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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노동자뿐 아니라 경영자들도 치료 대상"



정치 일반

    정혜신 "노동자뿐 아니라 경영자들도 치료 대상"

    마인드프리즘, 세무조사 아닌 노무조사 받아…잘 끝났다
    김진숙, 치료받아야 할 필요 있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12월 29일 (목)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정혜신

     

    ▶정관용> 정혜신 박사와의 대화 이어가겠습니다. 아까 2부 인터뷰 마지막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정신과적 질병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가해자가 있는 것이다. 본인의 책임이 아니다.

    ▷정혜신> 예.

    ▶정관용>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가해자가 있는 그런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대해서 대비하는 시스템은 아주 초보적이다? 아예 없다?

    ▷정혜신> 예, 초보적이거나 없다. 그러니까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해서만 지금 조금 그런 논의가 생기는 것이고요. 다른 분야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대해서는 지금 전무한 상황이지요.

    ▶정관용> 강도 피해자에 대한 대비책 같은 것도 없고? 경찰에서 그런 사람 데려다가 피해자 조사하고 난 다음에는 상담가 연결해주고 이래야 되는 것 아니에요?

    ▷정혜신> 뭐 그런 시도들을 범죄 피해자들에 대해서, 그런 시도들이 지금 조금씩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넘겨줬다, 우린 이런 거 하고 있다, 어떤 거냐, 하드웨어적인 것 말고 그 이후에 섬세하게 그런 것들이 실질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그런 섬세하고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그런 데까지는 아직 손이 미치지 않는 것 같고요. 그러니까 실질적으로는 도움을 받지 못하지요.

    ▶정관용> 과거 고문 피해자 분들도 우리 정 박사님이 연결해서 지금 도움을 주고 계시지 않습니까?

    ▷정혜신> 예, 진실의 힘 재단이라고요, 고문 피해자 분들의 치유와 관련한 이런 재단이 있는데요, 거기에서 지금도 한 4년쯤 되었습니다.

    ▶정관용> 그런가 하면 오늘날 우리 사회도 여전히 사회적 폭력에 의한 이런 피해자들이 많이 생기고 있지요.

    ▷정혜신> 지금 노동현장에서...

    ▶정관용> 쌍용차가 마찬가지이고, 한진중공업이 마찬가지이고요. 그렇지요?

    ▷정혜신> 그렇지요. 노동현장에서의 폭력이 너무 일상화되고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런 용역들에 의한 폭력이 지금 상당히 끔찍한데, 이 사람들의, 피해자들의 그런 육성을 접해보면은요, 정말 끔찍한 폭력들을 저지르는데, 우리가 그 사람들을 어떤 한 직종의 하나로, 용역이라는, 용역회사 직원? 일반적인 회사 직원으로 바라보는 이런 무감각한, 폭력에 대해서 무감각한 시선들, 이런 것들 안에서 우리 사회의 폭력이 상당히 일상화되는 느낌이 들지요.

    ▶정관용> 예, 80년대라면 혹시 모르겠는데, 지금 2011년, 2012년이 다가오는데 여전히 우리 사회에 사회적 폭력 수위가 그렇게 높다?

    ▷정혜신> 예, 그렇지요. 예, 뭐 구조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폭력도 그렇고요, 이런 것에 무감각하고 이런 것들이 일상에 다 스며들다 보니까 그 피해자들이 갖게 되는 또 공격적인 성향들이 또 이렇게 번져나가게 되고요. 그러다 보면 그것들이 또 그 아이들한테도 전가가 되고요.

    ▶정관용> 맞아요.

    ▷정혜신> 그래서 요즘 와서는 아이들이 보이는 폭력성, 공격성, 이런 것들도 상당히 위험 수위에 올라왔고. 그것이 외부로 표출이 되면 왕따나, 아이들 그런 것도 있고.

    ▶정관용> 그래요.

