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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내볼게 없던 e-책장 "우리가 채운다"



책/학술

    꺼내볼게 없던 e-책장 "우리가 채운다"

    "고무줄 가격에 읽을만한 책 없다"

    ㅋㅋㅋ

     

    "전자책? 볼만한 게 없잖아." "읽기 불편하고 콘텐츠(도서) 값도 제각각이라…."

    소비자가 가진 전자책에 대한 생각이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장 규모치고는 초라한 모양새다.

    독자의 이목을 끌 만한 콘텐츠가 크게 부족한 탓이다.

    체계적이지 못한 기획 제작 유통 과정도 한 몫한다.

    결국 종이책보다 싸고 쉽게, 좋은 책을 살 수 있다는 전자책의 장점을 써먹지 못하는 셈이다.

    출판계가 겉도는 전자책 시장을 살리겠다고 나섰다.

    종이책을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로 전자책 베스트셀러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왜 전자책은 볼만 한 콘텐츠가 없을까. 답은 전자책 콘텐츠의 제작 관행에 숨어 있다.

    출판계에 따르면 대다수 전자책은 출판사가 종이책 파일을 도서 유통사 여러 곳에 넘겨 만들어진다.

    유통사들은 각각 다른 디자인과 판형으로 전자책을 낸다.

    유통사가 전자책을 제작하니 소유권은 유통사 것이다.

    책의 품질을 관리하는 검수권도 유통사 몫이다.

    '전자책 내 봐야 득이 없다'는 것이 출판사의 입장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임팩트의 '2012 전자북(e-Book) 및 디바이스 시장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국내 전자출판 시장 규모는 2005년 2094억 원, 2006년 3393억 원, 2007년 5110억 원, 2008년 5551억 원, 2009년 5786억 원, 2010년 6908억 원으로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

    2004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한국전자출판협회의 인증을 받은 전자출판물은 모두 269만7980건. 하지만 종이책이 전자책 콘텐츠로 전환된 경우는 10만여 건으로 전체의 5%가량에 머물렀다.

    나머지는 전자사전, 디지털 학술논문이 대다수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소유권 검수권이 없으니 출판사는 유통사가 만든 전자책이 얼마나 팔리는지도 모른다"며 "출판사가 유통사를 따라다니는 입장에서 종이책을 굳이 전자책으로 낼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전했다.

    이렇다보니 출판계는 전자책 시장 참여에 소극적이 됐고, 자연히 질 좋은 콘텐츠가 꾸준히 전자책으로 소개되지 못했다.

    그만큼 독자의 선택 폭도 좁아져 전자책이 외면 받는 악순환이 벌어진 것이다.

    전자책에 대한 출판계의 불신은 2009년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책 출판사인 북토피아가 도산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당시 북토피아와 거래하던 출판사들은 저작권료 59억여 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작가들에게 인세를 지불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 출판계, 구원투수 되나

    우리나라에 전자책이 들어온 때는 2000년대 초반. 10여 년이 지났다.

    출판계는 이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른다.

    불투명한 전자책 시장 환경 반증이면서, 출판계 스스로 시장 상황을 관망만 했던 데 대한 비판적 자각이기도 하다.

    그래서 출판계는 질 좋은 전자책 콘텐츠를 제공하고 건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모델을 연구했고, 올해부터 그 가시적 성과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내 주요 출판사 60여 곳이 공동 설립한 콘텐츠 관리업체인 (주)한국출판콘텐츠는 8일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출판, 또 다른 선택' 행사를 갖고 전자책 콘텐츠 출시 본격화를 선언했다.

    유통사가 주도하면서 불거진 전자책 시장의 문제점을 콘텐츠 생산 주체인 출판계가 주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고영은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그동안 전자출판을 둘러싸고 전개된 양상을 보면 변화의 방식과 방향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할 수밖에 없다"며 "출판계는 이 자리에서 더욱 성숙한 전자출판 시대를 열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국출판콘텐츠의 입장은 '전자책은 출판사가 제작해 정가를 매기고 출판계 공용 DRM(디지털 저작권 통합관리)을 적용해 유통시킨다'로 압축된다.

    정형선 한국출판콘텐츠 사업팀장은 "출판사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면 기획의도를 고스란히 담아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고 유통사들도 제작비를 보존할 수 있게 된다"며 "계약은 현재 유통사 10여 곳과 맺었고 다음달 예스24 등과도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책 콘텐츠에 대한 독자의 부정적 시각을 바꾸기 위한 양질의 도서 제공이 최우선 과제로, 종이책과 전자책을 한 달 간격으로 동시 출간할 계획"이라며 "종이책 시장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규모 출판사들에게도 기획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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