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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재밌게, 다같이 보자" 영화업계의 '배리어프리' 바람



사회 일반

    "영화 더 재밌게, 다같이 보자" 영화업계의 '배리어프리' 바람

    '도가니' 당시 자막상영만…장·비장애인 모두가 '눈·귀'로 즐기는 신(新)장르 시대로 가야



    여성 장애인 성폭력 문제를 다룬 영화 '도가니' 상영 당시 영화는 전국 600군데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됐다. 그러나 자막 상영은 전국에서도 단 22군데에 그쳤다. 시간대도 하루 한 차례 등으로 제한됐다. 장애인들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영화의 눈과 귀 되어 주는 '배리어프리'

    “저는 불편해도 종종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어요. 주인공들이 하는 얘기만 들으면서 영화 내용을 파악했어요. 같이 간 친구는 졸곤 했죠. 그런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화면 해설이 들어가다 보니까, 지금까지 보던 영화와 다른 ‘스릴’ 같은 게 느껴져요. 막..몰입하게 된달까?” - 시각장애인 유해리(22, 여)씨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아도 영화관에서 불편함 없이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화면에 자막과 음성 해설을 동시에 넣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리어프리 (Barrier-free)영화’ 덕이다.

    유럽에서는 역사가 길고 일본 역시 지난해 배리어프리 영화제를 첫 개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배리어프리 영화’ 운동의 선봉에는 실력파 영화감독들이 있다. 감독들은 자신들의 뜻이 반영되도록 직접 자막과 음성 해설을 작성,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영화를 재작업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1호 배리어프리 영화이자 시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블라인드' 안상훈 감독은 “장애인을 소재화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휴머니즘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재밌어야 한다. 기존 매체의 한계를 보완하고 모두를 어우러지게끔 하는 바람에서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난 달 28일부터 31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블라인드'와 '술이 깨면 집에 가자' 한국어판(양익준 감독)이 상영됐고, 2일 국회에서는 배리어프리 영화 시사회가 각각 열렸다.

    시사회에 참석한 한 보좌관은 “재미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화면 해설이나 자막 덕분에 박진감이 느껴졌고, 눈과 귀에 즐길 수 있어 흥미진진했다”며 “가족 구성원 가운데 장애인이 있어도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기쁨을 느끼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리어프리 영화 설립 추진위원회는 일본 영화 '마이백 페이지'와 '술이 깨면 집에 가자' 한국어판, 지난 전주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중복장애인을 다룬 영화 '달팽이의 별'을 내년 초 개봉할 예정이다. 마이백 페이지와 달팽이의 별의 경우 일반 상영관과 배리어프리 버전을 동시 상영한다는 계획이다.

    만화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오성윤 감독)' 배리어프리 버전도 작업 중이다. 추진위는 내년 가을 쯤 제1회 배리어프리 영화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영화계 큰 손…대기업들의 '사회 공헌'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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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건은 저작권 양도와 제작비 조달 문제 해결이다. 현재 추진위는 편당 2천~3천만원 상당의 제작비 모두 부담하고, 일부 뜻 맞는 배급사의 도움에 기대고 있다.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을 위해서는 배급사, 투자사들과 추진위의 저작권 위탁대행 계약 체결이 선행돼야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현재로선 미미하다.

    이은경 대표는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대기업들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배리어프리 영화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며 “우리 투자자들과 배급사, 제작사들도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을 바꿀 시점이 된 만큼 대기업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라고 관심을 촉구했다.

    일본은 후생노동성과 골드만상사, 스미토모 상사 등 정부부처와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 ‘배리어프리 영화’ 운동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하고 있다. 영화계는 제작 단계부터 배리어프리 버전을 만드는 추세고, 지차체도 운동을 돕는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제1회 배리어프리 영화제’가 열렸다.

    ◈ 기존 장애인 영화의 한계를 뛰어 넘어…모두가 하나 될 때

    한국농아인협회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 장애인 단체들은 그간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연간 6억원 상당을 후원받아 장애인 영화를 제작했다.

    하지만 영화인의 참여는 없는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을 위한 기술적 뒷받침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배리어프리는 여기에 재미와 감동, 비장애인과의 소통이라는 숨결을 불어 넣자는 의미다. [BestNocut_R]

    한국농아인협회 이호준 영화사업 담당자는 "자막과 음성 해설을 넣은 영화를 한 편 상영하려면 제작단계부터 일일이 제작사와 배급사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며 "감독들이 직접 나서준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다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황덕경 미디어접근센터장은 “화면해설과 자막에 시청각장애인들의 의견이 배제되면 일방적인 소통이 될 수 있다. 경계해야 한다”며 “장애인들의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적 밑바탕을 조성하고, 배리어프리 운동과 국내 (장애인 관련) 단체들과 긴밀한 협의를 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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