    ▷정혜신> 그런 것들이 또 그 공격성이 자기 안으로 꽂히면, 그러다 보면 자살하는 아이들이 지금 많이 늘어나고 있고. 이것의 핵심에 다 그 공격성, 폭력에 무감각한 우리들. 이런 모습들이 다 숨어있다고 봐야 되는 거지요.

    ▶정관용> 사회적 폭력, 또 가정폭력. 가정폭력은 뭐 내 자식은 나의 소유다, 라고 하는 그릇된 생각에서 뭐 어때,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그것이 또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폭력성으로 또 나타나고.

    ▷정혜신> 그럴 수도 있고, 부모가 이렇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상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좌절, 한 인간으로서의 모멸감, 수치심, 그런 분노들을 삭이지 못하다 보면은요, 그것이 흔히 아이들한테 그것이 전가가 되지요. 그럼 아이들이 그 안에서 여러 가지로 상처를 입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 아이가 또 폭력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요. 그러니까 우리 사회 폭력성이 지금 가정으로, 아이들한테로, 다음 세대로...

    ▶정관용> 참 악순환인데...

    ▷정혜신> 적극적으로 지금 번져나가는 상황이라고 보지요.

    ▶정관용> 어떻게 이 고리를 끊어야 합니까?

    ▷정혜신> 어, 일단 우리가 자각을 해야지요. 우리가 이러고 있다, 내가 나도 모르게 폭력적인 것, 내가 당하는 폭력에 대해서도 너무 견디거나. 그럴 수 있지, 내 처지가 이러니까, 내 상황이 이러니까, 저 사람은 힘이 많은 사람이니까... 이런 것들을 저는 너무 쉽게 타협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요, 식당 앞에 누가 벤츠를 타고 내렸는데, 발레파킹하는 사람이 굉장히 친절하게 했어요. 그런데 그 다음에 경차를 가지고 누가 내렸는데, 아, 아줌마, 빨리 빼세요, 예를 들어서, 함부로 했어요. 그래도 혹시 우리 마음 속에 이런 마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눈치 보게 되고요. 어, 그런 것들을 좀 뭐라고 그럴까,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내가 뭐 좀 가진 게 없고, 볼품이 없고, 그러니까 그런 폭력적인 대우들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마땅하다, 라는 것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자꾸 이렇게 젖어들어오는 것 같아요.

    ▶정관용> 요즘 젊은 친구들은 안 그렇지 않나요, 그래도?

    ▷정혜신> 안 그렇다고 느끼세요?

    ▶정관용> 저는 좀 나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그렇지 않나요?

    ▷정혜신> 그러세요?

    ▶정관용> 자기 주체성, 뭐 당당함, 그런 게 조금 더 우리 기성세대보다는 조금 더 발달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정혜신> 어, 별로 그래 보이지 않는데요.

    ▶정관용> 그래요?

    ▷정혜신> 그렇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그냥 그 젊음이 가지고 있는 속성.

    ▶정관용> (웃음) 그래서 그런가요?

    ▷정혜신> 때문에, 예, 그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근본적으로 지금 아이들이 자라오는 과정들, 학교에서나 부모한테 받는 여러 가지 그런 심리적인 대우들. 그 안에서 자기가 자기를 훼손하지 않고 커갈 수 있느냐, 뭐 이런 문제를 생각해보면 우리 때보다 상황이 저는 더 악화되었다고 보는 거지요.

    ▶정관용> 오히려 악화되었다?

    ▷정혜신> 예.

    ▶정관용> 이게 그러니까 민주시민으로서의, 민주공동체로서의 나의 주체성을 세우고, 타인의 주체성을 존중하고, 이런 관계와 문화가 아직 성숙이 안 되어 있는 것 아니겠어요? 한 마디로 말하면?

    ▷정혜신> 예, 그렇지요. 아주 심각하게 그렇다고 저는 느껴지는데요. 그게...

