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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의 심리학…스포츠에서 연승은 꼭 좋기만 할까



스포츠일반

    연승의 심리학…스포츠에서 연승은 꼭 좋기만 할까

    [알쏭달쏭, 스포츠심리]②연승 마감시 심리적 타격 ''UP''…연패 빠지기도

    심리적인 부분은 스포츠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들어 국내 스포츠계는 스포츠심리학의 현장적용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노컷뉴스는 한체대 윤영길(스포츠심리학) 교수의 도움으로 스포츠심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알쏭달쏭, 스포츠심리'' 기사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스포츠에서 연패를 하면 너도나도 ''연패 탈출''을 위한 처방전을 내놓는다. 저마다 연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향후 전력이 상승할 개연성이 그만큼 크다. 반면 연승행진을 벌이면 해당 팀은 스포트라이트 안에 갇힌다. 불빛 아래 서 있으면 단점은 가려지고 장점만 비춰지기 마련. 어찌보면 문제점을 발견하고 전력을 가다듬을 기회를 잃는 셈이다. 과연 스포츠에서 연승은 꼭 좋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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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승 마감 시 심리적 타격이 더 크다

    선수가 연승행진을 마감했을 때 짓는 표정은 복잡미묘하다. 연승기록이 깨져 아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연승부담''을 내려놓아 홀가분해 보이기도 한다. 겉으로는 ''연승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해도 알게 모르게 연승을 의식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해방감보다 아까운 마음이 더 많이 드는 건 당연지사. 특히 연승을 내달리며 승승장구하다 패하면 평소보다 심리적인 타격이 클 것이다.

    격투기스타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러시아)와 UFC파이터 김동현(부산팀매드)이 대표적인 경우다. 표도르는 지난 10년간 종합격투기에서 무패 신화를 썼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스트라이크포스에서 파브리시오 베우둠에 패했다. 2000년 종합격투기 데뷔 후 사실상 첫 패배였다. 단 ''1패''였지만 충격파는 컸다. 그는 "다시 일어서겠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이후 안토니오 실바와 댄 헨더슨에마저 패했다. ''격투황제''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표도르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냈던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이제 표도르는 관심없다"고 태도를 바꿨다. 오매불망 표도르를 원하던 알리스타 오브레임은 "(표도르 따윈) 안중에 없다"며 변심했다. ''무적의 사나이''로 각인됐다가 졌을 경우 패배는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김동현도 비슷한 예다. 그는 지난 8월 ''UFC 132''에서 카를로스 콘딧에 져 UFC 5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자 악플이 쏟아졌다. 안와골절 부상까지 당한 김동현은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다. 주변의 격려와 응원에만 익숙하다가 처음 듣는 ''비난세례''에 상처가 컸던 탓이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과감도 컸을 법하다.

    승부의 세계에서 연승기록은 언젠가는 깨지기 마련이다. 연승 시 선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는 게 좋을까.

    한체대 윤영길(스포츠심리학) 교수는 "선수가 연승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경기에 변수가 하나 더 생긴다. 좋은 경기의 전제조건 중 하나는 경기에서 변수를 단순화하는 것인데, 변수의 증가는 동일과제임에도 과제의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이는 결국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며 "이전 경기의 기록보다는 다가올 경기에 집중하고, 연승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수를 오리엔테이션 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 연승 마감 후 연패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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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이 연승을 질주하다 ''연패 늪''에 빠지는 경우를 간혹 본다. 문제는 연승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다가 패배한 후 연패로까지 이어지면 팀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을 우려가 있다는 것. 이는, 선수가 연승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경기에 피로가 누적되고, 패하는 순간 참았던 피로가 팀으로 확산돼 선수단 전체가 피로감에 젖는 과정으로 설명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팀을 잘 추스르고 하루 빨리 정상궤도로 올려놓아야 한 해 농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2004~2005시즌 프로농구 TG삼보(원주 동부 전신)와 2008~2010시즌 프로배구 대한항공은 좋은 비교 대상이다. 종목은 다르지만 해당 시즌, 두 팀 모두 개막 초반 연승가도를 달리다 연패에 빠져 곤란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4~2005시즌 TG삼보는 특유의 ''질식수비''를 앞세워 개막 7연승을 달렸다. 초반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가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최고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개막 직후 7연승을 질주하다 내리 3번을 패한 것. 비록 초반이었지만 연패 사슬을 끊지 못해 분위기 전환에 실패했다면 통합우승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BestNocut_R]

    반면 2008~2009시즌 대한항공은 1라운드 5전 전승으로 고공비행을 했다. ''다크호스''였던 팀은 단숨에 ''우승후보''로 격상되며 기세등등했다. 2라운드에서도 힘찬 비상이 예상됐다. 하지만 성적은 2승3패로 곤두박질쳤다.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에 무기력하게 졌다. 급기야 아마추어 초청팀 신협상무에마저 패했다. 3년 만의 패배였다. 비록 LIG손해보험을 맞아 역전승(3-2)을 거두긴 했지만 경기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팀 사기가 꺾였고, 이는 성적 부진과 연결됐다. 대한항공은 결국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지도자의 역할에 따라 팀이 계속 내리막길을 걷느냐, 다시 제 페이스를 찾느냐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연승 종료 후 심리적 후유증 완화와 관련이 있다. 윤영길 교수는 "연승하다 패했을 경우, 그 경기 직후 ''연승 모드''를 정리해줘야 한다. 그 다음 한 경기 정도는 승리나 연승의 관성을 유지하는 것보다 팀 정비를 위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경기력은 평균으로의 회귀다. 연승을 했다면 연패할 가능성도 있고, 연승 후에는 남은 시즌 동안 평균보다 패배가 많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사실을 지도자 스스로 인식해야 승리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연승의 관성은, 지도자가 자기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하므로 선수보다 지도자에게 더 치명적인 부메랑이 되곤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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