정관, 이영호 전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즉각 소환 조사하라”고 공세를 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에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개입했음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재수사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장 전 주무관이 ‘말로만’ 청와대 개입을 폭로한 지난 주 검찰은 “그의 말이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고 재수사 검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진전은 없다.
일주일 뒤 녹음파일이란 결정적 물증이 제시됐지만 검찰은 계속 검토만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재수사 여부는 아직 방침이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이는 검찰이 지난해 9월 SLS그룹의 정·관계 실세 로비 의혹이 보도되자마자 즉각 이국철 SLS그룹 회장을 소환했던 일과 대비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2년전 선배들의 수사를 부실 수사로 규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검찰이 재수사 착수를 주저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한상대 검찰총장의 정치적 한계 때문에 재수사 착수가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조차 ‘실패한 수사’로 평가한 사건이자, 비판적인 민간인을 정치적으로 탄압한 사건의 수사를 제대로 다시 하는 것이야말로 검찰이 바로 서는 지름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2년 전 수사 책임자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BestNocut_R]
수사를 맡은 노환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오정돈 당시 형사1부장은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로 각각 진급했다. 해당 수사의 감찰 책임자였던 한상대 당시 서울고검장은 현재 검찰의 총수로 있다.
아울러 민간인 사찰 개입 의혹에 휩싸인 권재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