    ▶정관용> 권력과 돈과 그것이 폭력적으로 발현되고 폭력적으로 상하관계화되고, 여전히 그렇다?

    ▷정혜신> 예, 그렇지요.

    ▶정관용> 이게 전근대사회의 특징인데...

    ▷정혜신> 그렇지요. 심리적으로는, 문화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아직 그런 것 같고요. 그런 것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저는 이게 경쟁, 이런 것들이 아주 심각하게 이게 극단적으로 이 경쟁을 쫓는 그런 사회 분위기들이 만들어지면서, 한 인간이, 인간이 수단화되는 것 같아요. 그 과정 중에 사람이 보호받거나 내가 나를 심리적으로 훼손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무척 어렵게 됐지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병들어가는 사람들이 양산이 되는 구조다, 아이나 어른이나...

    ▶정관용> 큰일 났습니다.

    ▷정혜신> 예.

    ▶정관용> 양극화는 심화되고 그 속에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고, 당장 내년 경기 더 안 좋을 거다, 다들 불안해하고 있고. 그럴수록 사람이 자기를 세우기는 더 어려워지는 것이고.

    ▷정혜신> 그렇지요. 뭔가 내가 더 불안해지고, 위협을 받고 그러다보면, 사람이 어떤 상황, 그렇게 되면 내 불안의 레벨이 높아지잖아요. 사람이 불안이 높아지다 보면은, 본능적으로 어떻게 되느냐 하면 눈에 보이는 확실한 무엇을 더 쫓게 되는 거지요.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것으로 내 불안을 잠재울 수 있으니까. 그래서 불안한 그런 것들이 많아지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것, 그러니까 그게 돈일 수도 있고요, 권력일 수도 있고요, 어떤 자리일 수도 있고요, 스펙일 수도 있고요, 자격증의 개수일 수도 있고요. 불안하면 할수록 눈에 보이는, 나를 불안하지 않게 해줄 수 있는 확실한 것에 매몰이 되고, 거기에 발목이 잡히게 되고. 그런데 살다보면은요, 그런 것이 내 불안을 잠재워줄 수 있는 궁극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가 살다보면 알게 되잖아요.

    ▶정관용> 그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궁극적 수단은 뭡니까?

    ▷정혜신> 자기를 찾아야 되는 거지요. 그러니까 자기를 찾는 게 무슨 도 닦자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나를 세우지 않고는 어떤 불안도...

    ▶정관용> 어떤 불안도?

    ▷정혜신> 어떤 외부적인 요소에 의해서도 불안이, 이거는 없어지지 않는 것이지요.

    ▶정관용> 나를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혜신> 어, 나를 세우려면은요? 음, 내가 지금 나를 세우지 못하거나 굽히거나 쭈그러들어 있거나, 그런 것이 무엇 때문인가에 대해서 일단 집중을 하기 시작해야 되지요. 나를 세운다는 게 너무 막연하고 추상적인데 그렇지 않고요. 나를 세운다, 내가...

    ▶정관용> 나를 억압받게 하는 요인들을 찾아라?

    ▷정혜신> 예, 그게 뭘까, 예, 그리고 내가 어떤 부분에서 이렇게 쭈그러들어 있고 위축되어 있을까? 본의 아니게 내가 나를 지금 이렇게 접고 있을까? 그런 지점들에 대해서 내가 민감해지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이지요. 민감해지지 않으면 그냥 나한테 누가 침범해 들어오거나 누가 나를 무시하거나 나를 함부로 대하더라도 그냥 받아들이고 흡수하고 이러면서 내가 망가져가는 것이지요. 자각 못하는 가운데. 그러니까 화를 낼 수 있는 능력, 저는 이것도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라고 보는 거지요.

    ▶정관용> 그렇지요. 그리고 또 불안의 상당한 부분은 욕심에서 비롯되잖아요.

    ▷정혜신> 그렇지요.

