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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한미FTA, 이혼할 수 없는 결혼"



경제 일반

    장하준 "한미FTA, 이혼할 수 없는 결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영국 캠브리지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

    한미FTA 찬성하는 측의 얘기를 들으면 그게 맞는 것 같고, 또 반대하는 측의 얘기를 들으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고 지금 혼란스럽다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만큼 손익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는 얘기일 텐데요. 오늘은 여당이나 야당이 아닌 외부의 시선으로, 학자의 시선으로 한미FTA를 바라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분이죠. 장하준 교수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장하준

     

    ◇ 김현정> 한미FTA를 둘러싸고 지금 돌아가는 한국 내의 상황들을 관심 있게 보고 계시죠?

    ◆ 장하준> 그렇죠.

    ◇ 김현정> 논쟁 과정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지점은 없는 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 장하준> 제가 보기에 근본적으로 미국이든 유럽연합이든 수준이 너무 높은 나라들하고 자유무역협정을 맺어버리면 결국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발전하는데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거든요. 지금 개방을 완전히 그쪽들하고 해버리면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가 있는 자동차, 조선, 전자 이런 데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우리가 앞으로 개발해야 될 산업들도 많이 있단 말이죠. 지금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한 것 같아도 결국 최고 선진국 40% 내지 50%밖에 안 되는 나라, 지금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불 부분입니다. 미국, 스웨덴, 핀란드 이러한 나라는 4만 5000불, 독일, 프랑스 이런 데는 4만불 아닙니까? 결국 우리가 지금 우리 2배 정도 되는 수준에 달한 나라들하고 자유무역을 통해서 1:1로 결쟁을 하겠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가 개발 못한 첨단산업들은 결국 개발을 영원히 못 하게 되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1960년대나 70년대 미국이나 일본, 내지는 유럽하고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으면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를 개발시킬 수 있었겠어요.

    그런 식으로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기업이지만 뭔가 한 단계 높은 나라가 되기 위해 필요한, 특히 부품소재산업이라든가 신기술 산업이라든가 이런 데서 개발할 기업들이 있는데 1:1로 경쟁을 하면 그런 산업들이 발전이 안 된다는 거죠.

    ◇ 김현정> 오히려 그쪽에서 기술을 배워온다든지 이런 건 불가능한 겁니까?

    ◆ 장하준> 기술을 물론 배워와야죠.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기술을 들여와서 익히고 그걸 우리 것으로 만든 다음에 또 한 단계 더 개발시키는 과정이 있어야 우리가 국제수준에 올라서는데 그 수준에 갈 수가 없다는 거죠. 왜냐하면 새로운 산업을 보호할 수가 없고 그쪽에 다 맞춰서 해야 되기 때문이죠. 그게 사실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거든요. 지금 국가투자자소송제(ISD)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서요. 더 큰 문제를 못 보고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싸우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 김현정>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는, 수준이 높은 나라와의 한미FTA는 우리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말씀이세요. 그러면 지금 우리 국내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ISD 조항도 찬반 양측이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득이 되는 국제적 기준이 아니냐.', '아니다.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다.'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장하준> 사법주권이 침해되는 건 맞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문제가 되는 국가투자자소송제도(ISD)가 뭐냐 하면, 과거에 한 80년 때까지 국제투자협정 같은 걸 맺으면 정부정책 때문에 자기들이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외국인투자자가 투자를 받은 나라 법정에서 일단 문제를 제기하고, 그게 안 될 경우에 국제중재위원회에 가져가는 그런 식이었는데요. 90년대부터 그걸 안 거치고 바로 국제중재위원회로 가져갈 수 있게 됐어요. 그러니까 투자를 받은 나라의 어떤 주권을 침해하는 건 맞는 거죠. 그리고 문제는 또 뭐냐, 중재위원회라는 게 국제인권재판소라든가 이런 식으로 공공기구가 아니라 사적인 기구거든요. 세계은행이 거기 심판관으로 나서는 사람들을 검증을 한다든가 그런 것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공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각 나라에 대한 정부의 경제주권에 대한 제약을 떠나서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볼 때 공적 기관에서 사적 기관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거거든요.

    ◇ 김현정> 국가영향력도 어느 정도 여기에 미칠 수 있고 사적인 이익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는 좌지우지될 수도 있는 기관이지, 아주 냉철하게 객관적인 기관은 아니다, 공공이익을 위한 기관은 아니다는 말씀이세요?

    ◆ 장하준> 그건 아니죠. 중재위원회라는 게 어떤 대표성이라는 것도 없고 어떤 투명성도 없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이게 상당히 문제가 많아요.

    ◇ 김현정> 그런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하고 저희가 인터뷰를 했습니다만, 이렇게 주장하시더라고요. “미국기업이 우리나라 제소하는 경우만을 자꾸 반대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에서 사업하다 불이익당한 경우에도 미국에 제소할 수 있는 거다. 지금까지 미국 사업가가 패소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걱정 말아라.” 하시던데요?

    ◆ 장하준> 그렇죠. 그건 있습니다. 옛날처럼 우리가 투자를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투자를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한테 좋은 면이 있죠. 그런데 제가 제기하는 문제가 뭐냐 하면,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을 떠나서 어떤 기업들이 사회적 합의를 확실히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부의 어떤 규제 능력 같은 걸 제약하게 해 주는 장치란 말이죠.

    정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경규제라든가 이런 것을 기업이 너희가 이런 걸 규제해서 우리가 손해를 봤다, 이윤을 낼 만큼 못 냈다 해서 제소를 해서 정부가 물어준 경우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게 한국 정부가 됐건 미국 정부가 됐건 문제가 되는 거죠. 그런데 이 문제가 뭐냐 하면 어떤 제도가 옳으냐, 그르냐를 판단할 때 다들 하는 건데 그러면 맞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얘기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그게 아니죠. 아무리 다 한다고 그래도 맞지 않는 제도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냉철하게 봐야죠.

