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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뉴스데스크가 뜬 이유요? 절박함 때문이죠!"



사회 일반

    "제대로 뉴스데스크가 뜬 이유요? 절박함 때문이죠!"

    MBC노조 노래패 고은상 기자, "20년차 선배들 성명 나왔을 때 승리 확신"

    NORAE

     

    22일 오후 1시 30분. 파업 중인 여의도 MBC 로비에서 'MBC 프리덤’이 울려퍼졌다.

    'MBC 프리덤'은 유세윤과 뮤지가 결성한 그룹 UV의 '이태원 프리덤'을 개사한 작품이다.

    "MBC를 사랑하는 여러분,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오로지 승리만 있을뿐. 우리가 돌아왔다. 마!봉!춘! 요즘 MBC는 안봐. 나꼼수면 충분. 시청자 왜 등 돌렸나. 정권비판 뉴스실종. 바로 채널 돌려. MBC 누가 망쳤나."

    MBC 사측에 대한 비판을 담은 이 뮤직비디오는 립싱크를 하며 카메라와 배우의 동선을 고려해 처음부터 끝까지 끊김없이 찍는 립덥방식으로 촬영됐다.

    이 뮤직비디오를 만든 MBC 노조 노래패 '노래사랑'은 이 날도 MBC 빈 스튜디오를 찾아 또다른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골몰하고 있었다.

    그들의 다음 기획은 ‘플래쉬몹’이었다. 어떻게 하면 파업의 의미를 담으면서 사람들이 따라 하기 쉬운 동작 만들까. 그들의 머리에선 아이디어가 샘솟듯이 나왔다. 보도국 고은상 기자는 노래제목이 빼곡히 들어있는 수첩을 보여주면서 지난밤 아이디어 회의의 결과물이라며 자랑했다.

    "팔을 크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첫 스타트는 1명이 시작하고, 고의적으로 자리를 비워서 그 뒤에 한명씩 붙어야지"

    "인도영화처럼 하면 어떨까?"


    누군가 조인트 까는 동작을 하니 다들 웃는다.

    ◈ MBC 노래패,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할때 나서 ◈

    MBC노래패 '노래사랑'은 손석희 아나운서가 예전 파업 당시 만든 MBC내 소모임으로 현재 약 40여명이 함께 한다. 지난 1기, 2기가 노래 중심이었다면 3기부터는 율동을 덧붙여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동력을 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 민중노래 위주였던 공연도 가사를 창에 띄워서 진행하거나 아예 요즘 음악을 개사해 선보이고 있다.

    'MBC 프리덤'도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회식자리에서 한 노래패원이 노래를 개사해서 불렀다가 반응이 좋아 노동조합에서 립덥 아이디어를 역으로 제안해 탄생한 것이다. 현재 'MBC 프리덤'은 유투브에서 약 20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보도국 경제부 고은상 기자는 이 노래패에서 4년을 함께 했고 현재 노래패를 이끌고 있다. 안무는 노래패에서 모두 만드는데 가끔 기발한 것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중에 오승훈 아나운서가 있는데, 원래 말이 많은 친구는 아니에요. 그런데 이 친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노래패가 별로인가 했더니, 갑자기 일어나서 이렇게 안무를 추더군요."

    노래패는 항상 파업현장에 있느냐는 질문에 고 기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노래패는 가급적 전체 노조일정과 함께하지만 공연 준비를 위해서 하루걸러 참여할 때도 있고, 주로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할 때 나선다고 한다. 노조가 2시에 모인다면, 노래패는 1시에 모여서 더 많은 시간을 연습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노래패는 파업 첫날 '어디 조, 어디 조, 남으세요. 당신들이 노래패입니다.' 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어요. 자발적이라기보단 추천을 받아서 만들어졌죠."

    고 기자는 자발적 모임은 아니지만 학창시절 노래패 활동을 해왔기에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들어온 이후 노래패에 율동을 도입했는데 선배들이 많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엄숙주의 내지 노래 잘하는 선배님이 분위기를 주도했다면 지금은 재롱이에요.특히 '힘 받는다'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다양한 반응을 보내주시니까 좋아요."

    MBCFREEDOM

     



    ◈ "파업 좀 그만하고 싶어요." ◈

    MBC는 지난 1월30일부터 김재철 사장체제 이후 5번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공정성 회복'과 '김재철 사장 퇴진'이 목표다. 23일간의 파업에 대해 고 기자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파업 좀 그만하고 싶어요. 벌써 5번째 파업, 이게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잖아요. 이젠 편하게 방송했으면 좋겠어요. 파업을 빨리 마무리하고 보도국 기자로서 자존심 있는 기사를 쓰고 싶어요."

    그는 그동안 뉴스데스크가 망가지고 예능국에서도 자발적인 발제가 안나오는 등 시청률에만 연연하게 되었다며 자조적으로 말했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나 프로그램 제작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너무 지친 상태에서 이번 파업을 시작했어요. 지난 파업에서는 조합원 간 갈등도 있었고, 4일 동안 파업을 접을까 말까 토론도 했었죠. 지친 마음으로 파업을 접었을 때 회의감이 많이 들었어요. '내가 계속 일을 해야 하나', '시청자가 주신 주파수를 이렇게 써도 될까' 이번 파업은 너무 지쳐있으니까 웃으려고 하는 거구요. 예전의 레퍼토리보단 더 웃을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해요."

    ◈ 굴욕감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니 호응이…이번 파업은 승산있어 보여 ◈

    지금 '제대로 뉴스데스크'나 'MBC 프리덤'이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그는 '절박함'이 묻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업현장에서 느끼는 굴욕감을 웃음으로 바꿔 국민들에게 전달하니 자연스럽게 큰 호응이 뒤따른다고 분석한 것. 고 기자는 앞으로 2집을 낼 것 같다며 ‘당돌한 여자’를 개사한 ‘당돌한 사원’을 들려줬다.

    “아직도 출근하는 길인가요? 이제는 그만해도 될 것 같아. 여기서 나가줄래요. 일부러 그러는 거 맞죠? 나에게만 차가운 것 맞죠? 알아요. 그대 마음을. 공천 못 받아 두려운 거죠?”

    수위조절에 실패했다며 그는 H.O.T.의 ‘전사의 후예’, 서태지의 ‘필승’ 등 개사한 작품을 계속 들려줬다. 고 기자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고 기자는 노래패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으랏차차 MBC'콘서트로 꼽았다. 표를 들고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서 길거리 공연을 했다. 그 순간은 노조의 요청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고 기자의 눈빛에서는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20년차 선배들도 성명을 발표한 것을 보면 그 분들도 '지금의 MBC가 위기'라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발표가 있었을 때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MBC 사측은 최근까지 대화를 거부한 채 오히려 모든 중앙일간지에 노조의 파업을 비판하는 광고를 실었다. 또 계약직 대체인력 채용 공고를 내고 노조 집행부를 고소 고발하는 등 강경 대응해왔다. 김재철 사장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심지어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회의에도 불참해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BestNocut_R]

    MBC 노조는 '제대로 뉴스데스크'와 '파워업 PD수첩' 등을 계속 선보이는 한편 '으랏차차 MBC' 콘서트와 같은 시민참여형 집회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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