    ▶정관용> 일전에도 우리 정 박사님께서 그래서 내려놓기. 홀가분하게 비우기. 그것이 자기를 세운다, 또 이런 말씀도 주셨어요.

    ▷정혜신> 예. (웃음) 어떤 걸 물어보시는 건지 제가...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 제가 보기에는 경쟁사회,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흐름, 어려워지고 있는 여건, 또 사회적으로 만연된 폭력성, 그것에 길들여져가고 있는 사람들의 수동적인 자세, 여기로부터 두 가지가 필요할 것 같아요. 하나는 나를 세워서 대항할 때는 대항할 수 있는 그런 자기 주체성이라고 하는 것. 또 하나는 그런 자기 주체성을 어떤 의미에서는 훼방놓는다고 말할 수 있는 돈과 권력과 등등 여러 가지에 대한 자기 욕심, 그거로부터 자유로워야 또 본인이 제대로 서는 것 아니겠어요?

    ▷정혜신> 예.

    ▶정관용> 한 가지는 내려놓고 한 가지는 손에 들어야 되는군요.

    ▷정혜신>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그래서 그렇게 해서 편안하게 그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가 심리적으로 좀 멈춰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예, 이걸 내려놓기 위해서는 내가 또 뭘 해야 되지? 그런, 그러지도 말고, 일단 지금 내 상태에서 심리적으로 멈춰라, 그렇게 저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요. 지금 내가 어떤 거지? 어떤 상태이지? 내 마음이 지금 어떻지? 사실은 불안한가? 나는 굉장히 열심히 산다고 막 그랬는데 혹시 그런 게 아닌가?를 이렇게 멈춰서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것에서 모든 문제해결이 저는 시작이 된다고 생각해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 방송 들으시는 많은 분들도 잠깐씩 멈추시기를 바라고요. 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대한 좀 전문적인 말씀 듣고 우리 사회가 왜 이런 것이 많은가, 우리 사회의 진단 이야기를 듣고 그러다 보니까 이야기가 한참 흘러왔는데, 다시 좀 돌아가서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도 치료하고 싶다, 이런 말씀 하셨지요?

    ▷정혜신> 예.

    ▶정관용> 마침 저희 어제 인터뷰했거든요. 이분도 지금 그런 치료를 꼭 받아야 되는 상황이라고 보세요?

    ▷정혜신> 음...

    ▶정관용> 어제 제가 인터뷰할 때는 굉장히 여유 있고, 밝고 그렇게 보였는데요.

    ▷정혜신> 어, 치료라는 것이 굉장히 이상하거나...

    ▶정관용> 아니요, 이상할 것 없지요.

    ▷정혜신> 약해빠져서, 아니면 못나서 받는 것이 치료는 아니고요. 힘들고 고단하고 많이 뭔가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되어 있는 상태에서 빠르게 회복이 되기 위해서 받는 것이 치료라고 하면, 그런 의미에서는 저는 필요하다고 보지요. 그런데 그 결정은 본인이 하시는 거지요. 그리고 본인이 그런,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려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은 합니다. 왜냐하면 물리적으로는 상황이 종결이 되어도 심리적인 이렇게 억압이 되었던...

    ▶정관용> 그렇지요.

    ▷정혜신> 내가 물리적인 것을 관철하고 이 어떤 현실적인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내 개인의 욕구, 또 여러 가지 개인의 어려움, 고단함, 상처, 이런 것들은 다 뒤로 미뤄놓은 상태로 오래...

    ▶정관용> 그래요. 309일을.

    ▷정혜신> 예, 내 개인의 불편함, 모순, 이런 것들은 미뤄놓았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해결이 되면 그 다음부터 내가 미뤄놓았던 것들이 내 삶의 전경으로 계속 떠오르기 시작하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그분이 대단히 강하고...

    ▶정관용> 알겠습니다.

    ▷정혜신> 놀라운 사람이지만, 그래도 사람이니까.