    ◇ 김현정> 우리에게는 어떻습니까? 지금 우리 상황에서는 반드시 빼야 되는 건가요?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가지고 가야 되는 건가요?

    ◆ 장하준> 저는 기본적으로 유럽연합이나 미국, 이런 선진국들하고 자유무역협정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한테는 그것 때문에 조작을 하고 안 하고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워낙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요.

    지금 반대하는 분들 중에서 예를 들어 호주 같은 경우에는 미국하고 협상할 때 국가투자자소송제를 뺏거든요. 만약에 그렇다면 찬성할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래도 찬성을 안 하기 때문에 저한테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한미FTA 자체가 너무 수준이 벌어지는 조약이기 때문에, 국가들 간의 협정이기 때문에 아예 반대한다, 맺지 말아야 한다 하셨는데요. 그러면 FTA를 맺지 않고 가다 보면 우리가 너무 도태되는 것 아닙니까? 국제사회에서 섬이 되는 거 아니에요?

    ◆ 장하준> 지금 WTO도 있고 다 있는데 왜 우리나라가 나서서 국제다자간 질서를 먼저 흐리고 다녀요. 이렇게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을 하는 것은 순수한 자유무역이론 입장에서 봐서도 맞지 않는 거거든요.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 장하준> 뭐냐 하면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미국하고 자유무역협정을 맺어서 미국 소고기를 무관세로 수입을 하면 호주 소고기를 차별을 하는 것이고, 유럽연합이랑 맺어서 독일차를 무관세로 수입을 하면 일본차를 차별하는 것이란 말이죠. 그러니까 진정한 자유무역이 아니에요.

    그래서 자유무역의 대가로 알려진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인도계 바그와트 교수라는 분은 노골적으로 이것은 자유무역이 아니라고 하고 다닌다고요. 사실 그런 식으로 자유무역도 아니고 그 다음에 장기적으로 후진국한테도 해롭고 이런 것이기 때문에, 이거 안 한다고 해서 우리가 꼭 도태될 게 아니죠. 소위 찬성하는 분들 중에서 옛날에 정부에서도 그랬어요. 이런 거 안 하면 북한이나 리비아, 쿠바 이런 나라같이 된다고 하는데 한국이 세계에서 개방도가 제일 높아서 고생하는 나라 중에 하나인데요.

    ◇ 김현정> 특히 금융쪽이 그렇죠?

    ◆ 장하준> 금융은 특히 그렇고 무역에 있어서도, 물론 우리 수준에서 지금 선진국들처럼 2%, 3% 관세 가지고 나라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사실 굉장히 우리 수준에 비하면 관세가 높거나 그런 나라가 아니거든요.

    ◇ 김현정> 그러면 중국하고도 FTA한다고 그러고 일본하고도 추진하고 유럽하고도 했고, 그러면 어느 나라와의 FTA 정도까지가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용인될 만한 것이라고 보십니까?

    ◆ 장하준> 후진국하고 하면 우리한테는 사실 이익이에요. 자유무역이라는 게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끼리 하면 서로 자극도 되고 시장도 넓어지고 아주 좋은데, 수준이 안 맞는 나라들끼리 하면 후진국이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는 거죠.

    ◇ 김현정> FTA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정밀기기라든지 예를 들어서 우리가 취약한 부분들에 대한 육성책을 충분하게 마련해 놓고 그 다음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 이런 말씀이에요?

    ◆ 장하준> 생각해 보세요. 지금 자유무역협정들 맺으면 19세기에는 20년짜리 조약도 있었지만 지금 영원히 맺는 조약이거든요. 영구적인 조약을 맺는 데 한 2, 30년 기다려서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들의 85%, 90% 수준이 됐을 때 그 다음에 보상책 같은 것도 제대로 만들어놓고 하면 더 좋은 효과가 많은 것들인데요. 지금 그렇게 성급하게 해서 일을 그르칠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는 이미 이행법안이 다 국회 통과했습니다. 국회의 모든 절차가 끝났어요. 한정 없이 미국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 국제신인도 떨어진다, 이런 거 염려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 장하준> 미국이야말로 그런 국제조약 같은 거 의회에서 인준 안 해 줘서 파기하는 경우가 제일 많은 나라인데. 글쎄요, 모르겠어요. 처음에 시작을 한 게 물론 잘못이지만 지금이라도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금 잘못 시작해서 체면 차린다고 비준했다가 나라의 앞길이 안 좋아진다면, 저는 도중에 안 하겠다고 하는 게 더 맞는 일 같은데요.

    ◇ 김현정> 지금 들으시는 분들 중에 너무 극단적이다 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지금이라도 안한다고 말하는 게 차라리 더 나은 것이다?

    ◆ 장하준> 그렇죠. 그렇잖아요. 결혼으로 얘기하면 이혼도 못하는 결혼인데요. 그게 내부에서 갈등이 있고 나라가 지금 반으로 쪼개지게 생겼고, 제가 보기에는 여러 가지 앞으로 그것 때문에 경제에 악영향이 많을 텐데요. 만약에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안 할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이혼도 못 하는 결혼인데 이렇게 서둘러서 해야겠느냐?

    ◆ 장하준> 이거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냥 하다가, 한 10년 하다가 이거 아닌데 하고 그만할 수 있는 거 아니거든요.

    ◇ 김현정> 교수님 여기까지 말씀 들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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