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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기자, 손에 쥔 칼을 스스로에게 먼저 겨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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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과 기자, 손에 쥔 칼을 스스로에게 먼저 겨눠라

    [변상욱의 기자수첩]

    ㅇㅇ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 오직 ''''명바라기'''' 그것이란 말인가?

    MBC 피디수첩이 광우병 쇠고기 보도와 관련해 3년 4개월 만에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직후 MBC 경영진이 관련자들을 인사위원회에 소환했다. 인사위원회는 재판에서 무죄판결 받은 피디수첩 피디들에게 정직 3개월,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왜 3년 4개월의 법정 투쟁 끝에 언론으로서 할 일을 했다고 무죄판결을 받은 피디수첩 피디들을 징계해야만 하는 걸까?

    죄가 없다는 3년 4개월 전 방송 내용을 문제 삼아 중징계를 가차 없이 내리는 MBC의 경직된 분위기가 놀랍고 개탄스럽다. 한편 그럴 정도의 분위기에서 ''''PD수첩 조용기 목사 편은 아무런 간섭 않고 방송되도록 내버려 두는 건 어째서일까?'''' 라는 궁금증도 생긴다. 조용기 목사는 우리 사회의 막강한 거물급 지도자이고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고, 정계.재계에 손발 안 뻗은 곳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지난 2월 말 언론 보도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정부가="" 이슬람채권법="" 입법을="" 계속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 운동을="" 벌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 된다="">

    결국 두 가지 가설이 성립된다.

    △경영진은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에 직접적인 위해를 끼치지만 않으면 제작진에게 압박이나 부담을 주지 않는다. △경영진은 조용기 목사도 이미 이명박 대통령에게 폐를 끼치고 떨어져 나온 인물로 간주하고 있다.

    어느 쪽인지 아니면 더 심오한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가설이나 세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자괴스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 기자와 취재원 - 멀고도 가깝고 뒤통수도 치고

    KBS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 전문 가운데 KBS 관련 내용이 들어 있어 문제가 됐다. 2007년 대선 때 KBS 해설위원과 기자가 대선 관련 정보를 미 대사관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또 그 두 사람이 지금은 보도 책임자로, 뉴스 앵커로 활동하고 있어 논란이 더 커졌다.

    KBS 측은 "정상적인 취재 과정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다. 언론에 실린 정도에서 설명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추가한 것일 뿐이며 정보원, 간첩 이런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명예훼손"이라고 항간의 비난을 일축했다.

    우리 형법상으로 ''''간첩''''죄는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했을 때, 그리고 군사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했을 때''''에 해당한다. 정보원? 그것은 미 대사관이 대가를 주며 고용했을 때에 해당 될 것이다. 그럴 일은 없었다고 믿지만 그렇다고 해도 궁금한 것이 남는다.

    1) 보도본부장에 대한 미국대사관 표현. ''''미 대사관과 종종 접촉하는 연락선?'''' 얼마나 자주 만나 어떤 이야기를 전하면 이런 칭호를 받게 되는 걸까?

    2) 뉴스 앵커가 12월 17일 미 대사관 관계자와 나눈 대화 내용은 12월 20일 방송하려고 취재한 내용이다. 내부 윤리강령 상 전혀 문제는 없나?

    3) KBS 노조나 시민단체 등이 제기하는 것처럼 위키리크스 추가 폭로한 내용이 언론에 매일 등장하는데 어째서 ''''북한 핵실험'''' 관련 내용 한 건만 보도하고는 아무 것도 보도를 하지 않나?

    3 기자의 칼은 먼저 스스로를 겨누어야 한다.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멀리도 가까이도 해서는 안 될 사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고 만나면 알고 있는 걸 주고 받아야 하는 직업이니 그렇다.

    미국 관료들과의 문제가 불거졌으니 미국 언론의 윤리 규정들에서 살펴보자. <미국 신문편집인회="" 원칙선언="">에서 발췌한 내용들이다.

    ▶언론은 그 종사자들에게 근면과 지식뿐만 아니라 언론인의 독특한 의무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의 성실성을 추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뉴스와 의견을 수집.전파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국민에게 그 때 그 때의 쟁점들을 알려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함으로써 공공복리에 기여하는데 있다.

    = 그 때 그 때 국민에게 알리는 게 아니라 방송 전에 상대국 정보 담당자에게 알려 상대국의 외교 정책 수립에 기여하면 곤란하다.

    ▶이기적인 동기나 가치 없는 목적을 위해 자신의 직업적 역할에 따른 힘을 남용하는 것은 공중의 신뢰를 저버리는 불성실한 사람이다.

    = 그저 흥겹고 돈독한 분위기 조성과 교제를 위해 종종 만나 정보를 주는 것은 곧 가치 없는 목적을 위해 자신의 직업적 힘을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

    ▶언론인은 언론을 이기적인 목적에 이용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 언론인은 이해가 상충되거나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 또는 그렇게 비치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 미국 관리에게 자세한 정치적 정황을 설명하는 것이 본국에 보고되고 논란이 될 수 있음을 아는 이상 피하거나 대화 내용을 최소한으로 제한했어야 한다.

    사기업인 신문에 근무하는 사람이 지키라고 제시하는 원칙이다. 공영방송 종사자는 훨씬 더 엄격한 테두리 안에 스스로를 가둬 두어야 한다. 이번 주 들어 기업인으로부터 수십억 원에 이르는 향응을 오랫동안 받아왔다고 폭로된 신재민 전 차관이나 저축은행 로비스트에게서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았다고 검찰에 불려 가 밤샘 조사를 받은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 두 사람 모두 청와대 비서관 이전에 기자들이었다.

    어쩌다 저 지경에 이르렀을까? 그래서 ''''회색은 검어질 뿐 결코 다시 희어지지 않는다''''고 경고하는 것이고 ''''나의 칼은 나를 겨누어야 한다''''며 항상 깨어 자신을 반성하도록 권면하는 것이다. 언론과 기자 사회의 자성과 거듭남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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