    ▶정관용> 직접 연락을 한번 하실랍니까, 아니면 저희가 연락해서 연결을 시켜드릴까요? (웃음)

    ▷정혜신> 크레인에, 85호 크레인에 있을 때 전화통화를 여러 차례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또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정관용> 조만간 좀 빨리 뵙고요. 지금 현재는 목 디스크 때문에 입원해 계시다고 하니까.

    ▷정혜신> 예.

    ▶정관용> 그러기를 좀 바라고요. 마인드프리즘이라고 하는 곳의 지금 원장으로 활동하고 계시고, 거기 찾아오는 분들 가운데는 대기업 경영자나 임원들도 많이들 온다고 제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혜신> 다 그런 분들이지요.

    ▶정관용> 주로 그래요?

    ▷정혜신> 예.

    ▶정관용> 그러면 노사 양쪽을 다 상담해보신 것 아니겠어요?

    ▷정혜신> (웃음) 그렇지요.

    ▶정관용> 그렇지요? 거기에서 무슨 차이가 있어요, 없어요?

    ▷정혜신>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고요.

    ▶정관용> 똑같지요.

    ▷정혜신> 또 제가 보는 것이 뭐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나 그런 부분에 전문가가 아니고요, 한 인간으로서 갈등하거나 뭐 여러 가지로 이제 복잡한 내면에 대한 것을 저는 그 부분과 소통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 약한, 한 개별적 존재라는 측면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 라는 것이지요. 대통령도 마찬가지이고.

    ▶정관용> 그렇겠지요.

    ▷정혜신> 노동자도 마찬가지이고, 굉장한 사람들, 한꺼풀만 벗겨보면 아주 약한, 나약한 부분이 있고요. 아무 힘 없는 사람들 같지만 한꺼풀을 들어가다 보면 정말로 존경스럽고 특별한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지요.

    ▶정관용> 그럼요.

    ▷정혜신> 그러니까 사람이라는 부분에서는 같습니다.

    ▶정관용> 똑같다?

    ▷정혜신> 예.

    ▶정관용> 그런데 정작 그분들은 이른바 정리해고 이런 걸 결정하시는 분들이잖아요.

    ▷정혜신> 그렇지요.

    ▶정관용> 그런데 그 결정할 때 이것이 이런 상처로 갈 수 있구나, 라는 걸 인식하던가요?

    ▷정혜신> 어, 그렇게까지는, 본의 아니게 잘, 그런 것들을 하기가 어려웠던 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그런 이슈를 제가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고 개인의 이슈를 다뤘지만, 제가 이제 와락, 올 한해 동안에 해고노동자들을 만나고 이런 일들, 뭐 이렇게 인터뷰하고 뭐 TV나 기사에서 나오기도 하고, 이런 것들을 접한 분들이 꽤 있을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그분들 중에 제가 낮에 개인적으로 일대일로 상담을 했던 기업의 오너나 CEO나 임원들 중에 와락에 기금을 내신 분들이 상당히 있습니다.

    ▶정관용> 그래요?

    ▷정혜신> 그런데 그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어떤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내가 그동안 그런 것들을 집행을 하고.

    ▶정관용> 정리해고 같은 것?

    ▷정혜신> 예, 하고 그런 일을 평생 해왔는데, 이런 파장이 있다는 것까지는 미처 생각을...

    ▶정관용> 못했다?

    ▷정혜신> 한 적이 없다는 거지요. 정책적으로 갔다는 거지요. 그 사람, 사람이었다는 것에 대해서 잘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그것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낀다, 그러면서 기금을 내신 분들이 상당히 여러 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게 제가 심리적인, 이 사람들이 마음 속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분 해고노동자들이 갖는 심리적인 내상을 자꾸 이야기하는 것이, 또 방송에서 이렇게 해주시는 것이...

    ▶정관용> 그렇지요.

    ▷정혜신>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은 경영자들도 몰라서 그렇게 하는 부분... 왜냐, 눈에 안 보이니까요.

    ▶정관용> 맞아요.

    ▷정혜신> 사람 마음은. 단순하게 봤으니까요.

    ▶정관용> 그렇습니다.

    ▷정혜신> 알면, 깊이 알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거지요.

    ▶정관용> 고민하게 되는 거지요.

    ▷정혜신> 예.

    ▶정관용> 어떤 정책, 또 어떤 정책으로까지 가지 않아도 좋아요, 어떤 협상, 타결, 어떤 면에서는 돈 문제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그냥 제도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거기에 사람이 있다는 것. 또 그 사람들은 다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 마음으로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

    ▷정혜신> 그렇지요.

    ▶정관용> 이런 걸 알려주시는 거로군요.

    ▷정혜신> 그렇지요. 그걸 알면 상당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하는 거지요. 그래서 사람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자꾸 보여줘야 되는 것 같아요.

    ▶정관용>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습니다.

    ▷정혜신> 예.

    ▶정관용> 정 박사님 그밖에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계신데, 박원순 시장 선거 때 멘토단의 일원도 하셨더라고요? 그건 또 어떤 인연으로 어떻게?

    ▷정혜신> 어, 일단 개인적으로 제가 박원순 변호사 시절에, 시민운동을 할 때, 제가 저희 마인드프리즘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분들한테 개인적으로 지원을 하고 싶어서, 마음으로 돕고 싶어서, 심리분석을 해드리고, 그래서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면, 도움이 되고 그럴 수 있잖아요? 뭐 그런 것들을 하면서...

    ▶정관용> 그렇지요. 그 인연으로?

    ▷정혜신> 예, 제가 심리분석을 했던 분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가 정치인, 정당의 소속으로 되셨으면 그렇게 제가 멘토단으로 나설 것 같지는 않았는데.

    ▶정관용> 무소속이어서...

    ▷정혜신> 무소속이라기보다 그냥 우리 후보였으니까. 그래서 그냥 했지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명진 스님 저희 프로에 와서 인터뷰하셨는데, 그때 방금 들은 이야긴데, 이러면서 우리 정혜신 박사님 병원 거기가 세무조사 당하다가 안 되니까 노무조사 당해가지고 엉뚱한 일을 당했다더라, 라고 하셨거든요? 무슨 이야기예요?

    ▷정혜신> 아, 세무조사 아니고요, 세무조사는 아니고요, 노무조사, 또 의료보험과 관련된 그런 조사가 있기는 있었는데요, 그냥 무리 없이 잘 끝났고요. 세무조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마인드프리즘이 회사예요, 그러니까 병원은 아니고요. 그래서 조금 그게, 그런 일이 있었어요.

    ▶정관용> 그러니까 억울한 일 당하신 것은 아니었어요?

    ▷정혜신> 뭐 별로 그런 것 없었습니다. 예, 잘 끝났어요.

    ▶정관용> 그런데 왜 명진 스님은 또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몰라요.

    ▷정혜신> (웃음) 글쎄 말이에요. 저 때문에 걱정을 하셨는지.

    ▶정관용> 예, 조사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좀 그렇게 생각하셨던 모양이네요.

    ▷정혜신> 예.

    ▶정관용>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하실 일은 점점 많아지실 것 같은데.

    ▷정혜신> 그렇지만 내나 똑같은 일이고요.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우리 사회가 상처받은 사람을 너무나 많이, 어, 예, 상처받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그냥 똑같이 그 일을 그냥 더 열심히, 더 체계적으로, 이걸 많이 알려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런 쪽에 더 힘을 써보려고요.

    ▶정관용> 그렇지요. 와락 센터 같은 게 여기저기 더 많이 생겨야 되는 것 아니에요?

    ▷정혜신> 예, 그랬으면 참 좋겠고요. 와락 센터 생길 때 우리가 와락 쌍용차, 와락 평택에서 시작하지만, 이게 와락 강정, 뭐 와락 부산영도, 와락 재능 이런 쪽으로 번져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만든 시스템이에요. 그래서 새해에는 꼭 그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런 마음들, 간절함들이 있으니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정관용> 그런 데에서 직접 상담을 맡아주실 전문 인력들은 많이 계십니까, 어떻습니까?

    ▷정혜신> 지금 사실 우리나라에 그런 전문 인력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많지 않아서요, 그래서 지금도 와락 센터에서도 여러 분야의 자원활동가들이 많이 모였는데 그중에서 제일 빈약한 것이 이게 상담하는 사람들이에요.

    ▶정관용> 아니, 그게 제일 핵심인데?

    ▷정혜신> 그러니까요.

    ▶정관용> 아이고.

    ▷정혜신> 아직 우리나라에 그런 훈련을 잘 받은 상담가들이 많이 없고요.

    ▶정관용> 정신과 의사라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모양이네요?

    ▷정혜신> 다 하지를 않지요. 예, 많은 의사들이 약물치료 위주로 지금 많이 하기 때문에 상담 경험이...

    ▶정관용> 맞아요. 그건 또 별도의 그런 것이 필요하지요?

    ▷정혜신> 예, 그래서 그런 것들을 새해에는 그래서 그런 상담 인력을 교육하고 만들어내고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와락 센터에서, 어떤 이런 피해 현장에서, 거리에서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 있을 때 상담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그런 상담학교 같은 것? 그것을 만들 계획이 있습니다. 하다 보니까 그런 인력이 너무 절실히 필요해요.

    ▶정관용> 그럼요. 그럼 상담학교 만들어서 상담사들을 키우고, 또 그분들이 활동할, 여러 도처에 와락 센터 같은 걸 만들고. 그걸 좀 시스템, 체계화시키고?

    ▷정혜신> 예, 지금 계획은요, 상담가를 만드는데 트레이닝을 이렇게 다 훈련을 시켜주고, 교육을 시켜주고 할 테니까 수업료를 내고 하라, 그런 것 말고요, 수업료 안 내고 그냥 가르쳐주는 시스템. 그런 학교를, 상담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그런 상담학교를 만들어서...

    ▶정관용> 그렇지요.

    ▷정혜신> 그런데 단 이 사람들이 꼭 이런 현장에서 최소한 일정 기간 동안은...

    ▶정관용> 가서 무료로 봉사해야 된다, 그거지요?

    ▷정혜신> 봉사해야 한다, 그러니까 그런 사람을 만들기 위한 학교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정관용> 많은 분들이 또 함께 뜻을 합하고 십시일반 도와야만 할 수 있는 일일 것 같고요.

    ▷정혜신>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정관용> 아까 우리 와락 센터 권지영 대표한테도 새해에 더 바빠지세요, 그랬는데, 정혜신 박사도 새해에 더 바빠지셔야 될 것 같습니다.

    ▷정혜신> 예.

    ▶정관용> 제가 어떤 다른 단체, 예를 들어서 무슨 환경문제, 이런 걸 하시는 단체 그러면 제가 이 단체가 빨리 없어지는 게 참 중요하고 좋습니다, 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 이 분야만큼은 빨리 없어지기를 바랄 수가 없어요. 이제 빨리 만들어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다 만들어놓고 나서 조금 쉬시더라도...

    ▷정혜신> 그러지요, 뭐.

    ▶정관용> 더 많이 바빠지시기 바라겠습니다.

    ▷정혜신> 그러겠습니다.

    ▶정관용>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정혜신> 감사합니다.

    ▶정관용> 예, 고맙습니다. 2011 희망의 불씨를 남긴 사람들, 그 마지막 정혜신 박사님와의 대화 끝내겠습니다. 내일 뵙지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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